불모지 제주에 양궁 씨앗 뿌린 40대 손혜진 감독 [제주愛]
입력 : 2025. 08. 26(화) 14:34수정 : 2025. 08. 28(목) 06:09
위영석 기자 yswi1968@ihalla.com
[2025제주愛 빠지다/ 제주 이주 N년차 이야기] (8)손혜진 제주양궁클럽 감독
선수 마치고 유라시아 여행 후 친구 찾아왔다 정착
생활체육에서 엘리트 지도로.. 전국 제패 부푼 꿈
꿈나무 위한 학교 운동부 신설 관심 가져줬으면..
친구 따라 제주에 왔다가 정착한 후 양궁 불모지 제주에서 꿈나무들을 키우는 손혜진 제주양궁클럽 감독.
[한라일보] 옛말에 '친구따라 강남간다'는 말이 있다. 친구의 초대에 제주에 왔다가 제주사람들이 좋아서, 제주라는 환경이 좋아서 눌러앉은 여성 궁사. 제주특별자치도양궁협회 사무국장과 제주양궁클럽 감독에 전 제주자치도체육회 전임지도자까지 1인3역을 억척스럽게 해내는 손혜진(40)씨의 얘기다.

대화도중 많은 역할을 하다보니 호칭을 무엇으로할까 고민하다 현재 맡고 있는 역할 중 가장 억척스럽게 움직이는 제주양궁클럽 감독을 선택했다. 176㎝ 키에 상냥하고 가냘푼 몸매이지만 선수 출신 감독으로서 뿜어내는 아우라는 대단했다.

손 감독의 제주 이주 동기는 너무나 간단했다. 제주만의 매력에 흠뻑 빠져 행복해지기 위해 제주를 찾았다는 말로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다.

손 감독은 현대모비스 실업팀에서 양궁선수로 활약하다 남편과 함께 살고 있던 주택 등을 모두 정리하고 자전거로 유라시아 횡단을 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마치고 제주에 거주하는 아는 동생의 초대로 놀러왔다가 지난 2013년 제주 이주를 결심했다고 한다.

"마당이 있고 산과 바다가 가까운 집을 발견하고 한번 살아볼까라는 마음에 대정읍 보성리 민가를 임대해 남편이 매일매일 조금씩 고쳐가며 마음껏 자연 속에서 뛰놀았어요."

그렇게 천천히 자신의 속도에 맞춰 살다보니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그렇게 여유가 생기면서 꿈을 찾게 되고 목표를 정하면서 시작한게 양궁 불모지 제주에 양궁 스포츠를 키워보는 것이었다. 지난 2017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으로 협동조합 '퍼니스포츠'를 설립하며 한 동안 떠나 있던 양궁의 세계로 다시 돌아왔다.

시작은 막막했다고 한다. 양궁을 할 수 있는 장소도 마땅한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양궁은 위험하다는 인식 때문에 운동장을 빌리거나 공간을 확보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 각 단체들, 협회 등과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인내가 필요했다. 양궁을 축구나 배드민턴과 같은 생활스포츠로 인식을 바꾸는 것만 해도 시간이 걸렸다.

제주시 미리내생활체육공원에 마련된 연습장에서 김수연 선수를 지도하는 손혜진 감독.
하지만 손 감독의 양궁 애착은 2023년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생활체육에서 시작해 어린 엘리트 선수로 지도해 제주양궁클럽을 만들고 전국 대회에서 참가하면서 올해는 여중부 김수연 선수가 첫 전국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전용 양궁장 없이 여러 곳을 전전하던 연습장도 제주시체육회, 제주시, 이상봉 제주자치도의회 의장 등이 도움으로 제주시 미리내생활체육공원 한켠에 자리잡았다.

제주에서 이뤄보고 싶은 꿈에 대해 손 감독은 아직 선수가 10명에 불과하지만 제주양궁이 활짝 꽃피는 날을 위해 체육고나 운동부에 양궁 종목을 포함시키는 것이라고 힘주어 얘기했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아이들과 양궁을 하다보며 아이들이 너무 순수하고 대견스러워요. 전국 대회에 참가하면 다른 지역 지도자 분이나 선수들이 무척 부러워 합니다. 그리고 제주로 이주하고 싶어하지만 정규 수업을 마치고 훈련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아 운동부라도 생기면 훨씬 수월하게 연습에 매진할 수 있기 때문이예요."

마지막으로 병원 이외에는 큰 불편함이 없다는 손 감독은 제주 이주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남들이 오니까, 남들이 좋아 보이니까, 무작정 나도 해보자 싶은 마음으로 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남들의 말에 흔들리거나 바뀌곤 하는 것이 아닌, 견고한 나 만의 철학, 확신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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