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농부의 일상과 여행 공존하는 곳" 이혜인 씨 [제주愛]
입력 : 2025. 08. 12(화) 13:52수정 : 2025. 08. 19(화) 20:07
오은지기자 ejoh@ihalla.com
[2025 제주愛빠지다/제주 이주 N년차 이야기] (6)초보 농부 이혜인 씨
제주살이 2년차... 당근 농사·육아로 빚어가는 삶
힘들어도 꿈꾸던 풍경 속 가족과 채워가는 행복
"농사 덕분에 제주 더 깊이 알게 돼... 잘한 선택"
"살게 된다면 이런 동네에서…’라는 바람을 이룬 이혜인 씨 가족, 구좌읍에서 2년째 제주살이 중이다. 이혜인 씨 제공
[한라일보] 결혼 후 울진에서 지내던 이혜인 씨(39) 부부가 아이의 교육과 함께 새로운 삶을 고민하기 시작한 건 3년 전쯤이다. '어디서 살지?'라는 물음이 곧 '어디서든 살 수는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질 무렵, 마침 제주에 살고 있던 친구가 건넨 "그냥 와서 살아보면 어떻겠냐"는 한마디가 선택의 전환점이 됐다. 바다와 친구 한두 명이 있는 곳이라면 충분했기에, 그렇게 제주행을 택했다.

|동경하던 당근밭, 돌담 풍경 속으로

정착 전 여러 차례 집을 보러 제주를 찾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다 "여행이나 하자"는 마음으로 머문 구좌 지역 숙소에서 마주한 당근밭과 돌담 풍경이 부부의 마음 속으로 스며들었다. 혜인 씨는 "당시 풍경이 너무 예뻤다"며 "살게 된다면 이런 동네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 바람은 오래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됐다. 1년여 전 제주에 닻을 내린 혜인 씨는 지금 구좌읍에서 친환경 당근 농사를 짓고 있다. "그 풍경 안에 들어와 산다는게 너무 신기하다"는 초보 농부다.

제주로 오기 전 혜인 씨는 도시농업, 유통·판매 플랫폼, 방과후 식물교실 운영 등 다양한 방식으로 농업과 인연을 이어왔다. "소소하지만" 농사는 늘 그의 삶과 맞닿아 있었다. 지난해 귀농정착 교육을 받은 이 씨는 올해 첫 수확을 바라보며 밭을 가꾸고 있다.

|주거, 일자리 문제는 현실... 그래도 자연 만끽하며 순간순간 "만족"

정착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가족이 살 집을 구하는 일, 구좌지역에서 일자리를 찾는 일 모두 쉽지 않았다. 해마다 이사를 고민해야 하는 현실은 부담이다.

혜인 씨가 밭으로 향하는 시간은 아이를 유치원에 보낸 뒤인 오전 9시쯤이다. 이미 햇살이 제법 뜨거워진 뒤라 사실 늦은 출발이다. 도움 없이 육아와 밭일을 함께 해내는 일이 쉽지 않음을 실감한다.

그럼에도 제주에서의 하루는 충분히 충만하다. 밭에 서면 앞에는 푸른 바다가, 뒤로는 한라산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순간순간 '아, 좋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순간들이 모여 하루하루의 만족감을 키운다.

'초보 농부' 이혜인 씨. 이혜인 씨 제공
혜인 씨는 "구름이 흘러가는 모습과 초록의 생명력이 늘 생생한 기운을 준다"며 "동경하던 풍경 속으로 들어와 산다는 게 아직도 감사하고 신기하다"고 했다. 농부의 일상이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여행이 될 수 있는 '일상과 여행이 함께하는 생활'도 매력적이다.

투박하지만 솔직한 정을 건네는 이웃, 먼저 정착한 친구, 농사를 짓는 이주민들과의 협력은 큰 힘이 된다. "농사를 짓지 않았다면 아마 제주를 얕게만 알고 지냈을 거예요. 농사 덕분에 사람들을 만나고, 제주를 더 깊이 알게 됐죠.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육아, 집안일, 농사 모두 잘 해내고 싶어"

제주 이주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혜인 씨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먼저 정하는 게 중요하다"는 조언을 건넸다. 일자리를 찾으며 정착하려다 시행착오를 겪었던 만큼, 하고 싶은 일을 미리 정해두면 준비가 한결 수월하고 정착 과정에서의 어려움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말이다.

"지금은 '초보 병아리 농부'"이지만 육아와 집안일, 농사를 모두 잘 해내고 싶다는 혜인 씨. 제주에 와 체력이 부쩍 좋아졌다며 "건강해지니 매일의 만족감도 큰 것 같다"는 그는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을 다지며, 한층 단단한 삶을 일궈가고 있다.

이혜인 씨 가족. 이혜인 씨 제공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205 왼쪽숫자 입력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
ֿ 주요기사더보기

기사 목록

한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