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범의 월요논단] 만덕마을 공동체 돌봄, 그 새로운 시작
입력 : 2025. 09. 22(월) 02:00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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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최근 부산에서 잇따른 아파트 화재 참사로 어린 자매들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벌어진 이 비극은, 우리 사회의 공적 아동 체계에 여전히 깊은 사각지대가 존재함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경고다.
이 같은 현실은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평일 오후 4시부터 7시 사이에 아동 돌봄 공백이 집중되는 것으로 드러났고, 야간 긴급 상황에서는 응답자의 25%가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답했다. 이는 아동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구조적 문제다. 국가와 지역 차원의 긴급 돌봄 대책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가속화하는 오늘, 돌봄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이나 가족만의 책임으로 감당할 수 없다. 지난 1월, 김만덕돌봄센터 위탁을 맡으며 본 지면을 통해 "마을공동체에 기반한 민주적 돌봄 시스템 구축이야말로 지역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대안"임을 강조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동안 '김만덕과 팽나무'를 콘셉트로 한 공공형 어린이실내놀이터 조성과 돌봄센터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됐고, 센터장을 비롯한 4명의 돌봄 교사 채용도 마무리됐다. 이제 곧 '제주시 거점형 김만덕 다함께돌봄센터'가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김만덕돌봄센터 설립에 건입동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이 손을 걷어붙인 것은 직면한 마을의 문제를 주민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의인 김만덕이 나눔과 베풂을 통해 공동체를 살린 것처럼, 마을 공동체 돌봄을 통해 활력을 잃어가는 건입동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적극적 시도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함께 돌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마을 안팎으로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무엇보다 '주민이 원하는 돌봄', '주민이 주도하는 돌봄'이 무엇인지 다시 물어야 한다.
주민들이 기대하는 돌봄센터는 단순히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공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주민들의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유연한 운영, 시설 중심에서 벗어나 마을 곳곳을 놀이터와 배움터로 확장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마을 공동체 속에서 성장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마을 돌봄은 이웃 간 신뢰와 상호 연결성이 전제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가장 근본적이고 어려운 문제인 약화된 공동체 역량을 회복하는 일 또한 그만큼 중요하다. 주민들 역시 아이들을 돌봄센터에만 맡기는 문화를 넘어, 마을 전체가 함께 책임지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돌봄센터 역시 단순히 보조금을 받고 행정이 위탁하는 또 하나의 복지 서비스 제공기관이 아니라, 마을의 다양한 자원을 연결하는 허브로서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 김만덕 다함께돌봄센터는 주민들 스스로 만들어가며 마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소중한 사회적 자본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 출발점은 주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마을 곳곳의 필요를 세심히 살피는 일이다. 그것이 바로 '새로운 공동체 돌봄'의 시작이다. <김명범 행정학박사 · 제주공공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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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과 고령화가 가속화하는 오늘, 돌봄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이나 가족만의 책임으로 감당할 수 없다. 지난 1월, 김만덕돌봄센터 위탁을 맡으며 본 지면을 통해 "마을공동체에 기반한 민주적 돌봄 시스템 구축이야말로 지역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대안"임을 강조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동안 '김만덕과 팽나무'를 콘셉트로 한 공공형 어린이실내놀이터 조성과 돌봄센터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됐고, 센터장을 비롯한 4명의 돌봄 교사 채용도 마무리됐다. 이제 곧 '제주시 거점형 김만덕 다함께돌봄센터'가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김만덕돌봄센터 설립에 건입동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이 손을 걷어붙인 것은 직면한 마을의 문제를 주민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의인 김만덕이 나눔과 베풂을 통해 공동체를 살린 것처럼, 마을 공동체 돌봄을 통해 활력을 잃어가는 건입동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적극적 시도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함께 돌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마을 안팎으로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무엇보다 '주민이 원하는 돌봄', '주민이 주도하는 돌봄'이 무엇인지 다시 물어야 한다.
주민들이 기대하는 돌봄센터는 단순히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공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주민들의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유연한 운영, 시설 중심에서 벗어나 마을 곳곳을 놀이터와 배움터로 확장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마을 공동체 속에서 성장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마을 돌봄은 이웃 간 신뢰와 상호 연결성이 전제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가장 근본적이고 어려운 문제인 약화된 공동체 역량을 회복하는 일 또한 그만큼 중요하다. 주민들 역시 아이들을 돌봄센터에만 맡기는 문화를 넘어, 마을 전체가 함께 책임지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돌봄센터 역시 단순히 보조금을 받고 행정이 위탁하는 또 하나의 복지 서비스 제공기관이 아니라, 마을의 다양한 자원을 연결하는 허브로서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 김만덕 다함께돌봄센터는 주민들 스스로 만들어가며 마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소중한 사회적 자본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 출발점은 주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마을 곳곳의 필요를 세심히 살피는 일이다. 그것이 바로 '새로운 공동체 돌봄'의 시작이다. <김명범 행정학박사 · 제주공공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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