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용의 목요담론] 돌담의 높이는 얼마일까?
입력 : 2025. 09. 18(목) 05:00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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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무더운 여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우리 동네에는 아침저녁으로 산책이나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길가의 감귤밭에는 벌써 푸른 열매가 맺혀 있고, 짙은 초록빛은 서서히 노란빛으로 물들어 간다. 자동차를 탔으면 스쳐 지나갔을 풍경도 걸음을 늦추면 새삼 눈에 들어온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생명이 피고 지는 모습을 길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것들이 사실은 주변에 가득하다.
제주의 풍경 속에서 밭담과 울담은 늘 곁에 있어도 쉽게 지나치기 마련이다. 그러나 조금만 눈여겨보면 그 속에 담긴 의미가 결코 단순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밭을 둘러싼 돌담, 집마다 경계를 이루는 울담은 단순히 땅을 구분하는 시설이 아니다. 제주의 돌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삶을 지탱한 자원으로 기능해 왔으며, 이를 활용해 세운 담장은 공동체의 지혜와 생활문화가 녹아 있는 소중한 산물이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제주 밭담 시스템'은 2013년 국가중요농업유산, 2014년 세계중요농업유산(FAO)으로 지정됐고, 현재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도 추진 중이다. 이제 돌담은 단순한 경계가 아니라 제주의 문화와 정체성을 상징하는 유산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돌담의 높이는 얼마나 될까. 기록과 현장을 살펴보면 울담은 대체로 1.5m 내외로 쌓아 집안의 사생활을 확보한다. 성인의 눈높이에 맞춘 높이로 외부의 시선을 차단해 안쪽에서 생활하는 이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밭담은 보통 1m, 지역 여건에 따라 0.8~1.2m 정도로 쌓인다. 담의 높이는 목적과 환경에 따라 달라지지만,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돌을 활용해 경험적으로 쌓아 올린 결과물이라는 점은 공통적이다.
울담은 집과 외부 공간을 구분하며 거주자에게 심리적인 안정과 위요감을 준다. 밭담은 경계를 표시하는 기능뿐 아니라, 돌이 많은 땅의 토질을 개선하고, 거센 바람을 막아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돕는다. 제주의 돌담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농사와 생업,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응축된 생활의 결정체다.
오늘날 돌담은 농업을 지탱한 기반이자 조상들의 지혜와 노고가 깃든 문화유산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돌담을 단순한 담장이 아니라 제주의 삶과 희망을 담은 자원으로 재해석해야 한다. 주민들에게는 삶의 터전이자 정체성을 확인하는 상징이며, 방문객들에게는 새로운 볼거리와 체험거리, 그리고 오래도록 간직할 추억거리가 된다.
"돌담의 높이는 얼마일까?"라는 단순한 물음은 사실 학문적 연구의 필요성을 드러낸다. 현재 제주에는 울담과 밭담뿐 아니라 잣담, 원담, 산담, 그리고 특수 목적의 환해장성까지 다양한 유형의 담이 존재한다. 돌담에 대한 기초 연구와 정리가 차근차근 이뤄지고, 언젠가 '돌담의 높이는 얼마인가'라는 물음에 누구나 자연스레 답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이성용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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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을 둘러싼 돌담, 집마다 경계를 이루는 울담은 단순히 땅을 구분하는 시설이 아니다. 제주의 돌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삶을 지탱한 자원으로 기능해 왔으며, 이를 활용해 세운 담장은 공동체의 지혜와 생활문화가 녹아 있는 소중한 산물이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제주 밭담 시스템'은 2013년 국가중요농업유산, 2014년 세계중요농업유산(FAO)으로 지정됐고, 현재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도 추진 중이다. 이제 돌담은 단순한 경계가 아니라 제주의 문화와 정체성을 상징하는 유산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돌담의 높이는 얼마나 될까. 기록과 현장을 살펴보면 울담은 대체로 1.5m 내외로 쌓아 집안의 사생활을 확보한다. 성인의 눈높이에 맞춘 높이로 외부의 시선을 차단해 안쪽에서 생활하는 이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밭담은 보통 1m, 지역 여건에 따라 0.8~1.2m 정도로 쌓인다. 담의 높이는 목적과 환경에 따라 달라지지만,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돌을 활용해 경험적으로 쌓아 올린 결과물이라는 점은 공통적이다.
울담은 집과 외부 공간을 구분하며 거주자에게 심리적인 안정과 위요감을 준다. 밭담은 경계를 표시하는 기능뿐 아니라, 돌이 많은 땅의 토질을 개선하고, 거센 바람을 막아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돕는다. 제주의 돌담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농사와 생업,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응축된 생활의 결정체다.
오늘날 돌담은 농업을 지탱한 기반이자 조상들의 지혜와 노고가 깃든 문화유산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돌담을 단순한 담장이 아니라 제주의 삶과 희망을 담은 자원으로 재해석해야 한다. 주민들에게는 삶의 터전이자 정체성을 확인하는 상징이며, 방문객들에게는 새로운 볼거리와 체험거리, 그리고 오래도록 간직할 추억거리가 된다.
"돌담의 높이는 얼마일까?"라는 단순한 물음은 사실 학문적 연구의 필요성을 드러낸다. 현재 제주에는 울담과 밭담뿐 아니라 잣담, 원담, 산담, 그리고 특수 목적의 환해장성까지 다양한 유형의 담이 존재한다. 돌담에 대한 기초 연구와 정리가 차근차근 이뤄지고, 언젠가 '돌담의 높이는 얼마인가'라는 물음에 누구나 자연스레 답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이성용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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