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234㎞ 자전거 환상길 ‘주차장’으로 전락
입력 : 2025. 08. 20(수) 16:00수정 : 2025. 08. 21(목) 11:14
양유리 기자 glassy38@ihalla.com
제주시 신촌·삼양·외도 등 환상길 주·정차 눈살
도로 점령 차량에 자전거 이용객 차도 내몰려
자전거법에 안전 조항 있어도 현장선 무용지물
지난 19일 오후 제주시 신촌리의 환상 자전거길 10구간에 화물차와 대형버스가 주차된 모습.
[한라일보] 제주의 해안길을 따라 조성된 234㎞ 거리의 ‘제주 환상 자전거길’이 도로 위 무분별하게 주차된 차량들로 인해 이용객 불편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찾은 제주시 신촌리의 환상 자전거길 10구간(함덕서우봉해변~용두암). 주차된 화물차와 대형버스가 자전거도로 위를 꽉 채운 모습이었다. 해당 도로를 지나던 자전거 이용객은 별 수 없이 차도를 아슬아슬하게 달려야 했다.

인근 삼양동 자전거 도로에는 주차된 스포츠유틸리티차 1대가 주차돼 있었고, 차량 뒤편엔 깨가 널려 있었다. 잠시 뒤 한 주민이 나타나 도로 위 자리를 잡고 깨를 털며 작업하기도 했다.

자전거 환상길 내 상습 주차 구간으로 지적받아온 1구간(용두암~다락쉼터)의 하귀1리 지점에는 주차를 막는 ‘차선규제봉’이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규제봉이 없는 인근 자전거 도로 위에는 여전히 주정차된 차량을 여럿 볼 수 있었다.

또 도로 폭이 워낙 좁아 자전거가 이동하기 힘든 구역도 발견됐다. 행정안전부가 2017년 발표한 자전거 이용시설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은 자전거도로의 폭을 하나의 차로를 기준으로 1.5m 이상으로 규정했다. 상황에 따라 부득이하게 1.2m까지 인정되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20일 오전 제주시 하귀1리 환상 자전거길 1구간에 차량들이 주차된 모습.
20일 오전 제주시 하귀1리 환상 자전거길 1구간의 도로 폭이 자전거가 지나가기 힘들 정도로 좁게 형성돼 있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자체장과 시장 등은 자전거 통행에 방해되는 물건 등이 자전거도로에 방치되지 않도록 지도해야 한다. 하지만 자전거도로 자체가 도로교통법상 주·정차 금지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아 과태료 부과 등 단속 근거가 없어 임시 계도에 그치는 실정이다.

제주 자전거 환상길을 완주하며 불편사항을 조사해 온 이상현 문화관광해설사는 “지난해부터 환상길 조사를 다녔지만 여전히 자전거도로에 주·정차된 차량이 많다”며 “또 환상길이 한 방향으로만 조성돼 있어 자전거도로 폭이 좁을 경우 자전거가 차도 위를 역주행하게 될 수도 있다”고 위험성을 제기했다.

이어 “기후위기 시대에 이동수단으로써 자전거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에 비해 지나치게 주변화돼 있다”며 “자동차 중심의 사고방식을 탈피해 보다 나은 자전거 이용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도 차원에서 자전거도로 주·정차 점검은 정기적으로 실시하지 않고 관련 민원이 들어오면 행정시와 읍면동에서 조치하고 있다”며 “행정시 자전거 관련 부서와 교통 부서가 협조해서 일정기간 주정차를 단속하기도 하지만 상시적으로 이뤄지기엔 인력 문제 등으로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도로 폭이 좁은 자전거도로에 대해선 “한 차선을 줄여 자전거도로로 만드는 ‘도로 다이어트’ 방식과 부지를 매입해 차선은 그대로 두되 자전거도로를 신설하는 방식 등을 도로 여건에 맞게 적용하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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