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엽의 문연路에서] 초고령사회 앞둔 제주, 살 만하십니까?
입력 : 2025. 08. 19(화) 05:30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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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인구 유입’에만 관심
청년층 등 ‘탈제주’ 심화
인구 유출 차단 해법 절실
청년층 등 ‘탈제주’ 심화
인구 유출 차단 해법 절실

[한라일보] 요즘 제주의 거리를 걸으면 주변에는 어린이보다 어르신들이 훨씬 많다. 학교 앞보다 경로당 앞이 더 북적이고 놀이터는 한산한데 병원 대기실은 늘 빈자리를 찾기 어렵다. 카페 창가도, 버스의 절반도 노인들이 채우고 있다.
초고령사회 진입은 더 이상 통계 속 숫자가 아니라 일상에서 매일 마주하는 현실이다. 변화의 무게는 생각보다 훨씬 크고 깊다.
그런데 도정의 시선은 주로 '인구 유입' 즉,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머물러 있다. 귀농·귀촌 장려, 청년 창업 지원, 외부 인재 유치 등 다양한 정책이 시도되지만 조용히 섬을 떠나는 사람들의 뒷모습에는 좀처럼 손길이 닿지 않는다. 떠나는 이들은 대체로 청년층과 중장년층, 바로 지역사회의 활력을 유지하고 경제를 지탱할 핵심 인구다.
저출생과 고령화는 동전의 양면이다. 출생아 수는 줄고 노인 인구는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생산가능인구 유출이 가속화된다면 제주 사회는 지속 가능성을 잃는다. 원인은 단순히 '일자리가 없다'거나 '생활비가 비싸다'가 아니다. 높은 주거비, 낮은 임금, 제한된 직종, 그리고 수도권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교육·문화 인프라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아무리 아름다운 제주라도 이 무게 앞에서 청년들이 버티기는 쉽지 않다.
그 결과는 명확하다. 떠나는 청년과 중장년, 남겨진 노인, 그리고 더 가팔라지는 고령화. 생산인구가 줄수록 지역경제는 위축되고 복지 재정 부담은 커진다. 의료·돌봄 수요는 급증하지만 인력과 재정은 한정돼 있다. 일손이 부족해도, 재정이 빠듯해도 노인 복지와 돌봄은 포기할 수 없기에 결국 그 부담은 모두의 몫이 된다. 그럼에도 '인구 유출'에 대한 정밀한 조사와 구조적 해법은 여전히 부족하다.
정책은 숫자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삶을 지키는 것이어야 한다. 청년이 떠나는 이유를 묻고 주거 안정·양질의 일자리·교육 환경·문화 여건이 함께 갖춰져야 '머물 이유'가 생긴다. 단기 지원금이나 행사로는 흐름을 바꿀 수 없다. 머물고 싶은, 다시 돌아오고 싶은 제주를 만드는 근본 변화가 필요하다.
'들어오는 사람'을 유치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떠나지 않게 하는 제주'로 초점을 옮겨야 한다. 인구 유입과 유출을 함께 보는 균형 잡힌 정책이 지속 가능한 제주의 출발점이다. 초고령사회는 더 이상 미래가 아니라 오늘이다. 변화의 시계를 멈출 수 없다면 최소한 방향을 바꿔야 한다.
"제주, 살 만하십니까?" 이 질문은 노인 세대만이 아니라 섬을 떠난 청년과 떠날까 고민하는 중장년에게도 던져야 한다. 들어오는 만큼 나가는 현실을 외면한 채 우리가 지킬 수 있는 내일은 없다. 머무는 삶의 조건을 새롭게 세우고 그 조건을 지켜내는 것이 지금 우리의 과제다.
전 도민께 묻고 싶다. "제주, 정말 살 만하십니까?"
<이정엽 제주도의회 저출생고령화대책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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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도정의 시선은 주로 '인구 유입' 즉,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머물러 있다. 귀농·귀촌 장려, 청년 창업 지원, 외부 인재 유치 등 다양한 정책이 시도되지만 조용히 섬을 떠나는 사람들의 뒷모습에는 좀처럼 손길이 닿지 않는다. 떠나는 이들은 대체로 청년층과 중장년층, 바로 지역사회의 활력을 유지하고 경제를 지탱할 핵심 인구다.
저출생과 고령화는 동전의 양면이다. 출생아 수는 줄고 노인 인구는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생산가능인구 유출이 가속화된다면 제주 사회는 지속 가능성을 잃는다. 원인은 단순히 '일자리가 없다'거나 '생활비가 비싸다'가 아니다. 높은 주거비, 낮은 임금, 제한된 직종, 그리고 수도권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교육·문화 인프라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아무리 아름다운 제주라도 이 무게 앞에서 청년들이 버티기는 쉽지 않다.
그 결과는 명확하다. 떠나는 청년과 중장년, 남겨진 노인, 그리고 더 가팔라지는 고령화. 생산인구가 줄수록 지역경제는 위축되고 복지 재정 부담은 커진다. 의료·돌봄 수요는 급증하지만 인력과 재정은 한정돼 있다. 일손이 부족해도, 재정이 빠듯해도 노인 복지와 돌봄은 포기할 수 없기에 결국 그 부담은 모두의 몫이 된다. 그럼에도 '인구 유출'에 대한 정밀한 조사와 구조적 해법은 여전히 부족하다.
정책은 숫자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삶을 지키는 것이어야 한다. 청년이 떠나는 이유를 묻고 주거 안정·양질의 일자리·교육 환경·문화 여건이 함께 갖춰져야 '머물 이유'가 생긴다. 단기 지원금이나 행사로는 흐름을 바꿀 수 없다. 머물고 싶은, 다시 돌아오고 싶은 제주를 만드는 근본 변화가 필요하다.
'들어오는 사람'을 유치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떠나지 않게 하는 제주'로 초점을 옮겨야 한다. 인구 유입과 유출을 함께 보는 균형 잡힌 정책이 지속 가능한 제주의 출발점이다. 초고령사회는 더 이상 미래가 아니라 오늘이다. 변화의 시계를 멈출 수 없다면 최소한 방향을 바꿔야 한다.
"제주, 살 만하십니까?" 이 질문은 노인 세대만이 아니라 섬을 떠난 청년과 떠날까 고민하는 중장년에게도 던져야 한다. 들어오는 만큼 나가는 현실을 외면한 채 우리가 지킬 수 있는 내일은 없다. 머무는 삶의 조건을 새롭게 세우고 그 조건을 지켜내는 것이 지금 우리의 과제다.
전 도민께 묻고 싶다. "제주, 정말 살 만하십니까?"
<이정엽 제주도의회 저출생고령화대책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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