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주년] 일제에 분연히 맞섰던 학생·농민들
입력 : 2025. 08. 14(목) 06:00수정 : 2025. 08. 18(월) 08:59
양유리 기자 glassy38@ihalla.com
"빛 보지 못한 제주 항일운동사 후세가 알려야 할 때"
제주농업고 일제 부당 조치 맞서 동맹휴학·단체 항거
리 단위 투쟁기구 '농민위' 구성… 일제 견제 기록도
"독립운동엔 좌우 의미 없어… 나라 지키려는 열망뿐"
1938년 제주공립농업학교 학생들의 등교 모습. 학생들은 조선인에게 차별적인 일본인 교원과 조선의 역사·언어 교육이 배제된 교육 현실에 맞서 동맹 휴학을 주도하는 등 격렬한 저항을 이어 왔다. 한국독립운동정보시스템
[한라일보] 제주지역에서 일제에 맞서 용감히 저항했던 학생·농민운동이 광복 80년을 맞도록 역사 속에 묻힌 채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13일 광복회 제주도지부에 따르면 1920~30년대 학생과 농민 등이 주축이 된 제주 항일운동은 역사적 중요성에 비해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그들의 항거를 더욱 조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1926년 6월 25일 제주공립농업학교(현 제주고등학교) 학생들은 조선인에게 차별적인 일본인 교원과 조선의 역사·언어 교육이 배제된 교육 현실에 맞서 동맹 휴학을 주도했다. 이로 인해 1~2학년 학생 전원이 무기 정학 처분을 받았고, 휴학을 주도한 강창거와 김창일, 김희봉 등 7명에게는 퇴학이라는 강경 처분이 내려졌다.

이후에도 조선인 학생들에 대한 일제 교원들의 멸시는 이어졌고, 이에 맞서는 학생들의 저항도 격렬해졌다.

일제의 황민화 교육이 막 시작되던 1931년 3월, 제주공립농업학교는 졸업을 앞둔 3학년 학생 김원요에게 퇴학을, 또 다른 학생 양두옥·신창진에게는 유급 처분을 내렸다. 평소 학교 행사에서 일본 천황의 칙어 낭독 시 묵념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부당한 조치에 분노한 양치삼(3학년) 등 학생 9명은 거세게 항의했고, 전원이 경찰에 구금됐다. 이같은 사태를 목격한 동기생 이두일과 홍성옥, 김만제, 고경수 등은 같은 달 10일 모의 끝에 당시 일본인 교장 스기사키의 관사를 찾아가 유리창을 부수며 항거했다. 이들은 경찰에 붙잡혀 재판을 받거나 옥고를 치러야 했으나 탄압에 굴하지 않는 항일정신을 보였다.

고영철 제주독립운동가 서훈추천위원회 자료발굴위원장은 "제주공립농업학교는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항일운동에 참여해 일제에 저항해 온 역사를 가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밖에 농업학교에서 벌어진 교장 축출을 위한 항의 활동, 일황에 대한 비판을 담은 투서 작성 등 크고 작은 항일운동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농민조합운동 관련 조선중앙일보 기사(1934.12.31). 한국독립운동정보시스템
일제에 맞서 농민을 중심으로 조직적 항일운동을 도모하는 농민 조합이 추진되기도 했다.

사회주의 계열 운동가들은 1932년 부병훈·김경봉·김일준을 책임자로 하는 '제주적색농민조합 창립준비위원회'를 결성했다. 이들은 각 리 단위에 농민 항일 투쟁기구인 '농민위원회'를 만들고, 독서회를 조직해 일제가 금지한 한국어와 한국 역사를 가르쳤다.

이 사건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경무국 경무과가 국내 민족운동 관련 문건들을 기록한 '사상범죄철'에서 '중요범죄보고 통보'로 보고될 만큼 일제가 견제하는 사안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활동은 1934년 10월쯤 일제에 발각되면서 관련자 62명이 대거 입건됐다. 이중 앞서 언급한 책임자 3인을 비롯한 주요 인물 16인이 '치안유지법'으로 기소되면서 결국 조직은 해체됐다. 추진위에 가담했던 부생종 지사는 조사받던 중 일제의 가혹한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옥중 사망했다.

이처럼 일제의 탄압에 저항하는 굵직한 운동들이 있었으나 규모나 이념 따위를 이유로 주목받지 못하는 실정에 독립유공자 유족 단체는 아쉬움을 표출했다.

강혜선 광복회 제주도지부장은 "농민항일운동은 규모가 상당했던 사건임에도 당시 운동가들이 좌익 사상이었다는 이유로 낙인 찍혀 제대로 조명되지 못하고 있다"며 "당시 독립운동엔 좌우가 없었고, 오로지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열망뿐이었다. 빛을 보지 못한 독립유공자들이 고루 조명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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