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형 기초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행정구역 개편 방향을 놓고 찬반 의견이 서로 다른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됐다. 이런 와중에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은 행정구역 개편안에 대한 도민의견을 묻겠다며 의회 주도의 여론조사를 21일부터 실시하기로 해 제주형 기초자치단체를 둘러싼 혼선이 점점 가중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산하기관인 제주연구원은 민선 8기 출범 3주년을 맞아 제주도정 핵심 정책에 대한 도민 인식 조사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연구원 의뢰를 받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7월 7일부터 15일까지 도내 거주 만 18세 이상 도민 1018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번 조사에는 도정 운영 전반에 대한 평가와 함께 주요 추진 정책에 대한 찬반 의견이 담겼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오영훈 지사 핵심 공약인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에 대한 도민 인식 조사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지난 6일 도당위원장인 김한규 국회의원(제주시 을) 지시로 행정구역을 동제주시와 서제주시, 서귀포시로 나눠 각각 기초단체를 설치하는 개편안에 대한 반대 의견이 높은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선 기간인 지난 5월 30일부터 31일까지 18세 이상 도민 3005명을 상대로 진행한 당시 여론조사에서는 3개 기초시 설치에 대해 찬성 35.9%, 반대 43.1%, 모름 21%로 반대 의견이 찬성보다 7.2%p 높았다. 김 의원은 제주시를 동서로 분리하는 3개 기초시 설치에 반대하는 이른바 '제주시 쪼개기 방지법'을 발의한 상태다.

반면 제주연구원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3개 기초시 설치에 대한 찬성 의견이 더 높았다. 응답자의 46.3%가 3개 기초시 설치에 찬성해 반대 34.9%보다 11.4p높았다.

지역별로는 서귀포시에서 찬성률이 가장 높았다. 서귀포시 응답자 중 53.5%가 3개 기초시 설치에 찬성했고, 반대는 28.5%에 그쳤다. 제주시에선 찬성 43.5%, 반대 37.3%였다.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 시기에 대해선 63%가 내년 민선 9기 출범에 맞춰야 한다고 했으며 2030년 민선 10기 때 도입하자는 응답은 27.4%에 그쳤다.

두 여론조사는 조사 시기, 조사 표본 수, 응답 결과 뿐만 아니라 설문 문항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민주당 여론조사는 제주형 기초단체 도입 효과에 대한 설명 없이 찬반 의견을 물은 반면, 제주연구원 조사에서는 '행정의 민주성과 주민 참여를 강화하고,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3개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긍정적인 효과를 서술한 뒤 찬반을 물었다.

또 민주당 조사는 행정구역 조정안 중 서귀포시에 대한 언급이 없고 제주시를 동·서 분리하는 것에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 물었다. 설문 문항 설계에서부터 조사기관 의중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평가가 이 때문에 나오고 있다.

행정구역 개편 방향을 놓고 서로 다른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제주도의회가 21일부터 실시하는 여론조사를 놓고 논란이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의회 주도 여론조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제주도와 김한규 의원 측은 자신들이 실시한 여론조사를 근거로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모 제주도의원은 "이해 관계에 따라 서로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나온 여론 조사 결과를 갖고 있는 상태에서새롭게 추진하는 의회 조사 결과를 양측이 수용할 수 있겠느냐"며 "때문에 이번 조사는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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