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규진의 현장시선] 제주 주차난의 역설, 세금 들인 주차장은 왜 외면받나
입력 : 2025. 09. 05(금) 01:00수정 : 2025. 09. 05(금) 06:59
김미림 기자 kimmirim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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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도의 주차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더욱 심각한 비효율과 마주하게 된다. 2024년 말 기준 도내 공영주차장은 총 1441곳으로 4만5845면의 주차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이 중 요금을 받는 유료 공영주차장은 127곳, 1만2551면에 달한다.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 도심 곳곳에 주차 공간을 마련했지만, 현실은 기이하다. 유료 공영주차장은 텅 비어있는 반면, 바로 옆 이면도로는 불법 주차된 차량들로 아슬아슬한 곡예 운전이 펼쳐진다. 물론 제주국제공항 인근이나 제주시 동문시장, 서귀포시 매일올레시장 주변 주차장처럼 높은 회전율을 보이는 곳도 있지만,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
이러한 불균형은 제주도의 주차 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녕 악순환의 늪으로 빠뜨리고 있다. 이는 단순한 주차난을 넘어 제주 전체의 도시 기능을 저해하는 고질적인 문제다.
문제의 핵심은 '주차는 공짜'라는 잘못된 인식과 이를 방조하는 느슨한 법 집행에만 있지 않다. 더 큰 문제는 행정의 모순적인 주차 정책이다. 유료 공영주차장을 만들어 놓고 바로 그 주변 도로에 흰색 실선으로 주차 허용 구간을 버젓이 운영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운전자 입장에선 바로 옆에 합법적인 무료 주차 공간이 있는데 굳이 돈을 내고 주차장을 이용할 이유가 없다. 이는 행정 스스로가 막대한 세금을 들여 지은 공영주차장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고, 이용률 하락을 부추기는 정책적 모순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대안은 무엇일까? 단속 강화와 의식 개선이라는 원론적인 외침을 넘어 보다 현실적이고 혁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IC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주차 시스템'을 전면 도입해야 한다. 제주도 공식 앱을 통해 도내 모든 공영주차장의 실시간 빈자리 정보를 제공하고, 요금 결제와 예약까지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물론 현재도 지역별로 요금을 달리 받는 기본적인 요금 차등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더 나아가 단순히 고정된 지역 구분을 넘어 시간대별, 요일별 수요에 따라 요금이 실시간으로 변동하는 진정한 의미의 '탄력 요금제'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이용률이 낮은 주차장은 요금을 할인하고, 붐비는 곳은 요금을 할증해 주차 수요를 효과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다.
둘째, 주차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공영주차장 주변 도로의 불합리한 주차 허용 구간을 과감히 정비해야 한다. 또한 업무 시간 외에 비어 있는 공공기관이나 대형 건물의 부설주차장을 주민에게 개방하는 '주차장 공유 사업'을 확대해 주차 공간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나 하나쯤이야' 라는 생각이 모여 악순환을 지속시키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이제는 주차 문화의 선진화를 위해 다시 한 번 힘을 모아야 할 때다. 행정은 정책의 모순을 바로잡고 혁신적인 대안을 실행하며, 도민 모두가 성숙한 주차 의식으로 화답해야 한다. 비어 있는 공영주차장이 제 기능을 찾고, 이면도로가 보행자와 차량이 안전하게 소통하는 본연의 공간으로 돌아올 때, 비로소 제주는 도민의 삶의 질이 한 단계 높아지는 성숙한 공동체가 될 것이다. <송규진 제주YWCA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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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핵심은 '주차는 공짜'라는 잘못된 인식과 이를 방조하는 느슨한 법 집행에만 있지 않다. 더 큰 문제는 행정의 모순적인 주차 정책이다. 유료 공영주차장을 만들어 놓고 바로 그 주변 도로에 흰색 실선으로 주차 허용 구간을 버젓이 운영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운전자 입장에선 바로 옆에 합법적인 무료 주차 공간이 있는데 굳이 돈을 내고 주차장을 이용할 이유가 없다. 이는 행정 스스로가 막대한 세금을 들여 지은 공영주차장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고, 이용률 하락을 부추기는 정책적 모순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대안은 무엇일까? 단속 강화와 의식 개선이라는 원론적인 외침을 넘어 보다 현실적이고 혁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IC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주차 시스템'을 전면 도입해야 한다. 제주도 공식 앱을 통해 도내 모든 공영주차장의 실시간 빈자리 정보를 제공하고, 요금 결제와 예약까지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물론 현재도 지역별로 요금을 달리 받는 기본적인 요금 차등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더 나아가 단순히 고정된 지역 구분을 넘어 시간대별, 요일별 수요에 따라 요금이 실시간으로 변동하는 진정한 의미의 '탄력 요금제'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이용률이 낮은 주차장은 요금을 할인하고, 붐비는 곳은 요금을 할증해 주차 수요를 효과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다.
둘째, 주차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공영주차장 주변 도로의 불합리한 주차 허용 구간을 과감히 정비해야 한다. 또한 업무 시간 외에 비어 있는 공공기관이나 대형 건물의 부설주차장을 주민에게 개방하는 '주차장 공유 사업'을 확대해 주차 공간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나 하나쯤이야' 라는 생각이 모여 악순환을 지속시키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이제는 주차 문화의 선진화를 위해 다시 한 번 힘을 모아야 할 때다. 행정은 정책의 모순을 바로잡고 혁신적인 대안을 실행하며, 도민 모두가 성숙한 주차 의식으로 화답해야 한다. 비어 있는 공영주차장이 제 기능을 찾고, 이면도로가 보행자와 차량이 안전하게 소통하는 본연의 공간으로 돌아올 때, 비로소 제주는 도민의 삶의 질이 한 단계 높아지는 성숙한 공동체가 될 것이다. <송규진 제주YWCA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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