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일의 세상읽기]섭지코지의 안도 다다오
입력 : 2011. 11. 16(수) 00:00
섭지코지를 갔다. 이곳에 리조트가 세워지고 나서는 초행이다.

바람 부는 언덕 위에 '워더링 하이츠'처럼 서 있는 건물은 일본이 낳은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安藤忠雄)의 작품이다. 식당이었다. 밥값이 과분(過分)했지만, 내다보는 풍경은 끝내줬다.

안도 다다오는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건축가다. 최소한의 콘크리트 뼈대와 통유리만으로 지어, 건축명도 '글래스 하우스'다.

그러나 건축가의 명성과 선의(善意)도 전망이 다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지은 이의 뜻이 어떤 것이든 '글래스 하우스'는 안에서 밖을 내다보는 건물이다. 다시 말해, 이 건물의 진가를 맛보려면 입장을 해서 비싼 밥값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역시 안도 다다오였다. 돌아서 나오는 길에 무심코 들른 자그만 부속 건물. 갤러리인가 했는데, 직원의 설명은 '명상 공간'이라고 했다. '속죄의 공간'이기도 할 것이다. '글래스 하우스'의 건축가가 지은 죄를 씻기 위해 만든.

건축이 거주 공간을 세우는 일이라면, 이것은 건축이 아니다. '거주'와는 상관이 없다. 그림으로 보여줄 수는 없지만, 들어가 보면 왜 이곳이 '명상 공간'인가를 몸이 느끼게 된다.

콘크리트 벽을 타고 흐르는 물의 속삭임과, 돌담의 중간을 비워내 만든 액자(額子) 사이로 저만치 내다보이는 일출봉의 고요가 어울려서, 한 폭의 정물화다.

비좁고 약간은 어두운 복도를 가다 멈추고, 가다 멈추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걷는 느낌은, '세계건축기행'의 저자 김석철이 일본의 이세신궁(伊勢神宮)에서 느꼈던 그것이다. "실재에 의해 비실재를 존재하게 하는 공간 형식의 극치를 보았다."

가장 현대적인 자재인 노출(露出) 콘크리트로 빚은 가장 비현실적인-다시 말해, 가장 현대 비판적인-공간은 일본 선불교(禪佛敎)의 영향이 뚜렷하다.

붐비는 리조트 속 선방(禪房)과도 같은 이 놀라운 건축물은, 그러나 찾는 이가 매우 드물다. 그 점도 '명상 공간'답다. <문학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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