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일의 세상읽기]국민 웃기는 정치
입력 : 2011. 12. 07(수)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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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 표정의 히틀러 얼굴이 나타나고, 멘트가 흐른다. "만약 이 사람이 웃을 줄 알았다면 현대사가 다시 쓰여졌을지 모른다." 이어 미소 짓는 히틀러가 등장한다.
십수년 지났으므로 기억하는 사람이 드물 것이다. 껌 광고였다. 이 광고는 주한(駐韓)독일대사관의 항의로 중단됐다.
히틀러의 사진은 늘 찌푸리고 있다. 고약한 냄새를 맡고 있는 듯한 표정이다. 히틀러를 정신분석한 에리히 프롬은 "살아 있는 모든 것에서 시체의 냄새를 맡는 표정"이라고 했다.
히틀러도 이따금 웃었다. 그러나 거기에는 정상적 웃음을 짓는 '해방의 표정'이 없었다. 진짜 웃음과 가짜 웃음이 있다. 진짜 웃는 사람은 먼저 자신이 무기를 내려 놓음으로써 상대를 무장해제(武裝解除)시킨다.
가짜 웃음은 위험한 발톱을 숨긴 웃음이다. 임어당(林語堂) 선생에 의하면 "독일의 카이제르 빌헤름은 웃을 줄 몰라서 제국을 잃었다." 히틀러의 웃음은 가짜였다. 그래서 망했다.
그러나 임어당 선생도 말 안한 것이 있다. 정치가는 혼자 웃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국민이 먼저 웃고 그 웃음을 정치가가 따라 웃을 때, 그 나라 정치는 바람직하게 굴러가고 있는 것이다.
억지로 웃기도 힘들지만, 나오는 웃음을 참는 것은 더욱 힘들다. 웃음은 소변과 마찬가지로 참기가 어렵다. 방광(膀胱)의 소변을 밖으로 내뿜듯, 정서의 긴장을 밖으로 내뿜는다. 그것이 웃음이다.
그런 웃음에는 일종의 '상호 수동성(受動性)'이 작용한다. 남이 웃으면 나도 따라 웃게 된다. 그러는 나를 보고 상대는 더 크게 웃는다. 문제는 누가 먼저 웃는가다.
국민은 울고 싶은데-혹은 진짜 울고 있는데-정치가 혼자 짓는 웃음은 몰염치(沒廉恥)하다. 그런 웃음은 역겹다. 그러므로 먼저 국민을 웃겨야 한다.
이렇게 쓰고 나니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 '개콘'에까지 등장한 국회의원이 '그렇다면!' 하고 또 어떤 엉뚱한 일로 국민을 웃기려 들지 모르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
십수년 지났으므로 기억하는 사람이 드물 것이다. 껌 광고였다. 이 광고는 주한(駐韓)독일대사관의 항의로 중단됐다.
히틀러도 이따금 웃었다. 그러나 거기에는 정상적 웃음을 짓는 '해방의 표정'이 없었다. 진짜 웃음과 가짜 웃음이 있다. 진짜 웃는 사람은 먼저 자신이 무기를 내려 놓음으로써 상대를 무장해제(武裝解除)시킨다.
가짜 웃음은 위험한 발톱을 숨긴 웃음이다. 임어당(林語堂) 선생에 의하면 "독일의 카이제르 빌헤름은 웃을 줄 몰라서 제국을 잃었다." 히틀러의 웃음은 가짜였다. 그래서 망했다.
그러나 임어당 선생도 말 안한 것이 있다. 정치가는 혼자 웃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국민이 먼저 웃고 그 웃음을 정치가가 따라 웃을 때, 그 나라 정치는 바람직하게 굴러가고 있는 것이다.
억지로 웃기도 힘들지만, 나오는 웃음을 참는 것은 더욱 힘들다. 웃음은 소변과 마찬가지로 참기가 어렵다. 방광(膀胱)의 소변을 밖으로 내뿜듯, 정서의 긴장을 밖으로 내뿜는다. 그것이 웃음이다.
그런 웃음에는 일종의 '상호 수동성(受動性)'이 작용한다. 남이 웃으면 나도 따라 웃게 된다. 그러는 나를 보고 상대는 더 크게 웃는다. 문제는 누가 먼저 웃는가다.
국민은 울고 싶은데-혹은 진짜 울고 있는데-정치가 혼자 짓는 웃음은 몰염치(沒廉恥)하다. 그런 웃음은 역겹다. 그러므로 먼저 국민을 웃겨야 한다.
이렇게 쓰고 나니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 '개콘'에까지 등장한 국회의원이 '그렇다면!' 하고 또 어떤 엉뚱한 일로 국민을 웃기려 들지 모르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