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일의 세상읽기]중국의 바다 욕심
입력 : 2011. 12. 09(금) 00:00
삼국지에, 오나라 손권이 수군 자원으로 쓸 요량으로 '동현인(東縣人)'을 잡으려 했으나 그들의 배가 워낙 빨라 따라잡지 못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여기서 '동현인'은 탐라인을 지칭한다는 설이 있다. 그렇다면 탐라가, 오나라 수군을 따돌릴 만큼 빠르고 튼튼한 배를 가졌다는 이야기인데, '테우' 류의 떼배일 리는 만무하다.

제주대 송성대 교수는 그것이 덕판배였을 것으로 짐작한다. 송 교수에 따르면, 덕판배는 "조선배보다 날쌔고, 일본배보다 견고했다. 상륙용, 돌격용, 충돌용으로 건조된 어선이요, 상선이요, 전선(戰船)이었다. 내해용(內海用)의 거북선과도 달리, 대양을 누빌 수 있는 다목적 배였다."

어쨌든 당시 중국의 해군력은 별것 아니었다. 고용희의 저서 '바다에서 본 탐라의 역사'에는 "바다를 두려워하고 바다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는 중국"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객관적 사실이 그랬다.

오랫동안 중국의 관심은 오직 '천하(天下)'였다. 그들이 염두에 뒀던 '천하'는 대륙이다. '천하'의 개념에 바다는 없었다.

정화(鄭和)와 같은 인물이 있긴 했다. 명나라 대신이었던 그는 수백 척의 선단을 일끌고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까지 바닷길을 누볐다. 중국인들은 심지어 신대륙도 콜럼버스보다 먼저 정화가 발견했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가 죽은 1433년 이래 중국은 더 이상 해양 개척에 나서지 않았다. 더구나 정화는 중국인도 아니었다. 서방계 환관(宦官)이었다.

그래서 더욱 걱정이다. 중국이 바다에 욕심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항공모함을 만들더니, 엊그제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해군에게 "전투 준비를 강화하고 현대화 작업을 견고하게 추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 뉴스를 본 많은 이의 뇌리에 이것이 떠올랐을 것이다. 제주해군기지. 중국 해군의 '전투준비' 소식에 어떤 이는 제주해군기지의 타당성을, 어떤 이는 위험성을 떠올릴 것이다.

두 사람이 같이 하는 생각도 있다. 앞으로는 어떤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전략도 중국의 객관적 힘을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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