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주의 詩읽는 화요일] (20)누락의 발견*-서귀옥
입력 : 2025. 09. 30(화) 02:00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누락의 발견*-서귀옥




[한라일보] 병원에서 호명되길 기다리다가 뒤늦게 전산 오류로 누락된 사실을 알았다



환자가 많아서·…‥ 간호사의 변명이 병명보다 신뢰가 갔다



세계는 넓고 아픈 사람은 많다



응급실 쪽이 붐볐다 너무 일찍 가시를 삼킨 아이와 괜찮다는 말에 걸려 실족한 청년과 생활이 길어져 생이 바닥난 노인



널리고 널려 신의 눈에도 안 밟히는 사람들



지인을 만나고 돌아올 때마다

악착같이 뼈를 뒤져

기어이 말의 파편 찾아내고야 마는 병적인 생, 하나쯤 빠뜨리는 일이 대수겠어



원래 타인의 병이 내 손에 박힌 가시만 못한 법이다



*「누락의 발견」 부분

삽화=배수연


병원에서조차 누락된 환자, 그리고 그와 닮았다고 말해도 틀리지 않은 사람들. 대부분 응급 환자들이라 응급실을 주목하는 이 시는 운이 나쁘면 '하나쯤' 죽어도 대수롭지 않다고, 말이란 그렇게도 할 수 있다고 말해 버린다. 그런 병원이란 곧 내가 살고 있는 '세계'를 표상한다. 그 속에서 '아픈 사람'이 많아서 "신의 눈에도 안 밟히는" 생을 견딜 때 "일찍 가시를 삼킨 아이"와 "괜찮다는 말에 걸려 실족한 청년""과 "생활이 길어져 생이 바닥난 노인"은 어떻게 살아가며, '나'이면서 '누락된 나'이기도 한 화자는 누가 호명하는가. 가해자는 있는가. 이런 '병'을 들여다보는 시는 가해자를 일부러 감추는가. 어느 때 한 번은 "누락" 속에 있는 '존재'가 꽃 피듯 말한다. "나도 한 번씩 있어,"라고. 파편처럼. 아마도 신이 직접 올 때까지 '병원'에서 누락된 누군가 홀로 앓고 있는 길은 고향으로 가는 먼길일 것이다. 그리고 투병에 대해선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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