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일의 세상읽기]쩨쩨한 남자와 떳떳한 여자
입력 : 2011. 10. 26(수) 00:00
선거와는 상관이 없는 글이다. 지리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이 글이 오늘 치러지는 서울시장 선거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제로다. 오늘 글은 남자와 여자에 관한 이야기다.

미국 유머 잡지에서 본 1컷 만화가 생각난다. 두둥실 뜬 달을 보며 두 남자가 주고받는 대화다. "왜 여자는 달에 안 보내지?" "아직 달에 치울 것이 없나 보지."

집안을 치우는 따위의 허드렛일은 '서서 소변 보는' 남자의 일일 수 없다. 그러면 남자도 앉아서 보면 될 것 아닌가. 아닌 게 아니라 어느 설문조사에서는 여성의 80%가 남자도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것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앉아서 보면 조준(照準)이 빗나가 변기를 더럽히는 일이 없고, 민망한 소음(騷音)도 안 들려서 좋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는 남자들을 설득할 수 없다.

천하장사 이만기씨가 소방(消防)호스로 폭포수같은 물줄기를 뿜어대는 광고가 있다. 전립선약 광고인데, 그 굉장한 물줄기는 약효만 나타내지 않는다. 소변의 세기와 남자의 정력이 비례한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남자들은 소변이 사방에 튀고, 소음이 우렁찰수록 스스로 남자답다고 느낄 것이다.

그들은 말한다. 서서 보는 것이 남자답고, 앉아서 보는 것이 여자답다고. 여기에 이르면, 그 차이는 이미 신체적인 것이 아니다. 이데올로기적인 것이다. 오래된 이데올로기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여자를 남자가 가진 한 가지를 결(缺)한 인류라고 보았다.

그녀의 학식, 경력, 포부에 비춰 다소 뜻밖이다. 안철수씨가 박원순 후보 지지를 밝히자, 나경원 후보는 말했다. "남자가 쩨쩨한 선거운동을 한다"고. 어째서 박 후보가 안철수씨 도움을 받는 것은 쩨쩨하고, 나 후보가 박근혜씨 도움을 받는 것은 떳떳한가.

이유는 박 후보는 남자고, 나 후보는 여자기 때문이다. 여자는 타인에게 기댈 수 있으나, 남자가 그러는 것은 쩨쩨하다. 왜냐하면 남자는 강하고 여자는 약하기 때문이다. 지독한 여성 비하(卑下)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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