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일의 세상읽기]애국심의 시력
입력 : 2011. 10. 05(수)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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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코미디언만 했으면 좋았다. 심형래씨 이야기다. 횡령, 도박, 로비 의혹 등 긴 목록(目錄)의 혐의를 받고 있는 심 씨의 근황은 뉴스를 봐서 알 것이다.
영화를 만들어 재미를 본 적도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탈이었다. 처음부터 실패를 했으면 한 두 편 만들고 그만 뒀을 텐데, 몇 번 본 재미가 그만 덫이 됐다.
코미디언으로 심 씨는 일류였다. 그러나 그가 만든 영화는 삼류였다. 대박 났다는 '디 워'도 포함해서 하는 말이다. '디 워'에 그 당시 평론가들은 10점 만점에 4점을 줬다. 낙제점이다. 험구가인 진중권씨는 "논할 가치조차 없다"고 평했다. 그러나 대중은 열광했다. 혹평을 했던 진 씨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지금에 와서 감정을 추스리고 다시 들여다보면, 평론가들의 야박한 채점에 수긍(首肯)이 간다. 컴퓨터 그래픽은 웬만큼 볼 만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나리오가 유치(幼稚)했다. 부실한 시나리오를 갖고 영화를 만드는 것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거나 같다. 무모한 짓이었다.
그런데도 관객이 몰렸다. 우리나라 관객 수준은 A급이다. 그 A급 관객이 C급 영화에 열광했다. 이유는 영화 외적인 데 있었다. 우리를 열광시킨 것은 영화가 아니었다. 애국심이었다.
조지 루카스나 돼야 만드는 SF영화를 우리가 해냈다는 자부심이, '디 워'가 안고 있는 그 나머지 문제들을 다 덮어 버렸다. 황우석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었다. 애국심의 시력은 그닥 좋은 편이 못 된다. 이성(理性)의 안경을 벗으면 시력이 0.5 이하로 떨어진다.
구 소련 당시, 철학자 러셀은 러시아의 애국주의를 이렇게 꼬집었다. "그들은 코페르니쿠스가 러시아 사람이고, 희망봉을 돌아 인도로 가는 항로를 찾아낸 사람도 바스코 다 가마가 아니라 러시아 사람이었으며, 만유인력의 법칙도 뉴턴보다 먼저 러시아 사람이 발견했고, 다윈의 사상도 러시아에서 배워 간 거라고 우긴다."
애국심이 눈이 멀면 이렇게 희극이 된다. 그리고 희극이 과도하면 비극이 된다.
<문학평론가>
영화를 만들어 재미를 본 적도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탈이었다. 처음부터 실패를 했으면 한 두 편 만들고 그만 뒀을 텐데, 몇 번 본 재미가 그만 덫이 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지금에 와서 감정을 추스리고 다시 들여다보면, 평론가들의 야박한 채점에 수긍(首肯)이 간다. 컴퓨터 그래픽은 웬만큼 볼 만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나리오가 유치(幼稚)했다. 부실한 시나리오를 갖고 영화를 만드는 것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거나 같다. 무모한 짓이었다.
그런데도 관객이 몰렸다. 우리나라 관객 수준은 A급이다. 그 A급 관객이 C급 영화에 열광했다. 이유는 영화 외적인 데 있었다. 우리를 열광시킨 것은 영화가 아니었다. 애국심이었다.
조지 루카스나 돼야 만드는 SF영화를 우리가 해냈다는 자부심이, '디 워'가 안고 있는 그 나머지 문제들을 다 덮어 버렸다. 황우석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었다. 애국심의 시력은 그닥 좋은 편이 못 된다. 이성(理性)의 안경을 벗으면 시력이 0.5 이하로 떨어진다.
구 소련 당시, 철학자 러셀은 러시아의 애국주의를 이렇게 꼬집었다. "그들은 코페르니쿠스가 러시아 사람이고, 희망봉을 돌아 인도로 가는 항로를 찾아낸 사람도 바스코 다 가마가 아니라 러시아 사람이었으며, 만유인력의 법칙도 뉴턴보다 먼저 러시아 사람이 발견했고, 다윈의 사상도 러시아에서 배워 간 거라고 우긴다."
애국심이 눈이 멀면 이렇게 희극이 된다. 그리고 희극이 과도하면 비극이 된다.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