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일의 세상읽기]낙서범 이야기 1, 2, 3
입력 : 2011. 09. 30(금)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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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지는 울산광역시 울주군 두동면 천전리다. 그래서 '울주천전리각석(蔚州川前里刻石)'이라고 부른다. 강 기슭 암벽에 사람과 동물, 마름모꼴의 기하학적 무늬 등이 새겨져 있다. 새긴 연대는 신석기 시대부터 통일신라까지다. 실로 기나긴 세월을 머금은 세계적으로도 퍽 드문 유적이다. 국보 제147호다.
이 국보 바위 위에 누군가 돌멩이로 긁어 자기 이름 석자를 낙서해 놨다. 울산경찰서가 1000만원의 현상금까지 걸어 낙서범을 붙잡았다. 수학여행을 왔던 고교생이었다. 생각이 없는 아이 하나가 인류의 문화유산을 영영 망쳐 놨다. 그러나 천전리는 약과다.
감탄사 없이는 한 걸음도 옮길 수 없는 곳이 금강산이다. 그러나 감탄은 곧 한탄으로 바뀐다. 반반한 바위마다 김씨일가를 찬양하는 구호를 붉은 글씨로 커다랗게 새겨 놨다. 깊게 새겨서, 깎거나 메울 수도 없다.
그제 본란에서 필자는 최상의 기교는 기교를 들키지 않는 기교라고 했다. 금강산의 '낙서'는 그 점에서 구호의 수준도 최하질이다. 칭송이 너무나 노골적이다.
옛 사람들이 새긴 글씨도 여럿 있다. 이것들도 낙서라면 낙서다. 그런데 그것들은 자연스럽다. 시간의 작용 때문이다. 인간의 자취도 세월이 흐르면 자연의 일부가 된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는 몇 년이 걸려야 하는가. 100년? 500년? 필자는 어림할 수가 없다.
설사 그런 세월이 지난 뒤에도 금강산의 '낙서'들이 괜찮아질 가망은 거의 없다. 우선 새겨논 구호의 숫자가 너무 많다. 아무것도 숫자가 많으면 헤프게 찍어낸 돈처럼 그 가치가 떨어지게 돼 있다.
여담이다. 제주시 방선문(訪仙門) 계곡에도 글씨들이 남아 있다. 영주 10경(瀛洲十景) 중의 하나인 곳이다. 글씨들은 제주에 부임한 목사(牧使)나 판관, 지방의 양반들이 스스로 신선이 돼 노닐다 떠나간 흔적들이다. 팀으로 놀다간 기록도 있는데, 매긴 서열이 재미있다. 목사, 목사의 장남(長男), 이방(吏房) 순이다. 새겨진 글씨 중에는 '제주축항사무소 직원 일동'도 있다.
<문학평론가>
감탄사 없이는 한 걸음도 옮길 수 없는 곳이 금강산이다. 그러나 감탄은 곧 한탄으로 바뀐다. 반반한 바위마다 김씨일가를 찬양하는 구호를 붉은 글씨로 커다랗게 새겨 놨다. 깊게 새겨서, 깎거나 메울 수도 없다.
그제 본란에서 필자는 최상의 기교는 기교를 들키지 않는 기교라고 했다. 금강산의 '낙서'는 그 점에서 구호의 수준도 최하질이다. 칭송이 너무나 노골적이다.
옛 사람들이 새긴 글씨도 여럿 있다. 이것들도 낙서라면 낙서다. 그런데 그것들은 자연스럽다. 시간의 작용 때문이다. 인간의 자취도 세월이 흐르면 자연의 일부가 된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는 몇 년이 걸려야 하는가. 100년? 500년? 필자는 어림할 수가 없다.
설사 그런 세월이 지난 뒤에도 금강산의 '낙서'들이 괜찮아질 가망은 거의 없다. 우선 새겨논 구호의 숫자가 너무 많다. 아무것도 숫자가 많으면 헤프게 찍어낸 돈처럼 그 가치가 떨어지게 돼 있다.
여담이다. 제주시 방선문(訪仙門) 계곡에도 글씨들이 남아 있다. 영주 10경(瀛洲十景) 중의 하나인 곳이다. 글씨들은 제주에 부임한 목사(牧使)나 판관, 지방의 양반들이 스스로 신선이 돼 노닐다 떠나간 흔적들이다. 팀으로 놀다간 기록도 있는데, 매긴 서열이 재미있다. 목사, 목사의 장남(長男), 이방(吏房) 순이다. 새겨진 글씨 중에는 '제주축항사무소 직원 일동'도 있다.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