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일의 세상읽기]짜장면과 이쑤시개
입력 : 2011. 09. 07(수) 00:00
필자가 시켜서 먹는 중국집 전화는 신파 영화의 변사조(辯士調)로 응답한다. "짜장이냐 짬뽕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짬뽕'은 일본서 온 말이다. 그래도 대신할 말이 없어 일찌감치 표준어가 됐다. 그러나 짜장면은 '자장면'으로 쓰도록 강요를 당해 왔다.

법이 그러니까 필자도 글은 '자장면'으로 썼다. 그러나 주문(注文)해 먹는 음식은 늘 '짜장면'이었다. '자장면'이라고 하면 닉닉해 '짜장면'과는 다른 음식처럼 느껴졌다. 국민의 99.99%는 '짜장면'이라고 한다. 표준어를 정하는 국어연구원도 마침내 '짜장면'도 표준어로 삼는다고 선포했다.

문법과 말의 관계는 옷과 몸의 그것과 같다. 몸에 옷을 맞춰야지, 옷에 몸을 맞출 수 없다. '짜장면'은, 쓰지 말라 해도 국민이 한사코 써서 승리한 예다. 쓰자 해도 국민이 안 써 줘 좌절한 예도 있다.

육영수 여사는 '이쑤시개'가 싫었다. 자태와 언행이 우아(優雅)했던 여사는 '쑤시다'는 말이 천박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한글학회에 더 좋은 말이 없겠는가 물었다. 학회는 '이치개'가 좋겠다고 회신했다. 빗치개에서 착안해 만든 낱말이었다.

빗치개는 제주자연사박물관 2층 민속실 초입(初入)에 진열돼 있다. 비녀처럼 생겼는데, 끝은 송곳처럼 뾰족하다. 영문(英文) 설명은 '머리 장식품'이라고 돼 있다. 분명 머리와 상관이 있으나, 장식품은 아니고, 빗살의 틈새에 낀 때를 빼내는 도구다.

이때 '치다'는 틈새에 낀 잡스러운 것을 제거한다는 뜻이다. '도랑 치다'가 그 예다. 사실, 이쑤시개는 이빨을 '쑤시는' 도구가 아니다. 이빨 사이에 낀 잡스러운 것을 '치는' 도구다.

그 뒤 뜻있는 사람들이 운동본부까지 만들어, 이쑤시개 대신에 이치개로 쓰자는 캠페인을 펼쳤다. 그러나 수십 년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은 이쑤시개로 이빨을 '쑤시고' 있다.

정치처럼 언어도 중구난방(衆口難防)이다. 누구나 나서서 떠든다는 뜻이 아니라, 뭇 사람이 하는 말은 막기 어렵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국민을 이길 정부는 없다는 의미다.

<문학평론가>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2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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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소리 09-08 11:37삭제
제주의 소리 란에 리플다는친구 군아~ 침뱉지말아라~아무뎃글에그러면거삼가하여라
송현우 09-08 08:40삭제
잘 읽었습니다. 선생님의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
제겐 작은,그러나 결코 작지 않은 행복입니다.
늘 건강하시고 건필하십시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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