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일의 세상읽기]'어느새' 이야기
입력 : 2011. 08. 31(수)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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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즐겨 듣는 노래다. 카세트에 꽂아 놓고 들었는데, 미국 사는 외손자가 지난 여름방학 때 와서 살다가 돌아가며 들고 가 버렸다. 차 안에서 몇 번 듣고는 좋다며 달라는 데 달리 어쩌겠는가. 이국만리에서 초등학교 1년생이 이런 노래를 듣고 있을 것을 상상하면 웃음도 나고 기도 막힌다.
"어느새 내 나이도 희미해져 버리고/이제는 그리움도 지워져 버려/어느새 목마른 가슴을 모두 잃어 버린/무뎌진 그런 사람이 나는 되어만 가네."
대한민국의 보통국민이 되기 위해서는 연속극 1편은 일삼아 보아 줘야 한다고 믿는 필자다. 그런 소신이지만 연속극은 끊은 지 꽤 되고, 요즘은 뉴스 말고 보는 TV 프로그램이 '나가수'가 유일하다. 보다가 문득 생각을 해 봤다. 장필순이 나가면 어떨까.
그러나 안 될 일이다. 못 불러서가 아니다. 노래야 잘 부른다. 필자는 '어느새' 한 곡을 듣기 위해 '멜론' 회원이 됐다. '멜론'은 돈 내고 노래를 내려받아 듣는 사이트이고, '어느새'는 장필순이 부른 노래다.
그녀의 노래는 솔향처럼 그윽히 젖어 들어 늙은 가슴을 촉촉히 적셔 준다. 그러나 장필순이 나간다면 실수를 하는 것이다. '나가수'는 임재범, 박정현, 인순이가 노는 곳이다. 거기서 살아 남으려면 청중을 선동(煽動)하여 한껏 들뜨게 만들어야 한다. '어느새'처럼 조용하게, 그윽하게, 깊게 가라앉히는 노래는 승산이 희박하다.
'나가수'를 애청하는 필자는 간혹 걱정이 된다. '나가수'에 장필순 같은 가수가 설 수 없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뜨거운 사회'로 돌진(突進)하고 있는 간접증거가 아닐까 하는.
인류학자 레비 스트로스에 의하면, '뜨거운 사회'는 증기기관처럼 에너지를 산출하고 소비하면서 발전을 하는 사회다. 이 사회는 기술적으로 비약적 발전을 이루지만, 마침내는 견딜 수 없는 온도에 이르러 파괴, 무질서, 갈등으로 해체된다.
며칠 전 한라일보를 보고 알았는데, 장필순씨는 6년째 제주에 와서 살고 있다.
<문학평론가>
대한민국의 보통국민이 되기 위해서는 연속극 1편은 일삼아 보아 줘야 한다고 믿는 필자다. 그런 소신이지만 연속극은 끊은 지 꽤 되고, 요즘은 뉴스 말고 보는 TV 프로그램이 '나가수'가 유일하다. 보다가 문득 생각을 해 봤다. 장필순이 나가면 어떨까.
그러나 안 될 일이다. 못 불러서가 아니다. 노래야 잘 부른다. 필자는 '어느새' 한 곡을 듣기 위해 '멜론' 회원이 됐다. '멜론'은 돈 내고 노래를 내려받아 듣는 사이트이고, '어느새'는 장필순이 부른 노래다.
그녀의 노래는 솔향처럼 그윽히 젖어 들어 늙은 가슴을 촉촉히 적셔 준다. 그러나 장필순이 나간다면 실수를 하는 것이다. '나가수'는 임재범, 박정현, 인순이가 노는 곳이다. 거기서 살아 남으려면 청중을 선동(煽動)하여 한껏 들뜨게 만들어야 한다. '어느새'처럼 조용하게, 그윽하게, 깊게 가라앉히는 노래는 승산이 희박하다.
'나가수'를 애청하는 필자는 간혹 걱정이 된다. '나가수'에 장필순 같은 가수가 설 수 없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뜨거운 사회'로 돌진(突進)하고 있는 간접증거가 아닐까 하는.
인류학자 레비 스트로스에 의하면, '뜨거운 사회'는 증기기관처럼 에너지를 산출하고 소비하면서 발전을 하는 사회다. 이 사회는 기술적으로 비약적 발전을 이루지만, 마침내는 견딜 수 없는 온도에 이르러 파괴, 무질서, 갈등으로 해체된다.
며칠 전 한라일보를 보고 알았는데, 장필순씨는 6년째 제주에 와서 살고 있다.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