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일의 세상읽기]'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
입력 : 2011. 08. 24(수) 00:00
'해리포터' 시리즈는 67개국의 언어로 번역돼 4억 6천만권이 팔렸다. 영화로 만들어 번 돈만 70억 달러다. 우리돈으로 환산하면 물경(勿驚) 7조 수천억원이다.

그러나 시리즈의 첫번째 권인 '마법사의 돌'은 책을 내 주려는 출판사가 없었다. 무명의 작가가 쓴 이 황당한 이야기는 출판사 12곳에서 거절당한 끝에 간신히 책으로 나올 수가 있었다. 이 출판사들은 땅을 치며 뒤늦은 후회를 해야 했다.

삼성이 안드로이드를 걷어찬 것도 그렇게 땅을 칠 이야기다. 안드로이드는 스마트폰에서 프로그램을 실행하도록 하는 구글이 만든 '개방형'의 혁신적 운영체제다. 아는 사람은 알고 아직 모르는 사람은 설명을 해도 무슨 소리인가 할 터이므로 이렇게만 알고 우리의 이야기로 가자. 삼성 측은 소문이 사실과 다소 다르다고 주장하나, 떠도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지금은 구글의 수석부사장이 된 안드로이드의 개발자 앤디 루빈씨가 투자자를 찾아서 구글보다 먼저 간 곳이 삼성이었다. 그러나 그 아이디어의 가치를 몰라본 삼성은 그를 면박(面駁)만 주고는 되돌려보냈다. 제 발로 찾아온 평강공주를 바보 온달이 발로 차 버린 기막힌 이야기다.

그것이 사실이면 삼성은 '해리포터'를 몰라본 그 출판사들과 같은 치명적 실수를 한 것이다. 한편 저자가 자기 책의 가치를 몰라본 경우도 있다.

'반지의 제왕' 저자는 소설의 영화 판권을 단돈 79달러에 넘겨 버렸다. 저자의 시대에는 아직 컴퓨터가 없었다. 그는 자신의 소설에서 무궁무진 펼쳐지는 판타지를 영화로는 도저히 만들어낼 수 없을 거라고 여겼다. 아마도 그의 손자들은 영화로 만들어진 '반지의 제왕'을 돈 주고 입장해 관람하며 할아버지의 '무지용맹(無知勇猛)'을 한없이 원망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의 이야기로 가자. '반지의 제왕' 저자처럼, 지금의 우리 역시 제주의 오름과 곶자왈과 해변을 너무 서둘러서 값싸게 넘기는 치명적 실수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하여 훗날 손자들로부터 우리의 '무지용맹'이 원망을 듣게 되는 것은 아닐까.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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