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일의 세상읽기]째진 눈의 비(悲)
입력 : 2011. 08. 19(금) 00:00
헤밍웨이는 장편보다는 단편이 훌륭하다. 필자의 판단은 그렇다. 그러나 문학을 논하자는 것이 아니다. 하려는 이야기는 사람의 눈매에 관한 것이다.

헤밍웨이의 뛰어난 단편 '아버지들과 아들들'에, 이제는 한 아들의 아버지가 된 주인공이 소싯적 사귀었던 인디언 소녀의 '납작한 눈'을 회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움푹 패인 서양 눈과 달리, 인디언들의 눈은 동양인의 그것처럼 평평하다. 같은 동양인인 우리의 눈도 마찬가지다. 헤밍웨이의 주인공은 그런 눈을 소녀의 중요한 매력 중의 하나로 소개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섹시한 여자로 뽑히기도 했던 영화 '트랜스포머'의 여주인공 메간 폭스 양이 대한민국 가수 비와 데이트를 하고 싶다고 해 상관없는 우리들까지 공연히 즐겁게 했었다. 그녀도 비의 식스팩 복근(腹筋)과 그의 '납작한 눈'에 끌렸을 것이다. 그러나 동양적 눈매가 환영만 받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 어머니가 아홉 살 딸과 여섯 살 아들이 보는 앞에서 독일 여성에게 폭행을 당했다. 그것도 백주(白晝) 전차 안에서였다. 이유는 피해자의 '째진 눈'이 싫다는 것이었다. 지지난 주 독일의 어느 지방도시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낯선 것을 대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양극적이다. 끌리거나 미워한다. 끌리는 것은 그것이 새롭기 때문이다. 미워하는 것은 그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병적인 우월감은 병적인 불안감의 표현이기가 쉽다. 그 둘은 동전의 안팎과 같다. 자신이 굳건하면 남을 미워할 이유가 없다. 그런 점에서 폭력적인 인종주의자는 겁쟁이들이다. 철학자 버트랜드 러셀이, 히틀러가 용감한 사람이었다면 유태인을 박해하지 않았을 거라고 했을 때, 그는 이런 진실을 이야기했던 것이다.

그들은 비겁할 뿐 아니라 기만적이다. 자신의 악을 타인에게 투사(投射)하여 그것을 타인의 악이라고 비난하기 때문이다. 가장 딱한 것은, 인종주의자는 대개의 경우 자신이 인종주의자라는 것을 모른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인종주의의 가장 위험한 덫이다.

다문화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는 이 모든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일 수 없다. <문학평론가>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1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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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gsamk 08-19 23:33삭제
오랜동안 우리 조상님들,, 해풍에 시달리고 육지 새끼들 한테 시달리고.. 이 각박한 섬에서 생존을 해왔건만 아직도 또또또..육지놈들이
태풍을 견디며 해풍을 견디며
섬을 지켜 왔건 만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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