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일의 세상읽기]어른들의 반란
입력 : 2011. 07. 29(금) 00:00
미국의 한 식당이 '6세 미만 출입금지' 안내문을 내걸었다. 그러자 매출이 20%나 올랐다. 그 동안 어른들이 어린이들에게 '쌓인' 것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그 식당 주인은 말했다. "아이가 부모에게는 세상의 중심이겠지만, 온 세상의 중심은 아니다." 격려의 편지도 각지에서 식당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서로 표현은 달라도 편지의 취지는 한결같았다. "거, 속이 다 시원하다."

신문에서 문제의 기사를 읽은 아내가 함께 있는 손주를 애틋한 시선으로 힐끗 살피고는 혼잣말처럼 한마디했다. "점잖으면 그게 아이인가. 어른이지." 서양에는 이런 속담이 있다. "어린이가 가만히 있으면 뭔가 욕먹을 짓을 한 것이다."

예술가들은 어린이의 그런 방약무인(傍若無人)에 곧잘 매료되곤 한다. 프랑스 비평가 조르주 바타이유는 소설 '폭풍의 언덕' 속의 남녀 주인공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사랑이 시작되는 유년기를 이런 말로 소개하고 있다. "그들은 아무런 강요도, 관습의 구속도 없이 드넓은 벌판에서 야생동물처럼 달리며 지냈다."

인류의 뇌리에 영원한 연인으로 각인(刻印)된 이 남녀의 사랑은, 다시 말해, 어른 세계가 명령하는 예의바름을 거부한 어린이들이 지르는 자유의 함성과 같다는 것이다.

구속 없이 드넓은 벌판에서 야생동물처럼 달리며 자유의 함성을 마구 질러대는 것. 그것은 버릇없는 아이들이 식당에서 하는 행동이기도 하다. 어린이의 방자(放恣)함를 찬양하는 예술가도 그런 '야생동물'과 어울려서 식사하고 싶을 것 같지는 않다. 갖춰진 코스 요리를 먹는 자리일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렇긴 해도 그 미국 식당 주인의 조치는 과잉방어(過剩防禦)다. 죄를 지은 당사자만 처벌하는 것이 근대 형법의 원칙이다. 얌전한 아이들은 억울하다. 얌전한 아이들에게 그것은 '연령 연좌제(連坐制)'로, 미국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매우 커 보인다.

설사 그들이 유죄라 해도 주베르의 말씀은 여전히 유효하다. '명상록'에서 그는 "어린이에게 필요한 것은 비평보다 본보기"라고 했다. 역시 어른이 문제라는 이야기다.

<문학평론가>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1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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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메마씸 07-30 11:12삭제
어제 어떤 '강남좌파'의 스폰서로 오랫만에 흠뻑 취해서 좀전에 겨우 기침하였고, 습관적으로 이 한라일보 싸이트를 방문하게 되었는데, 역시 나에게 묘한 웃음거리를 많이 제공해준다. 하. 하. 하.

정말, 애들은 각양각색이다. 마치 어른들이 그러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공공장소에서 버릇없게 애를 방치하는 나라는, 내 경험에 따르면, 중국이 가장 심하고 그 다음 한국이 아닐까 싶다.

중국은, 모두 익히 아다시피, 소수민족을 빼고는 한가구당 1자녀만 갖는 것이 거의 강제화되어 있기 때문에, 어린애들은 그야말로 황제와 같은 대접을 받는다. 그래서 아에 애들을 小皇帝(샤오황띠)라고 부를 정도다.

한마디로 정말 버릇이 없다. 마구 소리를 질러대고 아무대나 뛰어다니고 심지어는 남의 물건에도 흠집을 내곤 한다. 그래도 부모들은 아무런 제지를 안한다. 가끔 중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탈때면, 화가 나서 머리를 한대 쥐어 박거나, 부모와 싸우고 싶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정말 몰상식의 극치다.

그럼, 한국은 어떤가 ? 아마, 절반정도가 그런 편이다. 가정교육이 잘 되어 있는 교양있는 부모들은 애들이 공공장소에서 무례하게 구는 행동을 제지하지만, 역시나 여기도 개념 없고 교양 없는 사람들은 애들을 마음껏 날뛰도록 방치한다. 심지어, 박물관이나 사찰 같은 데에서도 그럴진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반면, 일본은 어떤가 ? 내가 아는 한 그리고 경험한 바로는 거의 그러는 경우가 없다. 아주 어릴적부터 한겨울에도 반바지를 입혀서 유치원이나 학교에 보내면서 '인내와 절제'를 가르친다고 한다. 이게 꼭 옳단느 것이라 주장은 못하겠지만, 최대한 남에게 불편을 끼치게는 안할려고 한다.(작금의 독도문제와 같은 치사한 부분은 정치적 문제니 별도로 하고...)

얌전한 아이들까지 연좌제의 굴레를 씌워서 입장을 거부하는 미쿡의 어느 식당주인이 헌법에 위배될 개연성 ? 물론 있을 수 있겠죠 ? ㅎㅎㅎ

그럼, 어떤 악동의 발광(發狂)으로, 비싼 돈주고 느긋하게 만찬을 즐기려고 간 다수의 손님이 당하는 기대효익이랄까 기대분위기에 대한 침해는 누가 보상해줄까 ?

그렇담, 사전검열을 통하여, 발광을 안할 것 같은 어린이 동반자만 입장 ? 이것도 좀 우습진 않을까 ? 그래서, 사회는 보편적 가이드 라인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 아닐까 ?

오늘도 상큼하게 웃으며, 하루를 시작해 본다. 하. 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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