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일의 세상읽기]임꺽정의 수난
입력 : 2011. 07. 27(수)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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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임꺽정은 공식적인 영웅이다. 그의 의적(義賊) 활동이 자신들의 혁명사업과 상통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북한에서 영화 '림꺽정'의 주제가가 금지곡이 됐다는 뉴스는 다소 뜻밖이다. 워낙 닫고 사는 곳이라 어떤 속사정인가는 알 수 없으나, 뉴스에 의하면 "백성의 등 갉아 먹는 이 세상" 운운 한 노랫말 때문이라고 한다.
혁명의 끝은 종종 역설(逆說)적이다. 혁명이 성공한다. 그러면 박해당하던 자가 박해하는 자가 된다. 그런 역설에 몸담기가 싫어 체 게바라는 쿠바를 떠났을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 싸르트르가 '20세기의 가장 완벽한 인간'이라고 칭한 인물이다. 21세기가 돼도 그는 여전히 가장 인기있는 캐릭터다. 사람들이, 혁명과 가장 동떨어진 사람들조차도 이 혁명가에 매료(魅了)되는 이유가 뭘까. 외모도 그 이유의 하나일 것이다. 그는 멜로영화의 남자 주인공처럼 잘생겼다. 그러나 그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순수성이다.
그는 순도(純度) 100%의 혁명가였다. 의사라는 보장된 삶을 포기하고 쿠바혁명에 뛰어든 그는, 쿠바 혁명정부에서 누릴 수 있었던 권력의 단맛도 뿌리치고, 볼리비아 정글로 들어가 싸우다 붙잡혀서 총살당한다.
혁명의 역설. '림꺽정' 금지는 그것의 답습(踏襲)이다. 혁명가요가 금지곡이 됐다. 타도를 외치던 자들이 타도의 대상이 된 것이다. 문제는, 그런 노랫말을 빼고는 임꺽정을 이야기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북한 당국자에게 임꺽정은 거북스러운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노래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하자. 미국인들이 동상까지 세워 숭배하는 흑인 여자가수가 있다. 빌리 홀리데이가 부른 '이상한 열매'는 미국에서 한때 방송금지곡이었다. 노랫말 때문이었다. 노랫말에서 '열매'는, 백인들이 목매달아 죽인 흑인 시신의 비유(比喩)다.
그 뒤 미국은 흑인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백인들의 생각이 바뀌자 노래를 금지할 이유도 없어졌다. 금지는 해법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임꺽정이 갔던 길-정녕 인민을 위하는-을 북한이 따라가면, 그러면 다 풀릴 일이다.
<문학평론가>
그런 북한에서 영화 '림꺽정'의 주제가가 금지곡이 됐다는 뉴스는 다소 뜻밖이다. 워낙 닫고 사는 곳이라 어떤 속사정인가는 알 수 없으나, 뉴스에 의하면 "백성의 등 갉아 먹는 이 세상" 운운 한 노랫말 때문이라고 한다.
프랑스 철학자 싸르트르가 '20세기의 가장 완벽한 인간'이라고 칭한 인물이다. 21세기가 돼도 그는 여전히 가장 인기있는 캐릭터다. 사람들이, 혁명과 가장 동떨어진 사람들조차도 이 혁명가에 매료(魅了)되는 이유가 뭘까. 외모도 그 이유의 하나일 것이다. 그는 멜로영화의 남자 주인공처럼 잘생겼다. 그러나 그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순수성이다.
그는 순도(純度) 100%의 혁명가였다. 의사라는 보장된 삶을 포기하고 쿠바혁명에 뛰어든 그는, 쿠바 혁명정부에서 누릴 수 있었던 권력의 단맛도 뿌리치고, 볼리비아 정글로 들어가 싸우다 붙잡혀서 총살당한다.
혁명의 역설. '림꺽정' 금지는 그것의 답습(踏襲)이다. 혁명가요가 금지곡이 됐다. 타도를 외치던 자들이 타도의 대상이 된 것이다. 문제는, 그런 노랫말을 빼고는 임꺽정을 이야기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북한 당국자에게 임꺽정은 거북스러운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노래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하자. 미국인들이 동상까지 세워 숭배하는 흑인 여자가수가 있다. 빌리 홀리데이가 부른 '이상한 열매'는 미국에서 한때 방송금지곡이었다. 노랫말 때문이었다. 노랫말에서 '열매'는, 백인들이 목매달아 죽인 흑인 시신의 비유(比喩)다.
그 뒤 미국은 흑인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백인들의 생각이 바뀌자 노래를 금지할 이유도 없어졌다. 금지는 해법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임꺽정이 갔던 길-정녕 인민을 위하는-을 북한이 따라가면, 그러면 다 풀릴 일이다.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