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일의 세상읽기]꽁초 투척에 대하여
입력 : 2011. 07. 15(금) 00:00
타산지석(他山之石)에서 배운다고 한다. 오늘의 타산지석은 프랑스의 파리다. 파리 사람들은 꽁초를 거리 아무데나 버린다. 그 곳의 법이 어떤지는 모르나, 아무튼 종종 그런다. 국민성 탓일 리는 없고-국민성 이론은 케케묵은 미신(迷信)에 불과하다-십중팔구 하수도 때문일 것이다.

소설 '레미제라블'에서, 장 발장이 부상당한 마리우스를 둘러메고 도망쳤던 곳도 바로 하수도였다. 파리의 하수도는 그렇게 크고 넓다. 그런 하수도에 대한 시민들의 자부심(自負心)도 커서 그들은 하수도 박물관도 만들었다. 파리 관광객이 반드시 들르는 명소다.

하수도가 워낙 잘 돼 있으므로, 꽁초 따위를 함부로 버려도 별 문제가 안 된다. 새벽에 살수차(撒水車)가 한 차례 지나고 나면 아스팔트 위의 모든 쓰레기가 하수도로 쓸려 들어가, 거리는 아침 세수를 한 얼굴처럼 다시 깨끗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하수도는 그다지 신통치가 않다. 그러니 살수차의 효력도 한계가 있다. 그래도 버린다.

퇴직을 하고 나서는 밖에 나다닐 일이 크게 줄었지만 그래도 어쩌다 나가면 반드시 보게 되는 것이, 자동차 차창 밖으로 담배꽁초가 휘릭 비상(飛翔)하는 광경이다. 그런데도 거리가 깨끗하다. 그래서 투척(投擲)이 점점 더 과감해지는 것이리라.

처음에는 쫓아가 차창을 통해 눈을 흘겨 주기도 해 봤다. 그러나 매번 그러기에는 경우가 너무 많다. 시험 삼아 헤어 보면 놀랄 것이다. 구제주와 신제주 사이를 왕복(往復)하는 동안 많을 때는 두 세 명, 적어도 한 명 이상은 꼭 만나게 된다.

그런 조우(遭遇)는 사람을 화나게 만든다. 화는 건강을 해친다. 그래서 참기로 했다. 건강을 위해서. 나아가, 경제를 위해서도.

버리는 사람이 있으면, 치우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렇게 치워서 받은 일당은 소박한 저녁거리를 사서 귀가하는 인부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 주고, 그 날의 수입을 헤아리는 반찬 가게 주인의 입가에도 작은 미소가 떠오르게 할 것이다 등등.

그런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좀 나아진다. 그 사람들, 그만큼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는 이야기다.

<송상일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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