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일의 세상읽기]노인 수난 시대
입력 : 2011. 07. 06(수) 00:00
인터넷에서는 그들을 '패륜녀' '막말남'으로 부른다. 지하철에서 젊은이가 노인에게 욕을 하거나 폭행하는 동영상이 심심찮게 인터넷에 올라온다. 불상사(不祥事)는 주로 지하철의 자리다툼에서 비롯된다. 그 이유가 퍽이나 상징적이다. 노인들이 '자리'를 뺏기고 사회로부터 쫓겨나고 있는 것이다.

제주에는 지하철이 없는 것을 감사해야 하나. 그러나 버스 안이나 집안도 그 곳이 될 수 있다. 아들이 목을 조른다. 며느리가 구박(驅迫)한다. 뉴스를 보니, 이런 신고가 지난해보다 25%나 늘었다. 제주의 노인들은 얼마나 안녕하신가.

힘이 전부인 짐승 사회에서 늙는 것은 곧 도태(淘汰)를 의미한다. 노인의 존재는 인간 사회와 짐승 사회를 나누는 하나의 척도(尺度)가 돼 준다.

늙은 숫사자는 젊은 숫사자에게 암사자와 새끼들을 뺏기고 홀로 광야로 쫓겨나 떠돌다 죽는다. 이때 젊은 숫사자는 암사자는 차지하고 늙은 숫사자의 새끼들은 모조리 죽여 버린다.

노인 학대는 우리 사회가 인간 사회에서 짐승 사회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힘이 정의(正義)를 대신하는 동물의 왕국이 돼 가고 있음이다. 재벌은 탈세를 해도 괜찮다. 그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TV의 서바이벌 게임-예컨대 '나는 가수다'-은 필자도 즐겨 본다. 그러나 이런 장면에서는 으스스 소름이 돋았다.

에드워드 권이 진행하는 요리 경연이었는데, 진 팀은 쫓겨날 한 명을 동료들이 직접 지목해야 한다. 권 씨는 강변했다. "남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필자의 귀에 권 씨의 그 말은 인간의 소리로 들리지 않았다. 그것은 사나운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소리였다.

인간이 짐승과 다른 점의 하나는, 인간은 '염려'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경로사상은 이 염려에서 나온다. 모든 인간은 늙는다. 물론 나도 늙는다. 경로사상은 자신의 노후를 염려하여 반드시 확보해 둬야 하는 안전장치, 일종의 보험인 것이다.

노인을 괴롭히는 젊은이. 그는 지금 미래의 자신을 구박하고 있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1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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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메마씸 07-06 15:21삭제
나도 어느덧 기성세대로 승급(?)하고 보니, 요즘 젊은 사람들의 무례함과 무질서에 적잖은 신경이 쓰인다. 아마, 세상 탓일 수도 있겠으나, 공교육과 가정교육 붕괴에 따른 불미스런 산물인 것 같아 괜히 씁쓸하다.

동방예의지국의 엄준한 장유유서의 틀에 속박되기 까지야 원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질서와 양보의식 정도는 갖추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성숙한 민주시민들이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노소를 불문하고, 질서 좀 지키며 살아갑시다. 그리고, 웬만하면 자리양보/통행양보/양보운전 등 양보가 미덕이 되고 생활화 되보도록 합시다.

아직도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바르게 살기 운동'이란 단체가 있어서, 각종 행사나 기념비 제작은 잘하나, 실생활에서의 흔적은 잘 드러나지 않든데, 아직도 관변단체로서 수혈을 받고 있다면, 제 역할 좀 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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