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일의 세상읽기]시에게 배우다
입력 : 2011. 07. 01(금)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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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5호 '메아리'는 큰 피해 없이 지나갔다. 뉴스에는 그렇게 났다. 그러나 은퇴하여 농사를 짓는 고우(故友)의 블로그 '농사 일기'에는 이런 글이 올라와 있다. "2011년 6월 26일. 텃밭을 보면서 그만 할 말을 잃다."
문득 시 한 수가 달음질로 필자의 뇌리를 지나갔다. "대추가 저절로/붉어질 리 없다./저 안에 태풍 몇 개/천둥 몇 개/벼락 몇 개."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라는 시다. 대추라. 필자가 그 미덕을 존경해 마지 않는 열매다.
한방(漢方)에서는 삼계탕에 든 대추는 먹지 말라고 한다. 나쁜 닭기름을 그 열매가 빨아들여 함빡 머금고 있기 때문이다. 존경스럽지 않은가. 해로운 것은 내가 다 먹을 테니, 너희는 이로운 것만 먹으라는 그 몸바침이.
고백컨대, 이 명상(瞑想)은 빌려 온 것이다. 삼계탕에서 대추를 건져 내다 생각난 것이 안도현 시인의 시 '연탄재'였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움이 되었느냐?" 사실을 굳이 밝히는 것은 남의 아이디어를 내 것인 양 둘러대는 것이 싫어서다. 필자의 글에 인용(引用)이 많은 이유다.
얼마 전에도 시를 읽고 또 한 수 인생을 배웠다. 다음은 제주 시인 김수열씨의 시 전문(全文)인데, 제목이 '고등어를 굽다가'다.
"등 푸른 고등어 한 손 사다/절반은 구이용으로 패싸고/나머지는 조림용으로 토막 내고//불판에 올려 고등어를 굽는다/적당히 달구어 뒤집어야/유연한 몸매 그대로 살아/푸른 물결 찰당이는데/대책 없는 서툰바치/뒤집을 때마다 몸통 갈라지고/머리통 떨어져나간다/능지처참이다//사람 만나는 일/더도 덜도 말고 생선 굽듯 하라는데/얼마나 많은 사람 망가뜨리면서/나는 여기까지 왔을까/또 얼마나 많은 사람 무너뜨리면서/남은 길 가야 하는가."
역사는 테러리즘으로 타락한 신념의 긴 목록(目錄)을 보여준다. "얼마나 많은 사람 망가뜨리면서/나는 여기까지 왔을까/또 얼마나 많은 사람 무너뜨리면서/남은 길 가야 하는가." 이 인식의 유무(有無)에서 신념가는 인간이 되거나 짐승이 된다. <문학평론가>
문득 시 한 수가 달음질로 필자의 뇌리를 지나갔다. "대추가 저절로/붉어질 리 없다./저 안에 태풍 몇 개/천둥 몇 개/벼락 몇 개."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라는 시다. 대추라. 필자가 그 미덕을 존경해 마지 않는 열매다.
고백컨대, 이 명상(瞑想)은 빌려 온 것이다. 삼계탕에서 대추를 건져 내다 생각난 것이 안도현 시인의 시 '연탄재'였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움이 되었느냐?" 사실을 굳이 밝히는 것은 남의 아이디어를 내 것인 양 둘러대는 것이 싫어서다. 필자의 글에 인용(引用)이 많은 이유다.
얼마 전에도 시를 읽고 또 한 수 인생을 배웠다. 다음은 제주 시인 김수열씨의 시 전문(全文)인데, 제목이 '고등어를 굽다가'다.
"등 푸른 고등어 한 손 사다/절반은 구이용으로 패싸고/나머지는 조림용으로 토막 내고//불판에 올려 고등어를 굽는다/적당히 달구어 뒤집어야/유연한 몸매 그대로 살아/푸른 물결 찰당이는데/대책 없는 서툰바치/뒤집을 때마다 몸통 갈라지고/머리통 떨어져나간다/능지처참이다//사람 만나는 일/더도 덜도 말고 생선 굽듯 하라는데/얼마나 많은 사람 망가뜨리면서/나는 여기까지 왔을까/또 얼마나 많은 사람 무너뜨리면서/남은 길 가야 하는가."
역사는 테러리즘으로 타락한 신념의 긴 목록(目錄)을 보여준다. "얼마나 많은 사람 망가뜨리면서/나는 여기까지 왔을까/또 얼마나 많은 사람 무너뜨리면서/남은 길 가야 하는가." 이 인식의 유무(有無)에서 신념가는 인간이 되거나 짐승이 된다.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