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일의 세상읽기]정치는 나쁘다는 생각
입력 : 2011. 06. 15(수) 00:00
'호랑나비'의 가수가 부른 이런 노래도 있다. "옆구리가 시리다. 애인이 사랑이 너무나 그립구나. 으아~. 세상살이 힘들어 모두들 지쳐가네. 용기와 희망이 이제는 필요하다. 으아~ ."

시도 때도 없이 '으아'로 들이대는 모습을 보면 궂은 비 오는 날씨에도 기분이 쾌청해진다. 그런 그가 신문에 났다. 사진 속 얼굴이 잔뜩 굳었다. 피켓도 들었다. 방송국 앞에서 1인 시위(示威)를 하는 장면이었다.

그는 "나는 방송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적이 없다"고 했다. 자신이 정몽준 의원과 친하다는 이유로,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퇴출당했다는 주장이었다.

어간(於間)의 사정을 모르므로 필자는 할 말이 없다. 할 이야기는 '정치'라는 낱말의 쓰임에 관한 것이다. 김 씨의 주장에도 쓰인 '정치적으로'라는 말은 흔히 다음과 같은 의미로 통한다. 부당하게, 표리부동(表裏不同)하게, 음흉하게, 사악하게 등등.

자고이래(自古以來) 정치는 불신을 당해 왔다. 혁명군을 이끌고 하바나에 입성한 카스트로는 말했다. "우리는 정치가가 아니다. 우리는 정치가를 쫓아내려고 왔다."

히틀러도 있다. 그 때까지도 투덜대는 백수건달에 불과했던 그는 1919년 한 건물의 지하술집에서 자신과 세계의 운명을 바꿀 일장연설을 한다. 그 때 그가 한 말이다. "독일은 정치가와 유태인들에게 배신당했다. 우리를 배신한 이 인간들로부터 권력을 탈취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도 정치가다. 정치를 비난함으로써 권력을 잡은 정치가들이다.

동남권 신공항 유치을 놓고 부산과 대구가 다툴 때, 필자는 그 두 도시를 지날 기회가 있었다. 진짜 살벌했다. 그 당시 정부 사람들이나 언론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정치논리는 안 된다'였다. 그 뒤 과학벨트 입지 선정 때의 주장도 그랬다.

정치논리가 안 되면 무슨 논리는 되는가. 그들에 따르면, 경제논리라야 된다. 그러나 그것도 정치적 계산이 깔린 어두운 논리일 수 있다. 경제학의 원 이름이 '정치경제학'인 이유를 음미(吟味)해 볼 필요가 있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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