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일의 세상읽기]무릎팍 도사는 답을 알고 있다
입력 : 2011. 06. 10(금) 00:00
가가

제목이 특이하다. '가마솥경(釜經)'이다. '잡아함경'에 실린 콩트처럼 짤막한 경인데, 이런 내용이다.
아침에 3백 가마, 점심에 3백 가마, 저녁에 3백 가마의 밥을 지어 배고픈 중생을 먹이는 자선가가 있었다. 또 한 사람은 농부인데, 소젖을 짜다가 잠깐 모든 중생을 사랑하는 마음을 품었다. 부처님이 묻는다. "이 두 사람 중 누구의 공덕이 더 큰가." 그리고 대답하신다. "소젖 짜는 농부의 공덕이 백 배, 천 배, 억 배 더 크다."
쉽지 않은 이야기다. '부경'의 가르침은, 생각하는 것보다 실천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상식에 어긋나 보인다. 그러나 기독교 신자는 그 가르침이 낯설지가 않다. 사도 바울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모든 재산을 나눠준다 해도 나에게 사랑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린토 전서 13, 3).
TV를 보던 필자가 놀란 시늉을 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재방송이었을 것이다. 강호동씨가 연지 찍고 나와 유명인사를 붙들고 너스레를 떠는 토크쇼인데, 그날 손님은 박경철씨였다.
'시골 의사'라는 필명(筆名)이 더 유명한 박 씨는 주식 투자가, 저술가, 강사, 방송 MC 등으로 맹활약 중인 진짜 의사다. 하는 일이 많은 박 씨는 "오지랖이 넓은 것이 고민"이라고 했다. 필자의 관심을 끈 것은 "중심만 잃지 않으면 맘껏 오지랖을 넓히라"는 '도사'의 대답이었다.
여기서 '중심을 잃지 말라'는 것은 '사랑을 잃지 말라'는 의미다. 박 씨는 "병원을 팔아서라도 극빈자에게는 진료비를 받지 말자"고 주장해 파문(波紋)을 일으켰던 장본인이다. 이럴 때 보면 '무릎팍도사'는 철학자다. 강호동씨는 알까. 일찍이 아우구스티누스도 같은 취지의 말을 했다. "사랑하라. 그리고 하고 싶은 것을 하라."
병원 문을 닫더라도 공짜로 환자를 고치라고 할 염치가 필자는 없다. 대학 문을 닫더라도 등록금 받지 말고 학생을 가르치라고 할 용기도 없다. 그러나 시작해야 할 곳은 안다. 환자의 고통, 학생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느끼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아침에 3백 가마, 점심에 3백 가마, 저녁에 3백 가마의 밥을 지어 배고픈 중생을 먹이는 자선가가 있었다. 또 한 사람은 농부인데, 소젖을 짜다가 잠깐 모든 중생을 사랑하는 마음을 품었다. 부처님이 묻는다. "이 두 사람 중 누구의 공덕이 더 큰가." 그리고 대답하신다. "소젖 짜는 농부의 공덕이 백 배, 천 배, 억 배 더 크다."
TV를 보던 필자가 놀란 시늉을 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재방송이었을 것이다. 강호동씨가 연지 찍고 나와 유명인사를 붙들고 너스레를 떠는 토크쇼인데, 그날 손님은 박경철씨였다.
'시골 의사'라는 필명(筆名)이 더 유명한 박 씨는 주식 투자가, 저술가, 강사, 방송 MC 등으로 맹활약 중인 진짜 의사다. 하는 일이 많은 박 씨는 "오지랖이 넓은 것이 고민"이라고 했다. 필자의 관심을 끈 것은 "중심만 잃지 않으면 맘껏 오지랖을 넓히라"는 '도사'의 대답이었다.
여기서 '중심을 잃지 말라'는 것은 '사랑을 잃지 말라'는 의미다. 박 씨는 "병원을 팔아서라도 극빈자에게는 진료비를 받지 말자"고 주장해 파문(波紋)을 일으켰던 장본인이다. 이럴 때 보면 '무릎팍도사'는 철학자다. 강호동씨는 알까. 일찍이 아우구스티누스도 같은 취지의 말을 했다. "사랑하라. 그리고 하고 싶은 것을 하라."
병원 문을 닫더라도 공짜로 환자를 고치라고 할 염치가 필자는 없다. 대학 문을 닫더라도 등록금 받지 말고 학생을 가르치라고 할 용기도 없다. 그러나 시작해야 할 곳은 안다. 환자의 고통, 학생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느끼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