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일의 세상읽기]비유로 본 중수부 논란
입력 : 2011. 06. 08(수)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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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숙지간(怏宿之間)이 있었다. 그 중의 한 집이 개를 키웠다. 무시무시한 도사견인데, 적수를 겁주고 혼내는 데 아주 유용했다. 그런데 이 놈이 이따금 주인을 무는 사고를 쳤다. 두 집안이 모처럼 뜻이 모아져 위험한 동물을 없애기로 한다.
그런 합의는 해프닝으로 끝날 모양이다. 긴 회의 끝에 청와대가 생각을 밝혔다. "중수부를 없애면 거악(巨惡)이 편히 잠들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해(利害) 당사자인 검찰총장도 성명을 냈다. 중수부 폐지는 "상륙작전 도중에 해병대 사령부를 없애는 격"이라고 했다.
'상륙작전'은 부실 저축은행 수사를 비유한 말이다. 문학을 하는 필자는 비유의 오용(誤用)에 직업적으로 민감한 편이다. 중수부를 존속할까 폐지할까 논란은 '구조'의 개선에 관한 것이고, 부실 저축은행 수사는 '사건'에 관한 것이다. 구조는 '늘 그러한 것'이고, 사건은 '일어나서 지나가는 것'이다. 사건의 처리를 이유로 구조의 개편을 반대하는 것은 서로 다른 차원을 뒤섞는 것이다.
'거악'의 비유도 문제있는 수사(修辭)다. 중수부의 존속을 지지하는 신문이 중수부의 공적을 일람표로 작성한 것을 보았다. 살펴보니,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은 어쩌지 못하고 죽은 권력만 사냥한다는 세론(世論)이 뜬소문만은 아닌 듯했다.
뒤가 켕기는 정치권이 중수부의 칼이 두려워 중수부를 없애려 한다는 주장도 있다. 양보(讓步)를 해서 그 주장이 맞다고 치자. 설사 그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검찰이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 국민의 절대 신뢰를 받고 있다면 어느 누구도 감히 검찰의 도사견을 없앨 엄두를 못 낼 것이다. 검찰이 칼이 돼서도 안 된다. 칼은 자기 의지가 없다. 칼은 자루를 잡는 권력의 의지에 따라 휘둘릴 뿐이다.
도사견의 비유가 지나치다고 여길 수도 있어 끝으로 덧붙인다. 지금의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추기경 시절 별명이 '신(神)의 로트바일러'였다. 로트바일러는 독일산 맹견이다. 신자에게 '신의 충견'은 극진한 칭송(稱頌)이다. 누구의 개냐가 문제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에서 '국민의 개'가 되는 것은 공직자의 의무이자 더없는 영예이다.
<문학평론가>
'상륙작전'은 부실 저축은행 수사를 비유한 말이다. 문학을 하는 필자는 비유의 오용(誤用)에 직업적으로 민감한 편이다. 중수부를 존속할까 폐지할까 논란은 '구조'의 개선에 관한 것이고, 부실 저축은행 수사는 '사건'에 관한 것이다. 구조는 '늘 그러한 것'이고, 사건은 '일어나서 지나가는 것'이다. 사건의 처리를 이유로 구조의 개편을 반대하는 것은 서로 다른 차원을 뒤섞는 것이다.
'거악'의 비유도 문제있는 수사(修辭)다. 중수부의 존속을 지지하는 신문이 중수부의 공적을 일람표로 작성한 것을 보았다. 살펴보니,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은 어쩌지 못하고 죽은 권력만 사냥한다는 세론(世論)이 뜬소문만은 아닌 듯했다.
뒤가 켕기는 정치권이 중수부의 칼이 두려워 중수부를 없애려 한다는 주장도 있다. 양보(讓步)를 해서 그 주장이 맞다고 치자. 설사 그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검찰이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 국민의 절대 신뢰를 받고 있다면 어느 누구도 감히 검찰의 도사견을 없앨 엄두를 못 낼 것이다. 검찰이 칼이 돼서도 안 된다. 칼은 자기 의지가 없다. 칼은 자루를 잡는 권력의 의지에 따라 휘둘릴 뿐이다.
도사견의 비유가 지나치다고 여길 수도 있어 끝으로 덧붙인다. 지금의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추기경 시절 별명이 '신(神)의 로트바일러'였다. 로트바일러는 독일산 맹견이다. 신자에게 '신의 충견'은 극진한 칭송(稱頌)이다. 누구의 개냐가 문제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에서 '국민의 개'가 되는 것은 공직자의 의무이자 더없는 영예이다.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