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일의 세상읽기]이솝은 몰랐던 경제
입력 : 2011. 06. 03(금) 00:00
가가

법인화를 반대하는 서울대 학생들이 총장실을 점거해 농성(籠城) 중이다. 걱정하는 소리를 했더니 누가 말했다. "난 상관 없네. 우리집은 서울대 갈 놈도 없고." 필자도 서울대 갈 자식은 없지만, 그래도 걱정이 된다.
법인화는 대학을 시장논리로 경영하겠다는 뜻이다. 지지난해 사립대를 인수(引受)한 재벌총수도 말했다. 대학도 시장논리에 따라야 한다고. 그는 대학이 실용학문을 하는 곳이 돼야 한다며 교양과목도 없앴다. 교양은 학생 스스로 쌓으면 된다고 했다.
시장논리의 그 다음 차례는 인문학과 무용론(無用論)이다. 이들에 따르면, 예컨대 철학책은 혼자서도 읽을 수가 있다. 따라서 대학에 철학과를 따로 둘 필요가 없다. 그럼 미대, 음대도 없애는 것이 좋겠다. 미술, 음악 공부는 도제(徒弟) 수업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실용학문도 반드시 대학을 다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돌팔이 의사도 병을 고친다. 의학도 독학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증거다. 의과대학도 없애자.
대학이 실용학문만 하는 곳이 돼야 한다는 것은 쌀, 라면 등 생존용 식량 이외의 식품-예컨대 과자류-은 슈퍼마켓에서 치워야 한다는 거나 같다.
언젠가도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실용주의는 닭대가리와 같은 것이다. 닭대가리에 볏이라는 치장(治粧)이 없으면 닭의 위엄도 없다. 인문학이라는 사치(奢侈)가 없는 실용주의는 인간의 위엄을 지닐 수 없다.
그러나 위엄 때문만이 아니다. 인문학과 무용론은 경제를 몰라서 하는 소리다. 만일 모든 대학을 공대화(工大化) 혹은 의대화(醫大化)한다면, 대한민국은 공대, 의대 나온 청년실업자로 넘쳐날 것이다.
경제의 동력은 직종의 실용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직종의 다양성에서 나온다. 버트랜드 러셀이 '게으름에 대한 찬양'이라는 에세이에서 말한 그대로다. 이렇게 말했다. "술을 마시거나 노름을 해서라도 돈을 쓰는 것이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나라경제를 위해서는 대학이 개미도 키우고 베짱이도 키워야 한다. 노예 출신의 이솝은 노래만 불러도 돈벌이가 된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문학평론가>
법인화는 대학을 시장논리로 경영하겠다는 뜻이다. 지지난해 사립대를 인수(引受)한 재벌총수도 말했다. 대학도 시장논리에 따라야 한다고. 그는 대학이 실용학문을 하는 곳이 돼야 한다며 교양과목도 없앴다. 교양은 학생 스스로 쌓으면 된다고 했다.
실용학문도 반드시 대학을 다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돌팔이 의사도 병을 고친다. 의학도 독학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증거다. 의과대학도 없애자.
대학이 실용학문만 하는 곳이 돼야 한다는 것은 쌀, 라면 등 생존용 식량 이외의 식품-예컨대 과자류-은 슈퍼마켓에서 치워야 한다는 거나 같다.
언젠가도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실용주의는 닭대가리와 같은 것이다. 닭대가리에 볏이라는 치장(治粧)이 없으면 닭의 위엄도 없다. 인문학이라는 사치(奢侈)가 없는 실용주의는 인간의 위엄을 지닐 수 없다.
그러나 위엄 때문만이 아니다. 인문학과 무용론은 경제를 몰라서 하는 소리다. 만일 모든 대학을 공대화(工大化) 혹은 의대화(醫大化)한다면, 대한민국은 공대, 의대 나온 청년실업자로 넘쳐날 것이다.
경제의 동력은 직종의 실용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직종의 다양성에서 나온다. 버트랜드 러셀이 '게으름에 대한 찬양'이라는 에세이에서 말한 그대로다. 이렇게 말했다. "술을 마시거나 노름을 해서라도 돈을 쓰는 것이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나라경제를 위해서는 대학이 개미도 키우고 베짱이도 키워야 한다. 노예 출신의 이솝은 노래만 불러도 돈벌이가 된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