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일의 세상읽기]중국으로 간 '주체'
입력 : 2011. 05. 25(수)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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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씨는 베이징 대학 교수다. 중국과 한국에서 공히 한반도 연구의 권위자로 통하는 조선족 학자다.
문정인 교수가 북한의 김정은 후계 구도를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즉답(卽答)했다. "그건 소설이다." 그런데 누구나 아는 바와 같이, 그 '소설'은 지금 현실이 돼 있다.
김 교수는, 김정은 후계를 운위(云爲)하는 것은 "북한이라는 나라를 완전히 비정상적인 국가로 보는 시각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문정인 교수의 책 '중국의 내일을 묻다'에 나와 있는 이야기인데, 문 교수와 김 교수의 대담은 2009년 10월 베이징대 구내식당에서 있었다. 지금부터 얼마 안 지난 이야기다.
김 교수는, 북한도 룰이 있는 정상적인 나라라고 했다. 그러니 김정은이 후계자가 될 리 없다고 했다. 그런데 될 리 없다던 그것이 현실이 됐다. 김 교수의 표현에 의하면, 북한은 룰이 없는 '완전히 비정상적인 나라'인 것이다. 김 교수의 지금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필자가 보기에, 북한의 권력 세습은 썩 논리적이다. 그 방면의 권위자인 김 교수는 북한의 이 점을 간과(看過)했다. 북한의 주체사상에 의하면, 공화국의 주체는 인민이다. 그런데 이 사상에 의하면, 그 인민을 인민보다 더 잘 아는 존재가 있다. 수령이다. 수령은 인민의 화신(化身), 주체의 주체다. 그 수령의 의지를 누가 가장 잘 파악하고 받들 것인가. 아들이다. 그리고 그 아들의 아들이다.
이 주체사상을 만든-그리고 끝까지 고수한-황장엽씨는 지금 대한민국 국립묘지에 누워 있다. 아이러니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그 주체의 나라의 주인이 후계자 책봉(冊封)을 위해 중국을 들락거리는 것이다. 대한민국도 정권이 바뀌면 미국의 인정을 받으려고 전정긍긍했던 적이 있다. 그 때 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 못 사는데다 정권도 비정상적이었다. 정통성 없이 통치하려니까 미국의 인정이 꼭 필요했다. 북한이 중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이유도 그것이다.
'우리 식으로' 주의(主義)는 줏대는 못 세우고 진짜 주체인 인민에게 금욕(禁慾)만을 강요하게 된다. 굶주림과 인권의 금욕.
<문학평론가>
문정인 교수가 북한의 김정은 후계 구도를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즉답(卽答)했다. "그건 소설이다." 그런데 누구나 아는 바와 같이, 그 '소설'은 지금 현실이 돼 있다.
김 교수는, 북한도 룰이 있는 정상적인 나라라고 했다. 그러니 김정은이 후계자가 될 리 없다고 했다. 그런데 될 리 없다던 그것이 현실이 됐다. 김 교수의 표현에 의하면, 북한은 룰이 없는 '완전히 비정상적인 나라'인 것이다. 김 교수의 지금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필자가 보기에, 북한의 권력 세습은 썩 논리적이다. 그 방면의 권위자인 김 교수는 북한의 이 점을 간과(看過)했다. 북한의 주체사상에 의하면, 공화국의 주체는 인민이다. 그런데 이 사상에 의하면, 그 인민을 인민보다 더 잘 아는 존재가 있다. 수령이다. 수령은 인민의 화신(化身), 주체의 주체다. 그 수령의 의지를 누가 가장 잘 파악하고 받들 것인가. 아들이다. 그리고 그 아들의 아들이다.
이 주체사상을 만든-그리고 끝까지 고수한-황장엽씨는 지금 대한민국 국립묘지에 누워 있다. 아이러니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그 주체의 나라의 주인이 후계자 책봉(冊封)을 위해 중국을 들락거리는 것이다. 대한민국도 정권이 바뀌면 미국의 인정을 받으려고 전정긍긍했던 적이 있다. 그 때 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 못 사는데다 정권도 비정상적이었다. 정통성 없이 통치하려니까 미국의 인정이 꼭 필요했다. 북한이 중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이유도 그것이다.
'우리 식으로' 주의(主義)는 줏대는 못 세우고 진짜 주체인 인민에게 금욕(禁慾)만을 강요하게 된다. 굶주림과 인권의 금욕.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