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일의 세상읽기]미국의 복수극
입력 : 2011. 05. 13(금) 00:00
미군이 빈 라덴을 쏴 죽였다. 이슬람권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사살당할 당시 빈 라덴이 비무장이었던 사실이 알려지자 항의는 더욱 확산일로(擴散一路)다.

알 카에다가 항의하고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필자를 난감케 하는 것은 온건한 이슬람의 동참(同參)이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2004년 대한민국 국민 김선일씨가 납치돼 살해당했을 때 김 씨는 무장한 상태였나. 이 사건은 알 카에다의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가 지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빈 라덴을 수장(水葬)시킨 것도 시신을 가족에게 넘겨 매장토록 규정한 율법에 어긋난다고 이슬람은 분노한다. 그런가. 목이 잘린 김 씨의 시신은 길가에 버려졌다. 그것은 대한민국 장례법에 어울리는 시신 처리가 절대로 아니다. 그래서 다시 묻는다.

그 때 온건한 이슬람들은 어디에 있었는가. 그들은 알 카에다를 비난하지 않았고, 김 씨와 그의 유족에게 조의(弔意)를 표하지도 않았다.

자부하지만, 필자는 이슬람에 대한 편견이 없다. 평생 글을 써 왔지만 단 한 번도 이슬람을 나쁘게 써 본 적이 없다. 오히려 "나치의 광기가 광적인 시오니즘을 낳고, 광적인 시오니즘이 광적인 이슬람 근본주의를 낳았다"(2007년 5월18일 세상읽기)는 사실을 알리려고 해 왔다.

그들이 주장에는 이유가 있다. 서방은 이슬람을 오해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 책임이 오해하는 쪽에만 있는가. 오해를 당하는 쪽도 오해하는 쪽을 계몽(啓蒙)할 책임이 있다. 그러기 위해 이슬람 온건파는 이슬람 과격파에게 "중지!"를 외치는 모습을 세계에 보여 줘야 한다.

공정을 기하려면 기독교에게도 같은 주문을 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기독교 과격파가 조계사에 들어가 땅을 짓밟는 따위의 일이 벌어졌을 때는, 온건한 기독교가 이들을 모질게-온건하지 않게-꾸짖어 줘야 한다.

끝으로 미국에 대한 평가다. 빈 라덴을 쏴 죽임으로써 미국은 마침내 9·11의 복수를 했다. 원시법에 따르면 당한대로 갚는 것이 정의다. 그러나 미국이 문명국인 것을 기억해야 한다. 문명의 법은 복수와 정의에 대한 판단이 매우 다를 수 있다.<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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