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일의 세상읽기]김연아가 영어 잘해 금메달 땄나
입력 : 2011. 04. 15(금)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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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미국. 실종 10세 소녀가 늪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12세, 17세 소년의 시신도 함께였다. 살해도구는 셋 모두 도끼였다.
범인은 이언이라는 남자와 마이러라는 그의 여친이었다. 남자는 나치 숭배자였다. 그는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원문으로 읽기 위해 독일어를 공부하고 있었다. 정신분석학자인 에리히 프롬이 다음과 같이 평한 책이다. "약간의 객관성만 갖고 읽어 보아도 교묘하게 거짓 꾸며낸 선전책자라는 것이 분명해진다."
그러나 대중은 열광했다. 히틀러는 대단한 선동가였다. 그의 언어는 이성과 논리보다 감정에 호소한다. 차라리 시(詩)에 가깝다. '늪의 살인자'가 히틀러를 읽기 위해 독일어를 공부했던 것은 그 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시는 번역을 하면 원시의 맛이 달아나 버린다. 그래서 번역은 반역이라고들 한다.
그런다고 고은(高銀) 선생에게 이제부터라도 공부해서 영시를 써 보시라고 할까. 우리네 시인들이 할 일은 오히려 우리말을 더욱 갈고 닦는 일일 것이다. 우리가 노벨문학상을 받기 위해서 필요한 사람은 우리말을 뛰어나게 구사(驅使)하는 일류 시인과, 그것을 훌륭한 외국어로 옮길 일급 번역가다.
인정하자. 셰익스피어를 제대로 음미(吟味)하기 위해서는 영어 공부가 꼭 필요하다. 그러나 뉴턴의 만유인력을 알기 위해 영어가 유창(流暢)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버트랜드 러셀의 멋진 표현을 빌리자면, '벌거벗은 숫자'로 이야기하는 수학은 수학자의 국적을 따지지 않는다. "나는 영어로 말할 수 없다. 그렇지만 물리는 말할 수 있다"고 말한 사람은 일본인 마스카와 도시히데 씨다. 2008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다. 그는 영어가 짧아 수상연설도 일본어로 했다.
망언다사(妄言多謝). 필자는 네티즌의 위트 하나를 못 당한다. 카이스트의 전과목 영어 수업에 대해 어느 네티즌이 이런 질문을 올렸다. "김연아가 영어 잘해 금메달 땄나?"
사실, 김연아는 영어를 곧잘 한다. 그러나 피겨를 잘하기 위해 반드시 영어도 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과학도 마찬가지다.
<문학평론가>
범인은 이언이라는 남자와 마이러라는 그의 여친이었다. 남자는 나치 숭배자였다. 그는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원문으로 읽기 위해 독일어를 공부하고 있었다. 정신분석학자인 에리히 프롬이 다음과 같이 평한 책이다. "약간의 객관성만 갖고 읽어 보아도 교묘하게 거짓 꾸며낸 선전책자라는 것이 분명해진다."
그런다고 고은(高銀) 선생에게 이제부터라도 공부해서 영시를 써 보시라고 할까. 우리네 시인들이 할 일은 오히려 우리말을 더욱 갈고 닦는 일일 것이다. 우리가 노벨문학상을 받기 위해서 필요한 사람은 우리말을 뛰어나게 구사(驅使)하는 일류 시인과, 그것을 훌륭한 외국어로 옮길 일급 번역가다.
인정하자. 셰익스피어를 제대로 음미(吟味)하기 위해서는 영어 공부가 꼭 필요하다. 그러나 뉴턴의 만유인력을 알기 위해 영어가 유창(流暢)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버트랜드 러셀의 멋진 표현을 빌리자면, '벌거벗은 숫자'로 이야기하는 수학은 수학자의 국적을 따지지 않는다. "나는 영어로 말할 수 없다. 그렇지만 물리는 말할 수 있다"고 말한 사람은 일본인 마스카와 도시히데 씨다. 2008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다. 그는 영어가 짧아 수상연설도 일본어로 했다.
망언다사(妄言多謝). 필자는 네티즌의 위트 하나를 못 당한다. 카이스트의 전과목 영어 수업에 대해 어느 네티즌이 이런 질문을 올렸다. "김연아가 영어 잘해 금메달 땄나?"
사실, 김연아는 영어를 곧잘 한다. 그러나 피겨를 잘하기 위해 반드시 영어도 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과학도 마찬가지다.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