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일의 세상읽기]불침선의 침몰
입력 : 2011. 03. 23(수)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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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년 4월15일 타이타닉 호가 빙산(氷山)에 부딪혀 북대서양의 어두운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15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정신분석학자인 지젝에 의하면, 그러나 타이타닉 호의 침몰이 그토록 엄청난 충격을 줬던 것은 인적 물적 피해의 크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이 갖는 상징성 때문이었다고 한다. '증상(症狀)으로서의 타이타닉'이라는 재치있는 논문에서 그는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은 떠다니는 궁전, 기술 진보의 경이로움, 믿을 수 없을 만큼 복잡하면서도 잘 돌아가는 기계이고, 동시에 상류사회의 만남의 장소이며, 일종의 사회구조의 축소판이자 (중략) 잘 정비된 계급구조를 갖춘 안정적인 총체성 등등이었다."
다시 말해 그것은 유럽 문명의 이미지였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에게 타이타닉 호의 침몰은 서양 문명에 다가오는 대재앙의 은유적 표상으로 느껴졌고 그만큼 그들이 받는 충격도 컸다. 그리고 다시금 우리는 '기술 진보의 경이로움'과 그것의 비극적인 끝을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은 우리 시대의 타이타닉 호인 것이다.
그 당시의 사람들은 말했다. 불침선(不沈船)이 침몰했다고. 그러나 난파는 예정돼 있었다. 조선(造船)공학자인 윌리엄 가즈키씨에 의하면, 타이타닉 호는 냉각 때 깨어지기 쉬운 철강재로 건조됐다. 그래서 빙산과 충돌하자 유리잔처럼 깨어졌다는 것이다. 철판을 잇는 리벳(일종의 못)이 불량품이었다는 설도 있다.
그런 점에서 바라보면 타이타닉 호는 후쿠시마 원전보다 그것을 둘러싼 다른 무엇을 생각나게 한다. 일본의 관료주의 그것이다.
대지진과 쓰나미에 이은 원전 사고. 일본의 대재앙을 지켜보며 세계는 두 가지 사실에 놀란다. 국민의 침착(沈着)과 정부의 무능. 실은 그 두 가지가 관료주의라는 같은 동전의 양면일 수 있다. 매뉴얼에 맞춰 사는 생활이 몸에 밴 결과 정부와 국민 모두 임기응변(臨機應變)하는 탄력성을 잃어 버린 것이다.
일본이라는 호화여객선은 관료주의라고 하는 깨어지기 쉬운 불량 철강재로 건조돼 있었다. 남은 그렇다 치고, 우리가 탄 배는 지금 안녕한가. <문학평론가>
정신분석학자인 지젝에 의하면, 그러나 타이타닉 호의 침몰이 그토록 엄청난 충격을 줬던 것은 인적 물적 피해의 크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이 갖는 상징성 때문이었다고 한다. '증상(症狀)으로서의 타이타닉'이라는 재치있는 논문에서 그는 이야기하고 있다.
다시 말해 그것은 유럽 문명의 이미지였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에게 타이타닉 호의 침몰은 서양 문명에 다가오는 대재앙의 은유적 표상으로 느껴졌고 그만큼 그들이 받는 충격도 컸다. 그리고 다시금 우리는 '기술 진보의 경이로움'과 그것의 비극적인 끝을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은 우리 시대의 타이타닉 호인 것이다.
그 당시의 사람들은 말했다. 불침선(不沈船)이 침몰했다고. 그러나 난파는 예정돼 있었다. 조선(造船)공학자인 윌리엄 가즈키씨에 의하면, 타이타닉 호는 냉각 때 깨어지기 쉬운 철강재로 건조됐다. 그래서 빙산과 충돌하자 유리잔처럼 깨어졌다는 것이다. 철판을 잇는 리벳(일종의 못)이 불량품이었다는 설도 있다.
그런 점에서 바라보면 타이타닉 호는 후쿠시마 원전보다 그것을 둘러싼 다른 무엇을 생각나게 한다. 일본의 관료주의 그것이다.
대지진과 쓰나미에 이은 원전 사고. 일본의 대재앙을 지켜보며 세계는 두 가지 사실에 놀란다. 국민의 침착(沈着)과 정부의 무능. 실은 그 두 가지가 관료주의라는 같은 동전의 양면일 수 있다. 매뉴얼에 맞춰 사는 생활이 몸에 밴 결과 정부와 국민 모두 임기응변(臨機應變)하는 탄력성을 잃어 버린 것이다.
일본이라는 호화여객선은 관료주의라고 하는 깨어지기 쉬운 불량 철강재로 건조돼 있었다. 남은 그렇다 치고, 우리가 탄 배는 지금 안녕한가.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