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일의 세상읽기]바보 미국
입력 : 2011. 03. 11(금)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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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침공 때, 필자는 미국이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에 몰릴 거라고 썼다. 지인인 ㄱ군은 필자에게 말했다. 아무렴 백악관의 브레인들이 자네만큼 몰라서 저질렀겠냐고.
ㄱ군 식의 논리면, 북한의 실정(失政)도 비판할 수 없다. 아무렴 평양의 브레인들이 필자만큼도 머리가 없겠는가.
지난 2일자 본란에서 필자는 "미국은 독재자를 거드는 데는 재빠른데 민주화를 거드는 데는 한없이 더디다"고 썼다. 리비아 사태에 대처하는 미국의 소심-내지 약삭빠름-을 지적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8일자 신문의 1면 머릿기사 제목이다. "카다피 전세 역전 조짐. 미국, 타이밍 놓쳤다"
예상됐던 일이다. 필자는 이렇게 썼었다. "딱한 것은 미국이 투자가로서도 용기가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시민의 편에 올인했다가 만에 하나 카다피가 되살아났을 때의 리스크를 무릅쓸 용기 말이다. 미국은 지금도 카다피가 두려운 것이다."
카다피가 재기(再起)할 가망성을 필자는 '만에 하나'라고 썼다. 그 때까지는 시민군이 단연 우세였다. 시민군의 편에 선 리비아의 전직 장관은 부르짖었다. "미국이 조금만 도왔어도 카다피를 물러나게 할 수 있었는데, 기회를 놓쳤다."
결과적으로 카다피를 되살려낸 미국을 카다피는 고마워할까. 미국은 카다피와 리비아 국민을 모두 잃게 생겼다.
백악관은 미국에서 가장 머리좋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그런데도 생각이 안 돈다. 상식을 갖춘 보통사람이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것을, 백악관만 모른다.
삼가야 할 때 부시는 행동했다. 오바마는 행동해야 할 때 삼간다. 그 이유를 필자는 미국 실용주의의 실추(失墜)에서 찾는다. 실용주의는 문제 해결의 철학이다. 실용주의자에게 진리란, 당면한 문제를 가장 그럴듯하게 해결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로 중요한 문제의 해결은 계산만 갖고 안 된다. 손익을 초월해 문제에 직면하는 용기가 따라 줘야 한다.
부시의 행동과 오바마의 신중(愼重)은 그 철학적 뿌리가 같다. 월남전 패배 이후 미국의 실용주의는 계산기나 두드리는 장사꾼의 철학이 되고 말았다. <문학평론가>
ㄱ군 식의 논리면, 북한의 실정(失政)도 비판할 수 없다. 아무렴 평양의 브레인들이 필자만큼도 머리가 없겠는가.
그리고 8일자 신문의 1면 머릿기사 제목이다. "카다피 전세 역전 조짐. 미국, 타이밍 놓쳤다"
예상됐던 일이다. 필자는 이렇게 썼었다. "딱한 것은 미국이 투자가로서도 용기가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시민의 편에 올인했다가 만에 하나 카다피가 되살아났을 때의 리스크를 무릅쓸 용기 말이다. 미국은 지금도 카다피가 두려운 것이다."
카다피가 재기(再起)할 가망성을 필자는 '만에 하나'라고 썼다. 그 때까지는 시민군이 단연 우세였다. 시민군의 편에 선 리비아의 전직 장관은 부르짖었다. "미국이 조금만 도왔어도 카다피를 물러나게 할 수 있었는데, 기회를 놓쳤다."
결과적으로 카다피를 되살려낸 미국을 카다피는 고마워할까. 미국은 카다피와 리비아 국민을 모두 잃게 생겼다.
백악관은 미국에서 가장 머리좋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그런데도 생각이 안 돈다. 상식을 갖춘 보통사람이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것을, 백악관만 모른다.
삼가야 할 때 부시는 행동했다. 오바마는 행동해야 할 때 삼간다. 그 이유를 필자는 미국 실용주의의 실추(失墜)에서 찾는다. 실용주의는 문제 해결의 철학이다. 실용주의자에게 진리란, 당면한 문제를 가장 그럴듯하게 해결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로 중요한 문제의 해결은 계산만 갖고 안 된다. 손익을 초월해 문제에 직면하는 용기가 따라 줘야 한다.
부시의 행동과 오바마의 신중(愼重)은 그 철학적 뿌리가 같다. 월남전 패배 이후 미국의 실용주의는 계산기나 두드리는 장사꾼의 철학이 되고 말았다.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