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일의 세상읽기]그는 왜 악마가 됐나
입력 : 2011. 02. 25(금)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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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 친위대 중령 아이히만은 유대인 문제에 대한 '최종 해결'의 실무 책임자였다. 여기서 '최종 해결'이 무엇을 뜻하는가는 누구나 다 안다.
그는 2차 대전 후 이름을 바꿔 숨어 다니다 붙잡혀 전범(戰犯) 재판을 받고 1962년 처형됐다. 독일의 여류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그 재판을 가까이서 지켜본 소감을 책으로 썼다. 책 제목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다. 20세기 고전으로 꼽히는 명저다.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아렌트도 야수(野獸)와 같은 아이히만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러나 그녀가 인터뷰한 아이히만은 '우리와 똑 같은' 보통사람이었다. 무섭다. 이 말은 우리도 누구나 아이히만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아이히만은 자상한 남편이요, 성실한 직장인이었다. 무엇이 이 평범한 인간을 악마로 바꿔 놓았던 것일까. 아렌트에 의하면, 그 평범함이 문제다.
아이히만은 명령을 성실히 따랐을 뿐이었다. 이 때의 성실이란, 자기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를 따져보지 않는 맹목성을 의미한다. 생각을 하지 않는 것. 아렌트에 의하면, 이 보통사람을 악마로 바꿔 놓은 것은 바로 무사고(無思考)였다.
'생각하는 갈대'가 생각을 멈출 때, 아이히만은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하고 누군가 물을 수 있다. 생각하지 않은 죄가 죽을 죄냐고.
이에 대해 미국 사회학자 피터 버거는, 이해는 해도 양해(諒解)는 할 수 없는 행위들이 존재한다고 한다. 아이히만의 행위를 우리는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그리하여 비록 이해가 된다고 해도 용서할 수는 없다고 외치는 자가 있다는 것이다. 정의다.
이야기가 어려운가. 그렇다면 여기, 아이히만이 유죄라는 산 증거가 있다. 시위대를 공격하라는 명령을 거부한 리비아 전투기 조종사다. 아이히만과 달리, 그는 '생각하는 갈대'로서 행동했다.
아이히만을 만난 아렌트는 이렇게 썼다. "그 행위가 아무리 괴물 같다 해도 그 행위자는 괴물 같지도 또 악마적이지도 않았다." 카다피는 아닌 것 같다. 이 경우는 행위와 행위자가 모두 악마적이다. <문학평론가>
그는 2차 대전 후 이름을 바꿔 숨어 다니다 붙잡혀 전범(戰犯) 재판을 받고 1962년 처형됐다. 독일의 여류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그 재판을 가까이서 지켜본 소감을 책으로 썼다. 책 제목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다. 20세기 고전으로 꼽히는 명저다.
아이히만은 자상한 남편이요, 성실한 직장인이었다. 무엇이 이 평범한 인간을 악마로 바꿔 놓았던 것일까. 아렌트에 의하면, 그 평범함이 문제다.
아이히만은 명령을 성실히 따랐을 뿐이었다. 이 때의 성실이란, 자기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를 따져보지 않는 맹목성을 의미한다. 생각을 하지 않는 것. 아렌트에 의하면, 이 보통사람을 악마로 바꿔 놓은 것은 바로 무사고(無思考)였다.
'생각하는 갈대'가 생각을 멈출 때, 아이히만은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하고 누군가 물을 수 있다. 생각하지 않은 죄가 죽을 죄냐고.
이에 대해 미국 사회학자 피터 버거는, 이해는 해도 양해(諒解)는 할 수 없는 행위들이 존재한다고 한다. 아이히만의 행위를 우리는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그리하여 비록 이해가 된다고 해도 용서할 수는 없다고 외치는 자가 있다는 것이다. 정의다.
이야기가 어려운가. 그렇다면 여기, 아이히만이 유죄라는 산 증거가 있다. 시위대를 공격하라는 명령을 거부한 리비아 전투기 조종사다. 아이히만과 달리, 그는 '생각하는 갈대'로서 행동했다.
아이히만을 만난 아렌트는 이렇게 썼다. "그 행위가 아무리 괴물 같다 해도 그 행위자는 괴물 같지도 또 악마적이지도 않았다." 카다피는 아닌 것 같다. 이 경우는 행위와 행위자가 모두 악마적이다.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