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일의 세상읽기]이집트와 미국의 고민
입력 : 2011. 02. 16(수) 00:00
가가

물어 보자. 무바라크를 누가 무너뜨렸나. 시민인가. 경제학자 갤브레이스는 러시아혁명을 이야기하며 이렇게 썼다. "썩은 문짝이 발로 차기만 하면 넘어지듯이, 혁명은 그렇게 성취됐다."
러시아 제정(帝政)은 자신의 무능과 부패 때문에 스스로 무너졌던 것이다. 무바라크 역시 스스로 무너져 내렸다. 이집트 국민은 그저 발만 갖다 댔을 뿐이다.
이집트 사태의 관전자에게 무바라크의 운명 못지 않게 흥미로운 것은 미국의 선택이다. 무바라크 축출 직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것은 변화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했다. 그것은 또한 고민의 시작이기도 하다. 미국 입장에서는 그렇다.
미국은 무바라크의 가장 든든한 후견인이었다. 무바라크는 미국의 꼭두각시였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래서 이집트 국민들은 무바라크와 미국을 함께 싫어한다.
미국은 마지막 순간에 눈치를 채고 서둘러 무바라크를 버렸다. 명분은 이집트의 민주화였다. 이라크 침공 때도 미국은 민주화를 내세웠다. 문명비평가인 지젝이 그 때 했던 말이 있다. 민주화할 곳이 이라크뿐이냐고.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친미 국가는 민주화해서 안 되냐고.
지젝은 미국이 그러지 못할 거라고 했다. 이들 국가가 민주화하면 국민이 십중팔구 반미 정부를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민주화를 요구하는 국가는 반미 국가들이다. 친미만 하면 독재자라도 미국은 상관치 않는다. 오히려 그 쪽을 더 선호한다. 온 국민을 상대하기보다는 독재자 한 명을 구워 삶는 것이 손쉽고 돈도 덜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한결 같다. 반미 감정의 증폭이다.
좀 험구(險口)하는 경향은 있지만, 도올의 다음 이야기는 그래서 충분히 이유가 있다. 5·18 광주를 언급한 말인데, 그의 책 '나는 불교를 이렇게 본다' 서문에 있다.
"(미국의 제국주의는-인용자) 알먹고 꿩먹는 고단위 전술을 기대할 수 없는 당장 현실의 이권만 생각하는 매우 근시안적인 제국주의다."
포스트 무바라크라는 바둑을 두는 미국의 솜씨가 오목(五目)의 수준보다는 낫기를 기대해 본다.
<문학평론가>
러시아 제정(帝政)은 자신의 무능과 부패 때문에 스스로 무너졌던 것이다. 무바라크 역시 스스로 무너져 내렸다. 이집트 국민은 그저 발만 갖다 댔을 뿐이다.
미국은 무바라크의 가장 든든한 후견인이었다. 무바라크는 미국의 꼭두각시였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래서 이집트 국민들은 무바라크와 미국을 함께 싫어한다.
미국은 마지막 순간에 눈치를 채고 서둘러 무바라크를 버렸다. 명분은 이집트의 민주화였다. 이라크 침공 때도 미국은 민주화를 내세웠다. 문명비평가인 지젝이 그 때 했던 말이 있다. 민주화할 곳이 이라크뿐이냐고.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친미 국가는 민주화해서 안 되냐고.
지젝은 미국이 그러지 못할 거라고 했다. 이들 국가가 민주화하면 국민이 십중팔구 반미 정부를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민주화를 요구하는 국가는 반미 국가들이다. 친미만 하면 독재자라도 미국은 상관치 않는다. 오히려 그 쪽을 더 선호한다. 온 국민을 상대하기보다는 독재자 한 명을 구워 삶는 것이 손쉽고 돈도 덜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한결 같다. 반미 감정의 증폭이다.
좀 험구(險口)하는 경향은 있지만, 도올의 다음 이야기는 그래서 충분히 이유가 있다. 5·18 광주를 언급한 말인데, 그의 책 '나는 불교를 이렇게 본다' 서문에 있다.
"(미국의 제국주의는-인용자) 알먹고 꿩먹는 고단위 전술을 기대할 수 없는 당장 현실의 이권만 생각하는 매우 근시안적인 제국주의다."
포스트 무바라크라는 바둑을 두는 미국의 솜씨가 오목(五目)의 수준보다는 낫기를 기대해 본다.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