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일의 세상읽기]적은 몰라야 할 지식
입력 : 2011. 01. 28(금) 00:00
마키아벨리는, 군주는 사자의 힘과 여우의 꾀를 겸비해야 한다고 했다. 탁월한 비유다. 질질 끌려다니는 힘없는 정부나, 밀어붙이기만 하는 꾀없는 정부나 다 문제다.

맞는 말을 했는데도 사람들은 그를 권모술수(權謀術數)의 화신 쯤으로 여긴다. 지레짐작하기 전에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 보자.

"백성의 눈에 군주는 성실하고, 신의가 두텁고, 언행이 일치하며, 인정이 많고, 신앙심이 두터운 인물로 보여야 한다. 실제로 그런 성품을 갖춰야 하는 것은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성품은 통치하는 데 방해가 될 뿐이다."

권모술수가는 공공연히 이런 말을 하지 못한다. 그가 권모술수가였다면 본심을 숨기고 다른 감언이설(甘言利說)을 꾸며냈을 것이다.

설사 그가 권모술수가였다 해도, 저자가 써 넣은 뜻과 독자가 알아듣는 뜻이 서로 다를 수 있다. 이탈리아 공산당을 만든 철학자 안토니오 그람시는 '군주론'을 오히려 백성을 위한 계몽서로 읽었다. 군주들이 어떤 존재이고, 어떤 술수를 써서 통치를 하는가를 백성들에게 폭로한 책이라는 것이다.

진실이 어떤 것이었든, 그람시의 주장은 수긍(首肯)할 점이 있다. 여기, 군주의 통치 비밀을 발가벗긴 책이 있다. 군주의 입장에서 그것은 백성이 절대로 읽어서 안 될 책일 것이다. 입장을 바꿔서, 그런 책이면 백성들이 반드시 읽어 둠직한 책일 것이다. 만일 마키아벨리가 그 책을 군주를 위해 썼다면, 저자의 동기를 책이 배반한 경우가 된다.

해적에게 잡힌 우리 선원들을 구출하는 홍보용 동영상도 동기가 결과를 빗맞힌 경우다. '군주론'에는 군주의 적들이 알아서는 안 될 위험한 지식들이 담겨 있다. 그리고 선원 구출작전 동영상에는 해적들이 알아서는 안 될 치명적인 지식들이 들어 있다.

춘추시대 진나라와 제나라가 싸웠다. 진나라 병사들은 나뭇가지로 땅을 쓸어 흙먼지를 잔뜩 일으켰다. 그것을 본 제나라 군대는 대군이 처들어온 줄로 알고 지레 겁먹어 도망쳤다. '춘추좌씨전'에 있는 이야기다.

그 때 만일 진나라의 누군가가 그 흙먼지의 실체를 동영상에 담아 제나라에 알려줬다면 싸움의 결과가 사뭇 달랐을 것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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