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일의 세상읽기]노름꾼과 검투사
입력 : 2011. 01. 26(수) 00:00
가가

마크 트웨인에 의하면, 사람이 도박을 해서 안 될 두 가지 경우가 있다. 도박을 할 돈이 없는 경우와 있는 경우. '허클베리의 모험'을 쓴 작가답다. 재치가 넘치는 경구다. 그러나 어폐(語弊)가 있다. 돈이 없으면 도박을 안 하는 경우가 아니라 못하는 경우다.
그러나 꼭 그렇지도 않다. 돈이 없어도 할 사람은 한다. 꿔서라도 한다. 꾸지 못하면 훔쳐서라도 기어이 하고 만다.
꾼 돈이 아직 상환일 이전(以前)이다. 아직까지는 훔치지도 않았다. 그래도 도박이 유죄일까. 법에 의하면 유죄다. 다른 견해도 있다. 진보적인 평론가 진중권씨에 의하면, 도박은 남에게 해를 끼치는 범죄가 아니라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질병일 뿐이다.
진씨에 의하면, 신정환씨는 죄를 지은 것이 아니라 앓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만일 신씨가 사죄를 해야 한다면 국민에게가 아니라 자기에게 해야 한다.
진씨의 그런 발언에 대해서 왈가왈부 말들이 많다. 그러나 새삼스러운 주장도 아니다. 이른바 '희생자 없는 범죄' 이론을 원용(援用)한 것뿐이다. 영국의 사회학자 기든스의 책 '사회학'에서 해당 항목에 대한 설명을 잠깐 옮겨서 읽어 보자.
"마약, 도박, 매매춘 등은 행위자 개인에게 어떤 해가 있든지 간에, 그것은 그들의 행위일 뿐이므로, 많은 사람들은 정부가 간섭(干涉)할 필요가 없고, 범죄시해서도 안 된다고 주장한다."
책의 저자가 아니라 '많은 사람'의 주장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저자 자신은 결론적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것은 대단히 복잡한 문제다."
비평가 발터 벤야민은 어느 글에서 도박꾼을 고대 로마의 검투사에 비유했다. 목숨 건 한판을 앞두고 느끼는 긴장(緊張), 집중, 정열, 공포, 전율(戰慄), 희열(喜悅) 등등. 여기서는 절망까지도 매혹적이 된다.
그런 매혹 때문에 도스토예프스키도 도박 중독자가 됐다. 그가 남긴 방대한 분량의 편지는 4분의 3이 돈 꿔 달라는 내용이다. 근 10년을 그렇게 빠져 산 끝에 그는 '아내에게 미안해서' 도박을 끊는다. 도박은 질병이 맞다. 사랑이 메말라 생기는 질병. <문학평론가>
꾼 돈이 아직 상환일 이전(以前)이다. 아직까지는 훔치지도 않았다. 그래도 도박이 유죄일까. 법에 의하면 유죄다. 다른 견해도 있다. 진보적인 평론가 진중권씨에 의하면, 도박은 남에게 해를 끼치는 범죄가 아니라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질병일 뿐이다.
진씨에 의하면, 신정환씨는 죄를 지은 것이 아니라 앓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만일 신씨가 사죄를 해야 한다면 국민에게가 아니라 자기에게 해야 한다.
진씨의 그런 발언에 대해서 왈가왈부 말들이 많다. 그러나 새삼스러운 주장도 아니다. 이른바 '희생자 없는 범죄' 이론을 원용(援用)한 것뿐이다. 영국의 사회학자 기든스의 책 '사회학'에서 해당 항목에 대한 설명을 잠깐 옮겨서 읽어 보자.
"마약, 도박, 매매춘 등은 행위자 개인에게 어떤 해가 있든지 간에, 그것은 그들의 행위일 뿐이므로, 많은 사람들은 정부가 간섭(干涉)할 필요가 없고, 범죄시해서도 안 된다고 주장한다."
책의 저자가 아니라 '많은 사람'의 주장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저자 자신은 결론적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것은 대단히 복잡한 문제다."
비평가 발터 벤야민은 어느 글에서 도박꾼을 고대 로마의 검투사에 비유했다. 목숨 건 한판을 앞두고 느끼는 긴장(緊張), 집중, 정열, 공포, 전율(戰慄), 희열(喜悅) 등등. 여기서는 절망까지도 매혹적이 된다.
그런 매혹 때문에 도스토예프스키도 도박 중독자가 됐다. 그가 남긴 방대한 분량의 편지는 4분의 3이 돈 꿔 달라는 내용이다. 근 10년을 그렇게 빠져 산 끝에 그는 '아내에게 미안해서' 도박을 끊는다. 도박은 질병이 맞다. 사랑이 메말라 생기는 질병.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