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일의 세상읽기]전쟁, 하고 말까
입력 : 2011. 01. 12(수)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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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사건 때 한국은 미국과 북한은 중국과 한편이 됐다. 6·25 때도 그랬다.
그러나 역사는 속편(續編)은 써도 재판(再版)은 안 찍는다. 6·25 때는 미·중이 직접 참전했다. 이번은 달랐다. 한 번 붙자는 남북한을 큰형들이 나서서 말리는 형국이었다. 미·중 어느 쪽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는 것을 원치 않는 눈치다.
필자가 '아름다운 가게'에서 단돈 2000원 내고 구한 헌책에 그 이유가 제법 암시돼 있었다. '촘스키, 우리의 미래를 말하다'는 제목의 책이었다. 촘스키는 20세기가 낳은 최고의 언어학자다. 그러나 대중에게는 '미국 킬러' 논객으로 더 유명하다.
촘스키는 묻고 있었다. 부시는 왜 같은 '악의 축(軸)'인 북한보다 이라크를 먼저 공격했을까. 대답은 이랬다.
"이라크는 방어력을 거의 상실한 국가지만 북한은 전쟁억제수단을 보유하고 있다. 그들의 전쟁억제수단은 핵무기가 아니라 비무장지대에 집중 배치된 대포(大砲)다. 대포들은 모든 포문이 서울을 겨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을 공격 안 한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촘스키에 의하면, 그것은 "동아시아가 세계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역동적인 지역이기 때문이다."
한·미 FTA 협상에서 보듯, 미국에게 한국은 중요한 시장이다. 그것은 중국에게도 마찬가지다. 어느 장사꾼이 자기 시장이 불에 타 잿더미가 돼 버리기를 바라랴.
바둑도 훈수꾼이 더 잘 들여다본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서 안 될 이유를 미·중은 알고 있다. 당사자들도 그럴까. 이럴 때 보면 당사자는 곧잘 감정적이 된다. 그 점을 짚어 철학자 러셀이 그의 책 '지성의 용기'에서 경고했던 말이 있다. "많은 국민들은 적이 무서워 흥분한 나머지, 급기야는 불안이 계속되기보다는 차라리 전쟁이 터지기를 바라게 된다."
우리는 쉽게 말하곤 한다. 까짓, 전쟁을 하고 말자고. 이때 전쟁은 전면전을 뜻한다.
그러나 부부싸움도 냄비를 던지는 것까지가 한도(限度)다. 그 한도를 넘으면 스스로 집에 불을 지르고 남의 집까지 태워 버리는 수가 있다.
<문학평론가>
그러나 역사는 속편(續編)은 써도 재판(再版)은 안 찍는다. 6·25 때는 미·중이 직접 참전했다. 이번은 달랐다. 한 번 붙자는 남북한을 큰형들이 나서서 말리는 형국이었다. 미·중 어느 쪽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는 것을 원치 않는 눈치다.
촘스키는 묻고 있었다. 부시는 왜 같은 '악의 축(軸)'인 북한보다 이라크를 먼저 공격했을까. 대답은 이랬다.
"이라크는 방어력을 거의 상실한 국가지만 북한은 전쟁억제수단을 보유하고 있다. 그들의 전쟁억제수단은 핵무기가 아니라 비무장지대에 집중 배치된 대포(大砲)다. 대포들은 모든 포문이 서울을 겨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을 공격 안 한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촘스키에 의하면, 그것은 "동아시아가 세계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역동적인 지역이기 때문이다."
한·미 FTA 협상에서 보듯, 미국에게 한국은 중요한 시장이다. 그것은 중국에게도 마찬가지다. 어느 장사꾼이 자기 시장이 불에 타 잿더미가 돼 버리기를 바라랴.
바둑도 훈수꾼이 더 잘 들여다본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서 안 될 이유를 미·중은 알고 있다. 당사자들도 그럴까. 이럴 때 보면 당사자는 곧잘 감정적이 된다. 그 점을 짚어 철학자 러셀이 그의 책 '지성의 용기'에서 경고했던 말이 있다. "많은 국민들은 적이 무서워 흥분한 나머지, 급기야는 불안이 계속되기보다는 차라리 전쟁이 터지기를 바라게 된다."
우리는 쉽게 말하곤 한다. 까짓, 전쟁을 하고 말자고. 이때 전쟁은 전면전을 뜻한다.
그러나 부부싸움도 냄비를 던지는 것까지가 한도(限度)다. 그 한도를 넘으면 스스로 집에 불을 지르고 남의 집까지 태워 버리는 수가 있다.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