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맑고 예뻐서"…제주 학교서 피어난 알록달록 '디카시'
입력 : 2025. 09. 03(수) 17:37수정 : 2025. 09. 03(수) 17:47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효돈중 펴낸 디카시집 '찰칵, 여기 마음 하나'
2021년부터 5년째 전교생 시 써… 70편 추려
디카시집 '찰칵, 여기 마음 하나'
[한라일보] 2021년, 서귀포시 효돈중학교에 '디카시'라는 씨앗이 뿌려졌다. 디카시는 '디지털카메라'와 '시(詩)'를 합친 말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포착한 시적 형상을 카메라로 찍은 뒤 5행 이내의 짧은 글을 담아 표현하는 기법이다. 다소 생소했지만 160~170명 남짓한 1~3학년 전교생 모두가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진을 찍고 그 감정을 문자로 담아내기 시작했다.

여기에 교직원, 학부모, 지역주민들도 '디카시'라는 장르에 함께 물들었다. 이렇게 이 학교를 중심으로 피워낸 '디카시'는 매년 쌓여 네 권의 디카시집이 나오기까지 이르렀다. 올해도 이 곳의 '디카시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 발간된 '찰칵, 여기 마음 하나'는 효돈중 교육가족이 함께 펴낸 디카시집이다. 올해 효돈중 개교 70주년을 기념해 의미있는 작업을 해보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됐다. 해마다 펴낸 네 권의 디카시집에서 70편의 작품을 골라 엮었다. '좋은 시'를 모았다기 보단 마음을 움직인 사진과 그 감정이 묻어나게 쓴 시, 진심이 느껴지는 말, 누군가의 마음에 닿았던 글들을 추려내 담았다.

효돈중 학생들의 디카시 수업 모습. 효돈중 제공
시집에 담긴 디카시는 무지개처럼 알록달록했다.

'운동화 끈'이 담긴 사진엔 "내가 먼저 풀어본다/굳게 닫혔던 우리 마음"(고하은의 '화해'), '불꽃놀이'가 찍힌 사진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꽃/화가 나지만 참을꺼야/한번을 터져도/화려하게 터질거야"(이연주의 '사춘기'), '고사리' 사진엔 "두 주먹 불끈쥐고/가시밭길을 오른다/수없이 꺽여도/그저 묵묵히 살아낸다"(김정미의 '길 잃은 빛이 올때까지'), '빗물이 맺힌 풀잎' 사진엔 "비 온 뒤 개구쟁이 물방울들/슬라이드 타러 모여있다/이제 내려간다/야호!"(한지우의 '소소한 행복'), '피아노 건반' 사진엔 "남들이 손가락질하며/자신을 짓눌러도/그것을 자신만의 소리로 바꾸어/인생이란 악보를 채워나가는"(강진우의 '피아노처럼'), '비 갠 하늘 위 무지개' 사진에는 "하루 종일 눈물을 쏟다가/이젠 괜찮아진 듯/다시 미소짓네"(유다현의 '웃음꽃'), '눈 쌓인 나무' 사진엔 "봄이 되어 있을때/그 짐이 녹으면/조금 더 성장하겠지"(홍대영의 '시련의 계절') 등으로 표현했다.

교장으로 부임한 해 '디카시'를 교육과정에 도입한 대표 저자인 송미혜 전 효돈중 교장(현 제주도교육청 정책기획과장)은 "어떤 디카시는 너무 맑고 예뻐서, 또 어떤 디카시는 너무 아파서 마음에 오래 머물렀다"며 이번 디카시집에 의미를 더했다. 이어 "디카시는 아이들에게 쉽게 인문학적 감수성을 불어넣으면서 창의성 함양에도 도움이 되는 과정으로, 아이들도 굉장히 자부심을 갖고 하는 활동"이라며 "이번 정기인사로 자리를 옮기게 돼 아쉬움이 크지만 '디카시'라는 씨앗이 더 많은 학교에도 뿌려졌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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