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 안쓰러워”… 제주 꽃마차 ‘동물학대’ 논란
입력 : 2025. 08. 07(목) 17:35수정 : 2025. 08. 11(월) 08:12
양유리 기자 glassy38@ihalla.com
화려한 조명 매단 마차 끌고 10분가량 도로 위 통행
동물학대·교통체증 민원… 제주시 “학대 정황 없어”
현재 관광마차 운행 지역 전국서 제주 포함 5~6곳뿐
“마차 운행 자체가 학대”… “관리 잘하면 문제 안돼”
지난 5일 오후 7시쯤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에는 화려한 조명을 매단 관광마차가 운행되고 있다.
[한라일보] 수년 전부터 반복 돼온 제주도내 해수욕장 ‘꽃마차(관광마차)’를 둘러싼 동물학대 논란이 다시 제기됐다. 흥미로운 관광상품이라는 시각과 동물학대에 교통체증을 유발한다는 비판이 공존한다.

지난 5일 오후 7시쯤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에는 화려한 조명을 매단 관광마차가 도로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었다. 말 두 마리는 차량이 지나가자 놀랐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상점 스피커에서는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왔고, 라이트를 켠 차량들로 도로가 환했다.

운행을 시작한 마차는 승객 3~4명을 태운 뒤 10분가량 해수욕장 일대를 돌았다. 마차가 느린 속도로 도로 위를 걷다 보니 뒤따라오는 차량도 자연스레 거북이 운행이 됐다.

관광마차를 본 관광객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말이 신기한지 주변을 기웃거리다가 사진을 찍는 어린이 관광객이 있는가 하면, 불쌍하다며 연신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지나치는 이들도 있었다.

함덕해수욕장 인근을 자주 방문하는 도민 유모씨는 “마차를 끄는 말을 보는 게 고역”이라며 “가슴팍에 상처들이 있던데 그 상태로 무겁게 마차를 끌어서 안타까웠다”고 했다.

도내 유명 관광지에서 마차가 운행되면서 이전부터 동물학대 논란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달 31일 제주도청 홈페이지 민원 게시판에서 한 민원인은 “이 무더운 날씨에 말마차가 웬 말인가. 이건 동물학대다. 여행 와서 마음만 다치고 간다”고 했다. 2년 전 또 다른 민원인은 “학대 논란이 있었던 꽃마차가 여전히 운영돼 안타까웠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작성했다.

마차가 도로를 통행하는 것은 합법이다. 도로교통법상 ‘우마차’로 분류돼 고속도로를 제외한 모든 차도를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행정도 뚜렷한 동물학대 정황이 포착되지 않는 한 조치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고 설명한다.

제주시 관계자는 “말마차 체험이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운영되고, 운영 중 충분한 휴식 제공과 물 공급을 확인했다”며 “동물보호법상 동물학대에 해당되지 않는다. 운영자에게는 꾸준한 관리와 동물보호법 기본 원칙 규정을 안내했다”고 했다.

지난 5일 오후 7시쯤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에는 화려한 조명을 매단 관광마차가 운행되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관광마차를 운영한 사업자는 “지금 운행하고 있는 두 마리는 11살, 14살로 노령이 아니고 모두 승마·마차용 말들”이라며 “말들 상태가 좋지 않으면 말 수의사도 불러 검진을 받고, 운영하지 않을 땐 들판에 풀어두면서 휴식을 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말 건강과 관련해선 동물 전문가들 간 입장이 나뉜다. 도로 위 마차 운행 자체가 말에게 큰 스트레스라는 지적과 관리에 따라 건강상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다.

조영수 동물권단체 하이 공동대표는 “말은 시각과 청각이 예민한 동물로 도로 위 차량 경적소리, 음악 소리, 화려한 조명 등을 견디며 도로 위를 통행하는 것 자체가 큰 스트레스”라며 “긴장 상태에서 도로 위를 걷는 말이 예기치 못한 돌발 행동을 일으키는 등 사고 위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물권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달라지면서 자연스레 꽃마차 수요가 줄어 40여 곳에 달하던 꽃마차가 5~6곳 정도로 줄었다”며 “대놓고 채찍질을 하는 등 학대는 줄었으나 운행 중 배변활동을 막기 위해 먹이를 덜 주는 등 운영 과정에서 학대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제주대학교 말 전문 동물병원 관계자는 “말은 수백년 전부터 사람을 태우고 끌던 동물로 마차 운영만으로 동물학대라고 보긴 어렵다”며 “폭염에 달궈진 아스팔트 위를 걷는 건 당연히 학대에 해당하지만 충분한 먹이 공급, 휴식 등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해 주면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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