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아홉 명의 선흘 그림할망이 전하는 삶과 위로
입력 : 2025. 08. 08(금) 04:00수정 : 2025. 08. 11(월) 11:02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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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연의 『살다 살다 봄이 된 것은』

[한라일보] 제주 선흘마을에는 '그림을 그리는 할망(할머니의 제주어)'들이 있다. 그림할망의 시초인 초록할망 홍태옥 할머니를 비롯해 소막할망 강희선, 무지개할망 고순자, 우영팟할망 김옥순, 고목낭할망 김인자, 무화과할망 박인수, 신나는할망 오가자, 우라차차할망 조수용, 불할망 허계생 할머니가 그들이다.
'그림할망'들은 별칭에 맞게 작업을 한다. 4·3에 불탄 집의 돌 무더기 속에서 초록 싹을 틔워낸 적이 있는 초록할망은 생명의 소중함과 회복의 순간을 기리며 종이 위에 초록 싹을 틔운다. 그와 동갑내기인 소막할망은 소를 자주 그리고, 무지개할망은 4·3 이후의 삶을 '무지개 바람'으로 형상화한다. 우영팟할망은 제주 텃밭인 '우영팟'을 창작의 원천으로 삼아 생명력을 담아내고, 고목낭할망은 처음 그림 그리는 순간 고목낭(고목나무의 제주어)에서 꽃이 피는 것만 같았다고 회상하며 그림에 녹여낸다. 무화과할망은 귤밭 한편에서 자라난 무화과나무 한그루에 매료돼 무화과의 달콤함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신나는할망은 신이 난 사람들에게 '신'이 깃드는 순간을 포착한다. 우라차차할망은 굴곡진 삶의 이야기를 활기차게 담아내고, 불할망은 제주 곳곳에 숨은 불과 신화적 이야기에 애정을 갖고 그림에 표현한다.
2021~2022년 붓을 처음 든 이들의 평균 연령은 84세다. 매주 그림작업장에서 주름 진 손으로 붓을 잡고 자신의 색깔로 그림작업을 해 온 이들에게 '새로운 주제'가 주어졌다. 바로 제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였다. 제주 바닷가 작은 마을에서 자라온 요망진 소녀 '애순'과 무쇠처럼 우직한 소년 '관식'의 인생을 그린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본 할머니들이 각자의 삶의 이야기를 그림과 시로 담아낸다.
최근 출간된 '살다 살다 봄이 된 것은'에서는 이같은 '폭싹 속았수다, 똘도 어멍도 할망도' 전시 프로젝트의 과정을 담았다. '폭싹 속았수다'를 주제로 선흘 그림할망들이 그린 그림과 시가 담겼다. 이들에게 붓을 쥐어준 예술감독 최소연씨의 해설도 엮었다. 총 3부로 구성된 책은 고된 노동을 견디게 한 가족에 대한 사랑을, 현생의 고단함에 지쳤을 모든 이에게 전하는 응원을, 젊은 시절 가슴을 뛰게 했던 찬란한 순간을 이야기한다. "뭉개를 잡으난 얼마나 기쁘냐", "배추는 초록하다", "어디로 뛰나 내가 알아. 가슴이 탈랑탈랑 뛴다" 등 할머니들의 언어가 마음을 움직인다.
저자는 "인구 1000명의 작은 선흘마을에서 그림선생으로 다사다난한 하루를 보내다 보니 가난하기는 해도 꼭 봄이 된 것만 같다"며 "할망들과 새 작품을 품을 때면 새 생명을 몸 안에 모시는 것만 같았다. 할망들과 그림을 구상하고 생산하는 이 모든 과정이 봄이었다"고 했다. 김영사. 1만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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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022년 붓을 처음 든 이들의 평균 연령은 84세다. 매주 그림작업장에서 주름 진 손으로 붓을 잡고 자신의 색깔로 그림작업을 해 온 이들에게 '새로운 주제'가 주어졌다. 바로 제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였다. 제주 바닷가 작은 마을에서 자라온 요망진 소녀 '애순'과 무쇠처럼 우직한 소년 '관식'의 인생을 그린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본 할머니들이 각자의 삶의 이야기를 그림과 시로 담아낸다.
최근 출간된 '살다 살다 봄이 된 것은'에서는 이같은 '폭싹 속았수다, 똘도 어멍도 할망도' 전시 프로젝트의 과정을 담았다. '폭싹 속았수다'를 주제로 선흘 그림할망들이 그린 그림과 시가 담겼다. 이들에게 붓을 쥐어준 예술감독 최소연씨의 해설도 엮었다. 총 3부로 구성된 책은 고된 노동을 견디게 한 가족에 대한 사랑을, 현생의 고단함에 지쳤을 모든 이에게 전하는 응원을, 젊은 시절 가슴을 뛰게 했던 찬란한 순간을 이야기한다. "뭉개를 잡으난 얼마나 기쁘냐", "배추는 초록하다", "어디로 뛰나 내가 알아. 가슴이 탈랑탈랑 뛴다" 등 할머니들의 언어가 마음을 움직인다.
저자는 "인구 1000명의 작은 선흘마을에서 그림선생으로 다사다난한 하루를 보내다 보니 가난하기는 해도 꼭 봄이 된 것만 같다"며 "할망들과 새 작품을 품을 때면 새 생명을 몸 안에 모시는 것만 같았다. 할망들과 그림을 구상하고 생산하는 이 모든 과정이 봄이었다"고 했다. 김영사. 1만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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