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일의 세상읽기]이장 아들이 살인을 했다
입력 : 2011. 12. 16(금) 00:00
장차는 전세계가 중국에 의해 지배당하고 식민지화(植民地化)할지도 모른다.

역사가 토인비가 '서구문명의 현대적 실험'에서 했던 말이다. 더 일찍이 나폴레옹은 "잠자는 거인을 깨우지 말라"고 했다. '거인'은 중국을 가리킨다. 그 충고를 무시하고 서양은 아편(阿片)전쟁으로 기어이 거인을 깨웠다.

그러나 그 거인에게서 희망을 보는 사람들도 있다. 토인비 자신도 그들 중의 하나다. 일본의 지성인 다이사쿠 이케다와의 대담에서 토인비는 이런 말을 했다. "미래에 세계를 통합하는 것은 서구의 나라도 아니고, 서구화된 나라도 아닌, 아마도 중국일 것이다."

이유는 이렇다. "중국인은 수억의 인구를 수천년에 걸쳐 성공적으로 정치적 문화적 결속(結束)시켜 왔다. 이런 통합기술은 유례가 없는 것이다. 중국인은 그런 경험을 살려 동아시아 여러 민족과 협력함으로써 마침내 인류통합의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덧붙였다. "나의 추측이 빗나가지 않는다면, 이 세계통합은 평화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토인비의 추측은 빗나갔다. 이 번의 사건에서 보듯, 지금의 중국은 이기적이고, 호전(好戰)적이고, 뻔뻔하기까지 하다. 통합의 리더가 될 수 없는 악덕을 고루 갖췄다.

이 번의 사건이란, 영해(領海)를 침범한 중국 어선을 단속하는 대한민국 경찰을 중국 선장이 살해한 사건을 가리킨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사과 한 마디 없이 자국 선원들의 인권이 보호되는가를 살피겠다는 말만 했다. 어투가 사뭇 협박조다.

여기서 드러난 중국 정부의 모습은 외교적 공갈범, 살인범의 비호자다. '여러 민족과 협력'과는 거리가 아주 먼 행태다. 그런 나라가 인류통합, 세계평화를 주도한다고 하면 그물에 걸린 물고기도 웃을 일이다.

동네 이장의 불량한 아들이 이웃의 선량한 아들을 살해했다. 그런데 이장이 사과 한 마디 없이 자기 아들편만 든다면, 그 이장이 이장 노릇을 제대로 할까. 딱 이런 형국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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