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일의 세상읽기]버터와 된장
입력 : 2011. 11. 04(금)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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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과 김태희의 사탕 키스를 패러디한 광고다. 남자가 입에서 입으로 건네준 사탕을 여자가 기다리지 못해 바삭바삭 씹어 먹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카피다. "성질 급한 한국사람!"
한국사람 급한 것은, 좀 있으면 듣게 될 '징글벨'의 우리말 가사(歌詞)에도 나타나 있다. "종소리 울려라, 종소리 울려. 기쁜 노래 부르면서 빨리 달리자!" 그러나 영어 가사는 "(썰매 끄는) 말꼬리서 울리는 방울 소리, 다들 기분이 째진다. 오늘밤 썰매 타고 달리며 부르는 썰매 노래, 진짜 신난다"라고만 돼 있다. '빨리 달리자'는 말은 없다.
영미 사람들의 '징글벨'은 즐거움을 강조하고, 우리말 '징글벨'은 속도를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고 오역(誤譯)이라고까지 할 정도는 아니다. 우리의 성질을 감안한 번안(飜案)이라고 하면 양해가 될 수 있는 일이겠다.
오히려 번역은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도올 김용옥에 의하면, 번역은 문자의 옮김이 아니라 의미의 옮김이다.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책에서 그는 묻는다. "소설 '차탈레이 부인의 연인'의 대화 중에 빠다(버터)라는 말이 있다면 그것을 된장으로 번역할 수 있는가."
만일 '버터'를 '된장'으로 옮긴다면 굉장히 어색한 번역이 될 것이다. 그러나 김용옥의 말도 일리가 있다. 만일 100년전 한국에서 서양 문학작품이 번역됐다면 '버터'는 '된장'으로 번역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렇게밖에는 그 의미를 전달한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버터와 된장이 교역품목에 포함됐다면 어찌 되는가. 예컨대 버터를 주문했는데 된장을, 아니면 된장을 주문했는데 버터를 보내왔다면 참으로 황당할 것이다.
원본이 영어로 작성된 FTA 협정문의 우리말 번역에 300여 곳의 오류가 나와 말썽이 됐을 때,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국회에서 했던 답변이 요즘 와서 다시 화제다. 그는 "문학작품도 의역(意譯)을 하지 않느냐"고 했다. 문학작품 번역에서는 버터를 된장 항아리에 담을 수가 있다. 그러나 통상 전문가가 할 말은 아니었다.
<문학평론가>
한국사람 급한 것은, 좀 있으면 듣게 될 '징글벨'의 우리말 가사(歌詞)에도 나타나 있다. "종소리 울려라, 종소리 울려. 기쁜 노래 부르면서 빨리 달리자!" 그러나 영어 가사는 "(썰매 끄는) 말꼬리서 울리는 방울 소리, 다들 기분이 째진다. 오늘밤 썰매 타고 달리며 부르는 썰매 노래, 진짜 신난다"라고만 돼 있다. '빨리 달리자'는 말은 없다.
오히려 번역은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도올 김용옥에 의하면, 번역은 문자의 옮김이 아니라 의미의 옮김이다.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책에서 그는 묻는다. "소설 '차탈레이 부인의 연인'의 대화 중에 빠다(버터)라는 말이 있다면 그것을 된장으로 번역할 수 있는가."
만일 '버터'를 '된장'으로 옮긴다면 굉장히 어색한 번역이 될 것이다. 그러나 김용옥의 말도 일리가 있다. 만일 100년전 한국에서 서양 문학작품이 번역됐다면 '버터'는 '된장'으로 번역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렇게밖에는 그 의미를 전달한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버터와 된장이 교역품목에 포함됐다면 어찌 되는가. 예컨대 버터를 주문했는데 된장을, 아니면 된장을 주문했는데 버터를 보내왔다면 참으로 황당할 것이다.
원본이 영어로 작성된 FTA 협정문의 우리말 번역에 300여 곳의 오류가 나와 말썽이 됐을 때,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국회에서 했던 답변이 요즘 와서 다시 화제다. 그는 "문학작품도 의역(意譯)을 하지 않느냐"고 했다. 문학작품 번역에서는 버터를 된장 항아리에 담을 수가 있다. 그러나 통상 전문가가 할 말은 아니었다.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