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훈의 제주마을 백리백경.. 가름 따라, 풍광 따라] (97)표선면 세화3리
입력 : 2025. 09. 26(금) 03:00수정 : 2025. 09. 26(금) 09:23
김미림 기자 kimmirim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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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향기 가득한 마을만들기 특화마을

[한라일보] 마을의 위치는 표선면 서북부에 위치한 중산간마을이다. 동쪽으로는 세화1리와 가시천을 사이에 두고 경계를 이루고, 남쪽으로는 해안마을 세화2리, 토산2리와 접하고 있다. 시설감귤 및 시설원예를 중심으로 하는 전형적인 농촌마을. 마을회관 옥상에서 바라본 농경지 풍경은 대부분이 비닐하우스 시설이다. 표선면에서 가장 부유한 알부자마을이 걸어온 길을 마을 어르신들께서 이렇게 설명하신다. 120년 전에 성산읍 수산리에 살던 군위 오씨 일가가 여기에 이주해 오면서 촌락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에 정씨와 강씨가 인근에 이주했고, 이후에 경주 김씨, 김해 김씨가 '동강왓'과 '불미저'에 자리를 잡으면서 다른 성씨들도 많이 들어와 마을 형태가 구축됐다고 한다. 그 당시 마을 명칭은 '강왓디'라고 불렀다. 이후 1960년대에 강화동으로 개명해 부르다가 1988년에 세화3리로 분리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지금은 감귤농사를 많이 해서 부자마을로 인식되고 있지만 옛날에는 가세오름과 주변 지형의 영향으로 가끔 '돗굉이주재'라고 하는 토네이도 성격의 회오리 바람이 불어서 농사지은 것들을 날아가게 하고 초가집 지붕마저 날려버리는 혹독한 환경이었다. 척박한 땅과 비바람을 이겨내며 삶의 터전을 개척한 마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마을 인지도를 확고하게 높인 것은 허브로 마을만들기 테마를 잡고 꾸준하게 마을공동체 구성원들의 역량을 집결한 결과다. 허브향기 가득 풍기는 마을로 인식된 것은 하루아침에 뚝딱하고 요술방망이 두드리듯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20년 전, 면적과 인구가 섬 제주에서 가장 작은 이 마을이 발전전략으로 '허브'라고 하는 식물이 가지는 매력을 경쟁력의 촉매로 설정했다. 오직 주민 자발적으로 기관의 협조나 지원이 없이 저돌적으로 시작한 일이라고 한다. 청년회를 중심으로 주민들 스스로 허브 묘목을 마을 곳곳에 심는 작업에서부터 시작해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숱한 좌절을 불굴의 의지로 이겨내며 달려온 허브마을만들기 세월. 성공에 대한 확신 속에서 마을 주민들이 일치단결해 이룩한 마을공동체 성장의 디딤돌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어떠한 마을 사업도 가능한 이유는 주민 모두가 친척처럼 형제자매처럼 살아가는 이웃들로 구성돼 있기에 그러하다. 결속력이 곧 경쟁력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마을이다.
김대철 이장에게 세화3리가 보유한 가장 큰 자부심을 묻자 함축적으로 마을의 본질을 설명했다. "마을 자체가 하나의 농업단지라고 하는 것입니다." 기업과도 같은 합리적 농업마인드로 부유한 농촌을 이룩해낸 집념을 강조하는 것이다. 자녀들 교육문제 등으로 도시에 주거지를 두고 있으면서도 비닐하우스 감귤농장으로 출근하고 퇴근하는 농업인들이 있는 마을. 마을 자체가 하나의 직장과도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시대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는 자긍심이기도 하면서.
안타까운 것은 마을 주민들이 일체감을 가지고 키워온 마을만들기 사업인 '허브'에 대한 행정지원이다. 기계적 형평성에 입각해 바라볼 대상이 아니라는 지적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지속성에 대한 평가를 너무 게으르게 하는 것은 아닌가? 찔끔 예산을 가지고 계속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특화된 인지도로 이 마을에 대해 '허브'라고 하는 이미지가 각인돼져 있다면 어떻게든 전국을 무대로 활발하게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하는 것이 행정당국의 책무이자 필요한 노력이라는 것이다. 단발성, 전시성 행사 등에 투입하는 적지 않은 예산들은 있으면서 20년 가까이 꾸준하게 누적된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세화3리 허브'는 마을주민들의 노력에 걸맞은 날개를 달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오롯이 행정적 마인드에 책임이 있다. 아니면, 균등 분배의 논리로 집행되는 안일한 예산구조에서 찾아야 하거나. 작은 마을을 더 도와야 한다는 논리가 아니다. 불굴의 의지로 오랜 시간 누적된 역량을 제대로 파악하고 특화시켜 나가야 한다는 행정 판단을 요구하는 것이다. <시각예술가>
방앗간이 전하는 것은
<수채화 79㎝×35㎝>
공유 공간에 어떠한 시설을 한다는 것은 마을공동체 구성원들의 절대적인 공감대가 필요하다. 배경도 생략하고 오직 이 건물 하나를 그리게 된 것은 마을 주민들의 심정이 돌방아가 안에 들어 있는 저 집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기계화된 방앗간이 없던 시절 생존의 필수 공간은 방앗간이었다. 밥을 먹기 위해서는 곡식을 빻아야 했으니까. 큰 마을에서 새로운 농경지를 개척해 밭이 가까운 곳에 주거공간을 마련하는 가호들이 늘어나고도 곡식을 빻는 일은 원래 살던 동네까지 가서 순번을 기다렸다가 방아를 돌리고 돌아온다. 그 번거로움과 어떤 설움에서 벗어나는 길은 자기 동네에 십시일반 돈을 모아 방앗간을 만들어내는 것. 실질적인 분동을 의미한다. 다른 마을이라는 상징이며 저 돌방아 건물을 중심으로 생활환경이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형태가 너무 감동적이다. 다른 마을들의 경우에 사각 모서리 초가집의 형태 속에 돌방아를 설치한 경우가 많지만 독특하게 제주어로 '눌'이라고 하는 낟가리를 닮았다. 돌을 둥근 벽으로 쌓은 과정이 더 많은 정성과 기술을 요구했으리라. 그래도 얻고자 하는 표현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독특한 지붕을 획득하고 초가을 내리쬐는 햇살을 받은 건물은 참으로 정겹다. 입구에 작은 돌하르방상을 모셔서 수호의지를 드러내고. 마을공동체의 독립적 지위를 전달하는 메시지로 이 마을의 표상이라 여기며 그린 것이다. 원기둥 형태의 곡면을 이루니 돌담 사이 틈들이 어떤 의미를 지닌 기하학적 문양처럼 보인다.
가세오름의 오후
<수채화 79㎝×35㎝>
저 오름이 팔을 벌려 품은 것 같은 마을이기에 주변 자연 환경의 대표적 장면을 그린 것이다. 매력적인 포인트는 차량이 다니는 길가의 반사경이다. 대자연의 풍광 속에 인위적인 요인 하나가 화룡점정처럼 들어가 맛깔스런 공간적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볼록거울이 생성시키는 상징성 또한 크다. 풍경의 맞은 편에 뻗어 있는 길마저 하나의 화폭 속에 들어올 수 있느니 야릇하다.
짙은 연필담채 기법을 동원해 오름을 덮고 있는 나무들의 이미지를 차곡차곡 구축해나갔다. 오후의 햇살이 그 광선 각도에 따라서 오름에 나타나는 미묘한 명암. 그리고 밭과 밭 사이 방풍림으로 보이는 삼나무들이 어떤 판화적 명료성을 지니고 존재감을 느끼게 한다. 길가 옆에 무성한 풀이며 나무에 쏟아지는 햇살은 가세오름을 올려놓은 쟁반의 역할이다. 색채보다 빛의 흐름과 반사에 더 매료돼 그리게 된 것은 식물 잎사귀들이 자기만의 광합성 시스템에 열정적인 몸부림을 하고 있는 느낌을 얻고자 함이다. 있는 그대로 포근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마을이라는 것을 나무와 풀로 덮인 자연 상황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다. 지나가며 흔하게 만나는 풍광이지만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찾아내는 자연물들의 상관관계를 통해 진정한 섭리를 맛보게 된다. 그 어떤 존재도 서로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 풍경 속 존재들을 통해 마치 저기 거울을 보며 반성하듯 뒤를 돌아보게 된다. 평화롭다는 것은 사람 사는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 있다는 것을 새삼 인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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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철 세화3리 이장 |
김대철 이장에게 세화3리가 보유한 가장 큰 자부심을 묻자 함축적으로 마을의 본질을 설명했다. "마을 자체가 하나의 농업단지라고 하는 것입니다." 기업과도 같은 합리적 농업마인드로 부유한 농촌을 이룩해낸 집념을 강조하는 것이다. 자녀들 교육문제 등으로 도시에 주거지를 두고 있으면서도 비닐하우스 감귤농장으로 출근하고 퇴근하는 농업인들이 있는 마을. 마을 자체가 하나의 직장과도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시대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는 자긍심이기도 하면서.
안타까운 것은 마을 주민들이 일체감을 가지고 키워온 마을만들기 사업인 '허브'에 대한 행정지원이다. 기계적 형평성에 입각해 바라볼 대상이 아니라는 지적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지속성에 대한 평가를 너무 게으르게 하는 것은 아닌가? 찔끔 예산을 가지고 계속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특화된 인지도로 이 마을에 대해 '허브'라고 하는 이미지가 각인돼져 있다면 어떻게든 전국을 무대로 활발하게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하는 것이 행정당국의 책무이자 필요한 노력이라는 것이다. 단발성, 전시성 행사 등에 투입하는 적지 않은 예산들은 있으면서 20년 가까이 꾸준하게 누적된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세화3리 허브'는 마을주민들의 노력에 걸맞은 날개를 달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오롯이 행정적 마인드에 책임이 있다. 아니면, 균등 분배의 논리로 집행되는 안일한 예산구조에서 찾아야 하거나. 작은 마을을 더 도와야 한다는 논리가 아니다. 불굴의 의지로 오랜 시간 누적된 역량을 제대로 파악하고 특화시켜 나가야 한다는 행정 판단을 요구하는 것이다. <시각예술가>
방앗간이 전하는 것은
<수채화 7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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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가 너무 감동적이다. 다른 마을들의 경우에 사각 모서리 초가집의 형태 속에 돌방아를 설치한 경우가 많지만 독특하게 제주어로 '눌'이라고 하는 낟가리를 닮았다. 돌을 둥근 벽으로 쌓은 과정이 더 많은 정성과 기술을 요구했으리라. 그래도 얻고자 하는 표현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독특한 지붕을 획득하고 초가을 내리쬐는 햇살을 받은 건물은 참으로 정겹다. 입구에 작은 돌하르방상을 모셔서 수호의지를 드러내고. 마을공동체의 독립적 지위를 전달하는 메시지로 이 마을의 표상이라 여기며 그린 것이다. 원기둥 형태의 곡면을 이루니 돌담 사이 틈들이 어떤 의미를 지닌 기하학적 문양처럼 보인다.
가세오름의 오후
<수채화 7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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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연필담채 기법을 동원해 오름을 덮고 있는 나무들의 이미지를 차곡차곡 구축해나갔다. 오후의 햇살이 그 광선 각도에 따라서 오름에 나타나는 미묘한 명암. 그리고 밭과 밭 사이 방풍림으로 보이는 삼나무들이 어떤 판화적 명료성을 지니고 존재감을 느끼게 한다. 길가 옆에 무성한 풀이며 나무에 쏟아지는 햇살은 가세오름을 올려놓은 쟁반의 역할이다. 색채보다 빛의 흐름과 반사에 더 매료돼 그리게 된 것은 식물 잎사귀들이 자기만의 광합성 시스템에 열정적인 몸부림을 하고 있는 느낌을 얻고자 함이다. 있는 그대로 포근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마을이라는 것을 나무와 풀로 덮인 자연 상황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다. 지나가며 흔하게 만나는 풍광이지만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찾아내는 자연물들의 상관관계를 통해 진정한 섭리를 맛보게 된다. 그 어떤 존재도 서로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 풍경 속 존재들을 통해 마치 저기 거울을 보며 반성하듯 뒤를 돌아보게 된다. 평화롭다는 것은 사람 사는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 있다는 것을 새삼 인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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