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지에 방치된 염소들… 소유자는 오리무중
입력 : 2026. 08. 31(월) 17:03수정 : 2026. 08. 31(월) 17:40
양유리 기자 glassy38@ihalla.com
자산관리공사 국유재산 대부 입찰 예정이던 목장 초지
갈비뼈 드러나게 야윈 염소 7마리… 먹이도 없이 생활
소유자 안 나타나 구조도 뒷전… "긴급구조 우선돼야"
서귀포시 대포동의 국가 소유 목장용지에서 오랜 기간 방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염소들이 발견됐다.독자 제공
[한라일보] 제주의 한 국유지에서 오랜 기간 방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염소들이 발견됐다. 하지만 염소의 소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행정 당국도 적극적인 구조에 나서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31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운영하는 국유지 입찰 예비 공고에 올라온 서귀포시 대포동 소재 목장용지에서 갈비뼈가 드러난 채 야윈 염소 7마리가 발견됐다. 성체 6마리, 새끼 1마리 등이다.

최근 해당 목장용지를 임장차 방문한 고모(40대)씨에 따르면 염소들이 발견된 곳은 축사 형태로 울타리가 설치돼 있었다. 축사 내부에는 먹이와 물이 아예 없었고, 울타리 주변에 잡초들만 조금 남아 있는 상태였다.

고모씨는 "수개월째 울타리 안에서 생활하며 땅에서 자라나는 잡초만 먹고 지낸 것 같다"며 "안쓰러워서 며칠 뒤에 예초기로 건초를 베어서 먹이를 챙겨줬다. 긴급구조가 시급해 보였다"고 말했다.

캠코는 국가 소유의 목축용 및 경작용 토지 등을 계약을 통해 국민에게 최대 5년간 임대하는 '국유재산 대부 계약'을 운영하고 있다. 이 목장용지도 최근 입찰 예비 공고 목록에 올라온 것으로 파악됐다.

확인 결과 이 목장용지는 지난해 6월 30일 자로 전 임차인과의 계약이 만료됐다. 하지만 전 임차인은 자신이 염소의 소유자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귀포시 대포동의 국가 소유 목장용지에서 오랜 기간 방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염소들이 발견됐다. 바닥에 있는 먹이는 고모씨가 직접 제공했다. 독자 제공
캠코 측은 매년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나 해당 목장용지에선 전 임차인과의 계약 기간 내에도 가축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입찰 예비 공고를 올리기 전인 지난달 23일쯤에도 드론으로 현장조사를 실시했을 때 염소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다만 해당 토지가 약 2300평(7650㎡)에 달하고, 축사가 천막에 둘러싸여 있어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캠코 측은 취재가 시작되자 입찰 예비 공고를 취소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캠코 관계자는 "현재로선 전 임차인도 소유권자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어 현장조사를 통해 실제 소유권자를 찾는 수밖에 없다"며 "현재 올라온 입찰 예비 공고를 취소하고 염소를 이동시킨 뒤 재공고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귀포시 동물보호 관련 부서도 소유자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긴급구조조치는 당장 어렵다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임의로 염소를 옮겼다가 나중에 소유자가 나타나서 피해를 주장할 수도 있다"며 "유기동물 공고를 내서 빠른 시일 내에 주인을 찾고, 나타나지 않을 경우 염소 농가 등으로 분양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발견된 염소들의 건강상태가 심각하다며 긴급구조가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주동물친구들 관계자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염소는 보호시설 등이 마땅치 않은 현실을 이해하지만 생명인데 긴급구조가 우선돼야 한다"며 "소유자가 나타날 때까지 다른 농가에 임시로 보낸 뒤 추후에 비용처리를 요구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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