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한라일보 신춘문예 심사평] 시·시조·소설
입력 : 2026. 01. 02(금) 01:00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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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부문 심사평] 낯선 표현이면서도 논리 잃지 않아 인상적
[한라일보] 눈에 띄는 작품이 있어서 고르면 함께 응모한 작품들이 대체로 한 가지 유형의 방식으로만 시상을 전개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나치게 지역성을 의식한 작품들도 보였는데, 지명이나 제주어가 들어간다고 해서 제주의 정체성을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제목도 시의 한 부분이기에 제목에 더 신경 써야 한다.
끝까지 고심했던 작품은 '현무암의 독백' 외 4편, '붉은 꽃이 지다' 외 4편, '수세미가 열리는 저녁' 외 4편, '무를 주세요' 외 4편, '공간으로 새 말하기' 외 4편 등이었다. '현무암의 독백' 외 4편은 가장 안정적인 작품이었지만, 새로움이 필요했다. '붉은 꽃이 지다' 외 4편은 흡입력이 있는 전개가 인상적이었다. '수세미가 열리는 저녁' 외 4편은 일상에서 끌어올리는 시적 분위기가 일정 수준에 도달했으나 변주도 갖추기를 바란다.
심사위원 세 명이 마지막으로 붙잡은 작품은 '공간으로 새 말하기' 외 4편이다. 시 '공간으로 새 말하기'는 시를 끌고 나가는 힘이 미더운 작품이다. 주제를 모으는 힘이 일단 있는 상태에서 낯선 전개 방식으로 말하되 논리를 잃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응모한 다른 작품들도 대부분 새로운 시도를 보이고 있어서 신뢰가 갔다.
마침내 시 '공간으로 새 말하기'를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앞으로 꾸준히 시를 쓰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시조 부문 심사평] 물리적 언어들의 결합이 더해준 깊이
우리 심사위원 3명은 형식, 주제와 소재, 형상화와 시어 사용 등을 기준으로 접수된 500여 편의 작품을 3등분하고 각각 10편을 골라냈다. 이어 골라진 30여 편을 윤독하며 2편씩 추려냈다.
'코바늘뜨기 테라피', '와이파이존', '봄, 숲은 용접 중이다', 'AS를 부르면 AI가 나온다', '투명한 벽-키오스크', '윈드 탬퍼'가 이에 해당한다. 이 6편은 일정 수준에 올라 있어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숙독과 논의 끝에 '투명한 벽-키오스크'와 '윈드 템퍼'로 압축했다.
'투명한 벽-키오스크'는 호흡이 길고 기술 진보의 속도에 못 따라가는 세대의 아픔을 절절히 표현했지만, 설명적인 부분이 더러 있고, '무심타'와 같은 시어나 기시감을 주는 시구가 거슬렸다.
결국 '윈드 탬퍼'를 일치된 의견으로 선정했다. '윈드 탬퍼'의 언어들은 다소 공학적이고 금속성이라 차갑고 딱딱하다. 하지만 "바람을 읽어내야 꼿꼿이 설 수 있다"에서 그 주체를 초고층 건물이 아니라 사람으로 치환했을 때, 물리적 언어들의 결합은 작품의 깊이를 더해주고 의미망을 확장했다. '윈드 탬퍼'가 건물의 흔들림을 줄여주듯이 우리도 흔들리는 누군가의 "희미한 박동 소리에 주파수를 맞춘다"면, "낮과 밤에 귀를 댄다"면 이 작품은 따뜻하다.
최광복 당선자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며 시조 윈드 탬퍼로 우뚝 설 것을 기대해 본다.
[소설 부문 심사평] 익숙함이 침식하지 못하는 위로와 온기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진동'과 '오이지' 두 편이었다.
'진동'은 북진 통일 이후의 한반도를 시공간적 배경으로 설정한 데서 보이듯 크고 너른 상상력의 스케일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4·3 사건 이후 도일한 아버지로 인해 일본에서 나고 자란 '나츠키'의 귀향담과 통일 전쟁에서 부상을 입은 초등학교 교사 정택과 북한 출신 여성 은혜 사이의 연애담을 중첩시키고 있는 플롯은 흥미로웠다. 그러나 작품의 두 뼈대가 유기적으로 축조되지 못하고 기계적으로 나열되는데 그친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작가의 활달한 상상력이 이후 구체적인 소설의 몸피를 얻게 될 날을 기약한다.
'오이지'는 '진동'과 달리 사건과 배경 모두 매우 절제된 작품이었다. 인문학을 전공한 취업준비생이 농사를 짓는 본가에 내려와 부모님과 사소한 마찰을 빚는다는 소설의 졸가리 자체는 새롭다고 하기 어렵다. 하지만 작은 소동을 경유해 동생의 죽음이 드리운 그늘로부터 한 발짝 걸어 나오는 결말은 그 익숙함이 침식하지 못하는 위로와 온기를 건네주는 면이 있었다. 미처 다듬어지지 못한 대목에서조차 오이의 풋내처럼 싱그러움을 풍기는 것 역시 이 작품이 지닌 고유한 미덕이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광활한 문학의 영토에 작은 발걸음을 디딘 작가가 앞으로 자신의 고유한 강점을 벼려 더욱 생생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펼쳐내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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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 세 명이 마지막으로 붙잡은 작품은 '공간으로 새 말하기' 외 4편이다. 시 '공간으로 새 말하기'는 시를 끌고 나가는 힘이 미더운 작품이다. 주제를 모으는 힘이 일단 있는 상태에서 낯선 전개 방식으로 말하되 논리를 잃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응모한 다른 작품들도 대부분 새로운 시도를 보이고 있어서 신뢰가 갔다.
마침내 시 '공간으로 새 말하기'를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앞으로 꾸준히 시를 쓰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시조 부문 심사평] 물리적 언어들의 결합이 더해준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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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바늘뜨기 테라피', '와이파이존', '봄, 숲은 용접 중이다', 'AS를 부르면 AI가 나온다', '투명한 벽-키오스크', '윈드 탬퍼'가 이에 해당한다. 이 6편은 일정 수준에 올라 있어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숙독과 논의 끝에 '투명한 벽-키오스크'와 '윈드 템퍼'로 압축했다.
'투명한 벽-키오스크'는 호흡이 길고 기술 진보의 속도에 못 따라가는 세대의 아픔을 절절히 표현했지만, 설명적인 부분이 더러 있고, '무심타'와 같은 시어나 기시감을 주는 시구가 거슬렸다.
결국 '윈드 탬퍼'를 일치된 의견으로 선정했다. '윈드 탬퍼'의 언어들은 다소 공학적이고 금속성이라 차갑고 딱딱하다. 하지만 "바람을 읽어내야 꼿꼿이 설 수 있다"에서 그 주체를 초고층 건물이 아니라 사람으로 치환했을 때, 물리적 언어들의 결합은 작품의 깊이를 더해주고 의미망을 확장했다. '윈드 탬퍼'가 건물의 흔들림을 줄여주듯이 우리도 흔들리는 누군가의 "희미한 박동 소리에 주파수를 맞춘다"면, "낮과 밤에 귀를 댄다"면 이 작품은 따뜻하다.
최광복 당선자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며 시조 윈드 탬퍼로 우뚝 설 것을 기대해 본다.
[소설 부문 심사평] 익숙함이 침식하지 못하는 위로와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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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은 북진 통일 이후의 한반도를 시공간적 배경으로 설정한 데서 보이듯 크고 너른 상상력의 스케일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4·3 사건 이후 도일한 아버지로 인해 일본에서 나고 자란 '나츠키'의 귀향담과 통일 전쟁에서 부상을 입은 초등학교 교사 정택과 북한 출신 여성 은혜 사이의 연애담을 중첩시키고 있는 플롯은 흥미로웠다. 그러나 작품의 두 뼈대가 유기적으로 축조되지 못하고 기계적으로 나열되는데 그친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작가의 활달한 상상력이 이후 구체적인 소설의 몸피를 얻게 될 날을 기약한다.
'오이지'는 '진동'과 달리 사건과 배경 모두 매우 절제된 작품이었다. 인문학을 전공한 취업준비생이 농사를 짓는 본가에 내려와 부모님과 사소한 마찰을 빚는다는 소설의 졸가리 자체는 새롭다고 하기 어렵다. 하지만 작은 소동을 경유해 동생의 죽음이 드리운 그늘로부터 한 발짝 걸어 나오는 결말은 그 익숙함이 침식하지 못하는 위로와 온기를 건네주는 면이 있었다. 미처 다듬어지지 못한 대목에서조차 오이의 풋내처럼 싱그러움을 풍기는 것 역시 이 작품이 지닌 고유한 미덕이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광활한 문학의 영토에 작은 발걸음을 디딘 작가가 앞으로 자신의 고유한 강점을 벼려 더욱 생생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펼쳐내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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