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觀] 살인자 리포트
입력 : 2025. 09. 08(월) 02:00수정 : 2025. 09. 08(월) 08:10
김미림 기자 kimmirim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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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여정

영화 '살인자 리포트'
[한라일보] 조영준 감독의 영화 <살인자 리포트>는 11명을 죽인 연쇄 살인범이 특종을 쫓는 기자를 호텔 스위트 룸으로 호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밀실 스릴러 장르의 영화다. 단 두 사람이 갇힌 공간, 가둔 자와 스스로 갇힌 자, 털어 놓는 자와 밝히려는 자 사이에서 팽팽한 긴장의 끈이 러닝타임 내내 끊어질 듯 위태롭게 흔들린다. 그러니까 왜 연쇄 살인범이 특종을 쫓는 기자를 호출해 인터뷰를 감행 하는 지, 그 기자는 왜 법과 경찰이라는 울타리를 스스로 벗어나 호기롭게 악인의 호출에 응하는지 의문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순간 영화는 관객들을 이 게임에 동참하게 만드는 카드를 잽싸게 꺼내 든다.
서사 위에 쓰여진 가장 효과적인 말, 약동하는 몸과 표정으로 설득의 언어를 내재한 기사, 바로 배우라는 카드다. 연쇄살인범 이영훈을 연기하는 배우 정성일이 극의 전반부를 내내 리드하는 날카로운 창이라면 극의 후반부는 기자 백선주를 연기하는 배우 조여정의 방패가 얼마나 단단하고 또 무른 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를 믿게 하는 힘이 배우의 코어이자 관객이 이야기를 끝까지 따라가는 동력이라는 것을 조여정은 믿고 있다. <살인자 리포트>의 백선주가 느끼는 천천히 날아와 꽂히고 갑작스레 온 몸을 흔드는 비수의 파동을 조여정은 말 그래도 체화 해 낸다. 두려움과 욕망, 모성애와 죄책감, 원망과 결심이 찰나에 팽창하고 수축한다. 배우 조여정은 이 내재적 감정들의 덩어리를 신체의 전 부분을 섬세하게 활용하는 연기로 보여준다. 관망하는 태도로 이 이상한 인터뷰를 지켜보던 관객들 또한 어느새 그 파동을 느끼게 되고 백선주의 감정에 공감하게 된다. 상황보다 먼저 인물의 감정을 이해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세상에 이런 일이'가 '나에게도 이런 일이'로 바뀌는 순간이 조여정의 필모그래피 마다 있어 왔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조여정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 작품들은 모두 일상성과는 거리가 먼 작품들이다. 고전을 비틀어 해학과 풍자 위에 관능의 요소를 더한 <방자전>이 그랬고 전세계적인 신드롬을 몰고 왔던 <기생충>또한 일상성이라는 안온한 요소를 적극적으로 해부하는 블랙 코미디였다. 최근작인 <히든페이스> 또한 삼각관계와 불륜이라는 클리셰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펼쳐내는 작품인데다 조여정은 이른 바 뒷통수를 맞는 동시에 뒷통수를 치는 수연 역할로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 바 있다. <좀비딸>에서 조여정이 맡은 역할은 좀비를 퇴치하는 데 특출날 교사 역할 이었는데 대안 가족 드라마인 작품에서 조여정은 예상치 못하게 좀비 가족에 동화되는 인물을 연기했다. 기가 막힌 상황이 펼쳐지는 영화의 순간, 그 복판으로 관객을 데리고 들어가는 배우 조여정은 조심스러운 동시에 천연덕스럽다.
상황 앞에 물러설 듯 보이지만 어느새 뛰어 들어 있고 진퇴양난의 순간 앞에서도 방법을 찾는 적극성으로 서사를 추동한다. 그 순간 마다 조여정은 무언가를 온전히 믿고 있는 얼굴을 하고 있다. 어떤 종류의 사랑도 어떤 종류의 재난도 그는 덜컥 믿어 버리고 자신의 믿음을 받아 들이는 배우다. 그 덕에 그는 관객들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서 있는 배우가 되었다.
지난 해 말부터 각기 다른 장르의 영회인 <히든페이스>, <좀비딸> 그리고 <살인자 리포트>를 연달아 선보인 배우 조여정은 이제 TV보다 스크린 쪽의 필모그래피를 더 부지런히 채워 넣는 중이다. 데뷔 초 귀엽고 사랑스러운 외모로 드라마에서 발랄한 캐릭터들을 주로 연기해왔던 그가 세월의 주름으로 확장한 최근의 행보들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질투에 눈이 멀어 파국지세로 사랑을 탐하는 조여정이, 능수능란한 코미디의 화법이 이제 편안해 보이기 까지 하는 조여정이, 살인마와의 일대일 대결 구도에서 기어코 삶 전체를 뒤흔들게 되는 조여정의 다음 여정이 궁금하다.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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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세상에 이런 일이'가 '나에게도 이런 일이'로 바뀌는 순간이 조여정의 필모그래피 마다 있어 왔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조여정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 작품들은 모두 일상성과는 거리가 먼 작품들이다. 고전을 비틀어 해학과 풍자 위에 관능의 요소를 더한 <방자전>이 그랬고 전세계적인 신드롬을 몰고 왔던 <기생충>또한 일상성이라는 안온한 요소를 적극적으로 해부하는 블랙 코미디였다. 최근작인 <히든페이스> 또한 삼각관계와 불륜이라는 클리셰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펼쳐내는 작품인데다 조여정은 이른 바 뒷통수를 맞는 동시에 뒷통수를 치는 수연 역할로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 바 있다. <좀비딸>에서 조여정이 맡은 역할은 좀비를 퇴치하는 데 특출날 교사 역할 이었는데 대안 가족 드라마인 작품에서 조여정은 예상치 못하게 좀비 가족에 동화되는 인물을 연기했다. 기가 막힌 상황이 펼쳐지는 영화의 순간, 그 복판으로 관객을 데리고 들어가는 배우 조여정은 조심스러운 동시에 천연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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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말부터 각기 다른 장르의 영회인 <히든페이스>, <좀비딸> 그리고 <살인자 리포트>를 연달아 선보인 배우 조여정은 이제 TV보다 스크린 쪽의 필모그래피를 더 부지런히 채워 넣는 중이다. 데뷔 초 귀엽고 사랑스러운 외모로 드라마에서 발랄한 캐릭터들을 주로 연기해왔던 그가 세월의 주름으로 확장한 최근의 행보들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질투에 눈이 멀어 파국지세로 사랑을 탐하는 조여정이, 능수능란한 코미디의 화법이 이제 편안해 보이기 까지 하는 조여정이, 살인마와의 일대일 대결 구도에서 기어코 삶 전체를 뒤흔들게 되는 조여정의 다음 여정이 궁금하다.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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