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분권 2.0시대 어떻게 맞을 것인가’ 제주권 대토론회
“자기 결정권 강화가 진정한 지방 분권 가는 길”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입력 : 2021. 06. 11(금) 00:00
10일 제주시 호텔시리우스에서 열린 '자치분권 2.0시대 어떻게 맞을 것인가' 제주권 대토론회에서 김중석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자치제도분권위원장이 발제를 하고 있다. 강희만기자
최종 입법 형성권 국회·중앙정부에 있어
획기적 수준의 자치입법권 보장 받아야
현 정부 지방분권 미흡… 개헌 지지부진
분권 최소 단위 기초자치단체 부활 주장도


'자치분권 2.0시대 어떻게 맞을 것인가'를 주제로 10일 제주시 호텔시리우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자치분권의 고도화를 위해선 자치입법권 등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한다고 했다. 또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반쪽 특별자치'에 그친 실상을 지적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제언도 내놨다.



▶김중석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자치제도분권위원장=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으로 지방자치단체와 국가의 관계가 국가의 지도·감독을 받은 체계에서 국정 동반자로서의 수평적 관계로 나아가게 되는 등 성과가 있었다. 또 대통령과 자치단체장이 지방의 문제를 같이 협의하는 중앙·지방협력회의가 조만간 공식 출범하게 됐다.

그러나 과제도 많이 남아있다.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에 따라 부수적으로 입법해야 할 법안이 약 20개다. 특히 주민자치회의 관련 법률 제·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하는 것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진정한 지방분권을 위해선 자치입법권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는 법령의 범위 내에서 자치입법을 할 수 있도록 돼 있어 헌법을 고치지 않는 이상 자치입법권 강화가 근본적으로 어려운 구조다. 과거 지방분권형 개헌을 위해 1000만명 서명 운동을 한 적이 있는데 470만명까지 서명을 받고 운동이 중단되는 일이 있었다. 중앙 정당 지도부에서 지방 분권 개헌 운동을 하지 말라고 지침이 내려왔기 때문이다. 최근 다행히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 개헌 필요성이 언급되고 있는데 지방분권형 개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역 차원에서도 관심이 필요하다.



▶민기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조례특례는 법에 포함될 내용을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정할 수 있어 주민의 자기결정권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법 규정 형식이다.

제주는 특별자치도 출범 후 4660여건의 중앙행정 권한과 특례를 이양 받거나 신설했다. 그러나 최종적인 입법형성권은 국회와 중앙정부에 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권한 이양이라고 볼 수 없다. 행정시장 직선제를 사례로 들면 시장 직선제 도입에 대해 제주도민의 77%가 찬성하지만, 행정안전부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십수년 째 논의만 반복했다.

이렇게 논의만 무성하고, 제도 변화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입법형성권이 국회에 있기 때문이다. 특정 지역의 한정된 자치권에 권한 내용은 제주특별법에 규정하고, 행정시장 선임 방법은 도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해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제주특별법에는 이처럼 제주도의 자기결정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조례특례 유형이 1.9%에 불과하다. 따라서 정부와 제주도는 지금까지 이양된 권한 중 제주자치도의 고유사무에 대해선 조례특례 유형으로 변경해 자기결정권을 강화하는 쪽으로 특별자치도의 고도화를 추진해야 한다.



▶김진호 제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지방자치법과 자치경찰제의 본격 시행을 보며 도민들은 씁쓸해 한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 '특별' 명칭을 아예 삭제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지방자치법 개정이 한국 지방자치를 한 단계 발전시킨 것은 나름 평가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으로 주민투표 조건을 가까스로 넘겨 탄생한 제주특별자치도의 정체성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 자치경찰제의 전국화는 제주를 '지방자치의 실험실'로 활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갖게 한다. 현재가 '지방분권의 르네상스기'라고 하는데, 현재 제주도의 자치분권을 '정체성 혼란기'라고 부르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2017년 지방 분권 개헌을 공약했지만 국회에서 좌절됐다. 또 이제는 정권 말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개헌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우려스럽다. 지방분권 개헌을 위해 전국 단위로 공조해야 하는데, 제주도정의 리더십 부재가 현실로 다가오며 이런 공조를 할 동력이 취약해진 것 같아 걱정스럽다.



▶박훈석 제민일보 논설위원실장=자치입법권 강화는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현재 제주특별자치도의 법적 지위는 헌법이 아닌 지방자치법에 규정돼 실질적인 자치입법권 행사와 자치 재정권·조세자율권 확보가 미흡하다. 자치재정권은 기존의 제주도세를 특별자치도세로 명칭만 바꾸고, 세율조정권 역시 지방세에 한해 적용토록 해 실효성을 잃었다. 아울러 지방자치법 제22조가 '법령의 범위내에서 조례를 제정할 수 있고, 주민의 권리 제한 및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제정할 때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보니 지역실정을 반영한 제주도의회·제주도의 조례 제정이 무산되거나 퇴색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처럼 지방자치법 제22조의 적용은 제주실정에 맞는 조례 제정 등 자치입법권의 자율성을 제약하는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민기 교수가 조례특례 형식을 제안한 것은 자기결정권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만 도민들이 특별자치도 출범과 성공을 위해 주민투표를 실시해 4개 시·군 기초자치단체 폐지를 스스로 결정한 '자기 결정권'에 비춰볼 때 조례특례보다 더 수준 높은 지방분권 보장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지방자치법 제22조 적용을 배제하는 것을 검토해야한다.



▶강호진 제주대안연구공동체 공공정책센터장=문재인 정부는 '내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을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것이 부족해 자치 분권 정책에 대해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지방자치법이 전부 개정됐다고는 하지지만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는 주민 소환은 여전히 자치단체장 취임 1년 뒤부터, 또 퇴임 1년 전까지만 할 수 있도록 제한돼 있다.

재정분권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가 국세와 지방세 8대2 세입 구조를 6대4 구조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또 제주특별법의 경우 자치분권 관점보다는 '제주국제자유도시'라는 최상위 법정 비전을 수행하기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비판이 있다. 제주특별법에 따라 국제학교가 운영되고 있지만 대다수 도민들의 삶과는 관련이 없다. 국가적 관점에서 국부 유출 방지 효과만 거뒀을 뿐이다.

무엇보다 지역 정책에 대한 주민들의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지난 15년간 최대 이슈 중 하나였던 기초자치권 부활 등을 주민이 선택할 수 있게 그 권한을 부여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상봉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제주특별자치도의 실험적 결과를 통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제주의 '특별자치'는 '국제자유조성을 통한 국가발전'에 이바지하는 수단이 되면서 외국자본이 밀려들고 난개발이 횡행했다. 읍·면·동이라는 하부행정기관의 권한과 기능을 확대하지 못해 행정의 주민 접근성에 한계가 발생했고, 무엇보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후퇴했다. 2005년 주민투표를 보더라도 (4개 시군을 폐지하는) 혁신안에 동의한 사람이 8만2919명으로, 총 투표권자 40만2003명 중 20.6%에 불과해 과연 제주도민이 정말 원하는 것이었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방자치를 선도하는 지방자치단체로서의 역할을 해 나가기 위해서는 자치분권의 최소 단위인 법인격을 가진 기초자치단체가 필요하다.

도정질문을 통한 도지사의 답변도 기초단체 부활이었고, 국회에서 가진 정책간담회 자리에서도 과도기적인 행정시장 직선제가 아닌 기초자치단체 부활로 바로 진행할 것을 주문받았다. 따라서 이제는 변화된 제주도의 정치 환경에 맞게 행정구역조정과 더불어 기초자치단체 부활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고종석 특별자치제도추진단장=일각에서 국제자유도시라는 비전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폐기하자는 주장도 있으나 특별법에서 중앙부처로부터 이양받거나 인정받은 대다수의 권한과 특례가 국제자유도시라는 국가성장전략에 기인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현실적인 대안은 아니라고 본다. 최근의 송악선언 등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제주의 정체성에 맞는 정책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은 그동안의 국제자유도시 조성의 경험으로부터 반성된 것으로서, 변화된 환경과 도민의 정서, 제주의 정체성에 맞는 새로운 미래 성장전략을 마련해 국가적으로 지원 받는 전략이 현실적이다. 다만 국제자유도시 조성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위해 권한 이양에 집중한 결과 상대적으로 특별법의 또 하나의 중요한 핵심 축인 제주공동체내의 분권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다. 공동체 안에서의 기관 간 권한 배분이 합리적으로 이뤄지는 한편, 공동체안의 모든 차원에서 주민의 의사가 제대로 전달·반영·기능하는 제주형 특별자치형태에 대한 창의적인 모색이 시급하다. 향후 헌법개정시 '특별지방정부'에 대한 근거를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신협 공동취재단·이상민기자>
정치/행정 주요기사더보기

기사 목록

한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