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그림 같은 바다에서 문화를 만나다
입력 : 2017. 01. 12(목) 00:00
편집부기자 hl@ihalla.com
SNS 채널에서든 제주관광공사 제주추억공유 사이트에 올린 관광객의 '#인생샷' 사진들을 분석해 보더라도 유독 바다 사진이 많다. 얼마 전 한국은행 제주본부에서 이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발표가 있었다. 관광객 모바일 폰 데이터를 이용한 관광객 활동패턴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 자료를 보면, 시내를 제외한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곳들 중 해안명소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를테면 성산일출봉과 광치기해안, 우도, 김녕과 월정리해변, 세화해변, 애월해안도로, 협재해변, 올레길 7코스 등이다.

물론 어제오늘 갑자기 바다에 대한 관심이 커진 건 아니다. 그렇지만 자세히 보면 예전 전통적인 관광지 중심에서 벗어나, 제주 해안의 특징과 개성을 잘 보여주는 우리와 친근했던 동네의 바다들이다. 이에 대한 이유를 굳이 찾는다면 원풍경과 있는 그대로의 자연의 속살에서 힐링포인트를 찾는 로트렌드(Raw Trend, '익히지 않은 가공되지 않은 날 것')가 한몫을 하고 있지 않은가 싶다.

어릴 적 어른들이 제주의 바다를 두고 바당밭(바다밭)이라 부르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육지에 올라가 살면서 육지의 바다 또한 이러한 표현을 쓰겠지라는 내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딱히 이분할 수는 없지만 육지에서는 바다는 바다이고 밭은 밭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제주에서 바다 일은 농사의 연장이었고, 반농반어의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공동의 밭인 제주 바다에는 등급 이름도 있다. 어린 소녀들이 잠수를 배우는 '애기바당', 나이든 해녀들을 위한 '할망바당' 등. 무엇을 채취하는가에 따라 바다밭 이름을 짓기도 하고 수심에 따라 거리에 따라 다양한 바다밭 이름이 있다. 이처럼 마을의 작은 바다에 수많은 이름을 가진 곳이 또 있을까!

아마도 세화리와 사계리 해녀들이 쓰는 호멩이의 길이나 각도도 조금씩 차이가 있을 것이다. 제주는 화산섬이고 화산활동으로 제주의 해안은 제각각이어서 용암이 흐른 곳과 용암의 성질에 따라, 바다가 달라 해녀들이 사용하는 도구 또한 지역마다 달라야 했을 것이다.

이처럼 해녀들의 밭인 제주 바다는 다른 지역과도 크게 다르고 이런 자연환경을 지혜롭게 이용해 온 제주 해녀의 채집기술과 그녀들만의 독특한 문화는 유일하다시피 하다. 또한 다원적 자원(어업자원, 사회문화자원, 경관자원)으로서 순기능을 가지고 있어, 유네스코(UNESCO)에서도 우리 인류에 있어 보존의 가치를 인정하여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를 한 것이 아닌가 싶다.

또한 화산섬 제주의 바다와 제주 해녀는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공존하며 문화를 이루었는지에 대한 통찰력과 영감을 주고 있다. 이처럼 자연으로부터 만들어진 제주문화의 원형은 제주가 가진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자 자연을 뛰어넘는 관광의 고유성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지금 관광객들이 마주 하는 것은, 시간에 따라 햇빛에 따라 바람에 따라 바닷속 그 무엇인가에 따라 변하는, 옥빛이거나 거칠고 검푸르거나 붉게 빛나거나 하는 제주 바다의 비주얼이다. 이것만해도 물론 아름답다. 그렇지만 제주 해녀문화와 화산섬 제주의 바다 속살 이야기가 담긴 문화콘텐츠가 만들어지고 관광상품화까지 된다면 유럽의 문화관광지가 부럽지 않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해양과 문화와 관광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원형과 이에 기반을 둔 문화콘텐츠와 또한 이를 활용하는 관광상품에 대해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작업을 해야 할 것이다. 비록 각각의 영역이 있겠지만 컬래버레이션과 융합의 시대에 맞게 서둘러서 해야 할 일이다.

<오창현 제주관광공사 관광산업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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